심야괴담회 시즌3 / / 2023. 8. 2. 16:16

심야괴담회 시즌3 86회 신벌(무속인 필수 불문율)feat.아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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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괴담회 시즌3 86회 세 번째 괴담 '신벌'이며 뮤지컬에서 내공을 쌓으신 아이비씨가 나와서 들려주었습니다. 

환갑을 앞둔 어머님이 어린시절에 겪었던 끔찍한 사건으로 아직도 그때만 떠오르면 악몽을 꾸고 힘들어하셔서 딸이 대신 제보한 사연입니다. 

 

심야괴담회 86회 신벌
신벌(무속인의 불문율)

 


무속인 필수 불문율

1. 돈벌려고 거짓말하지 마라
2. 신내림받으라고 협박하는 것  금지
3. 타인을 해하거나 저주하면 것

이 금기를 깬다면 신의 노여움을 산다

 

신벌_프롤로그

 

1979년 당시 14살이었던 전 죽어도 듣기 싫은 말이 있었습니다.  

"용철아! 야 박용철!"
"너 죽을래? 내 이름부르지 말랬지?
맞습니다. 제 이름은 바로 '박용철'

엄마가 절 임신했을때 이번엔 아들이 분명하다며 할머니가 지어주신 남자 이름이었습니다. 
딸보다 아들을 우선시 하는 남아선호사상이 뿌리 깊게 박혀 있던 그 시절 첫째부터 넷째인 저마저 딸인 것을 알았을 때 저희 집은 거의 초상집 분위기였습니다.  
 할머니는 새로 이름 짓기도 귀찮다고 해서 제 이름은 그대로 용철이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14년이 흘렀고


"너도 양심이 있다면 또 딸을 낳지 않겠지"


손자노래를 부르는 할머니 때문에 엄마는 결국 또 임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를 끌고간 곳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다 보니 할머니가 엄마를 어디론가 억지로 잡아끌고 집을 나서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안 가면 안 되냐며 애원하면서 끌려가던 엄마가 너무 걱정이 돼서 뒤를 몰래 쫓아갔습니다. 

 

"빨리 따라오지 못해!"

 

"어머님 제발요!! 안가면 안되요?"

 

한참을 걸어 도착한 곳은 색색의 화려한 천이 걸려있는 나무 너머에 있는  외딴집이였습니다. 그곳은 바로 우리 동네에 딱 한 곳인 무당집이었죠 

할머니는 엄마가 또 딸을 낳을까 걱정이 되서  한사코 가기 싫어하는 엄마를 무당집에 억지로 데려간 것이었습니다. 
저는 살금살금 다가가 안을 훔쳐보았습니다. 

 

"이번엔 아들을 낳을수 있을까요?"


"이번에도 또 딸이야 아들낳기엔  기운이 택도 없어! 부적하나 지어줄 테니 맨살에 딱 붙이고 다녀"


그러면서 무당은 아들낳는 부적값으로 무려 20만 원 요구하였습니다. 그 당시엔 회사원의 3달치 월급정도 되는 액수인 만큼 너무나도 큰돈이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액수에 할머니는 부적값을 놓고 흥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래 걸리시겠네'

동내에서 쇠힘줄 고집으로 유명한 할머니였기때문에 앞으로 30분이나 더 걸리겠다고 생각하며 전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무당의 저주


그때 무당집 뒤편에 스멀스멀 연기가 새어나오는 작은 창고가 보였고, 호기심에 전 안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안에 뭐가 있는거지?'

 

펄펄 끓고 있는 가마솥 안에는  도대체 무엇을 끓이고 있는 건지 생전 처음 보는 지독한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궁금해서 뚜껑을 살짝 열었는데 안에서 끓고 있던 것은 못이 박힌 채 죽어있는 검은 새들이었습니다. 
"으악" 전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고 그제야 주변풍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창고는 바닥엔 정체불명의 긴 머리카락이 쌓여있고 사방에 피로 쓴 부적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그제서야 난 내가 무서운 공간에 혼자 있다는걸 알게되었다. 빨리 나가야 해!


너무 놀라 허겁지겁 밖으로 도망치려는데 열린 문틈으로 난장판이 된 마당이 보였습니다. 
할머니가 무당의 멱살을 잡고 흔들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흥정에 실패한 할머니가 화를 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니 종이쪼가리 대충 찌그러 놓고 20만 원을 받아? 그게 사기꾼 돌팔이 아녀?"

 

할머니는 무당에게 달려들었다


이내 무당의 방울까지 뺏어 흔들며 무당을 조롱하기까지 시작한 할머니

"거기 아무개 신령님 내 말 들리쇼? 들리면 떡두꺼비 같은 아들하나 내려주쇼!"

무당은 그 모습을 보며 파르르 떨며 고함을 질렀습니다.  


"어디 신령님 무서운지 모르고 막말을 지껄여!"

 

겁에 질린 엄마가 할머니를 데리고 도망치듯 그곳을 떠났고 나 역시 빨리 뒤쫓아 가려는데

할머니와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무당이 뭔가를 빠르게 중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신들린 듯 흔들던 방울 소리가 끝나자 무당은 시뻘겋게 충혈된 눈을 번쩍 뜨더니 저주를 피부며 웃기 시작했습니다. 

 

무당은 엄마와 할머니에게 저주를 퍼붓고 있었다.

 

"두고 봐라 조만간 크게 화를 입을 게야! 크흐흐 "

 

 

저주의 실체


그 일은 벌써 동내에 소문이 쫙 퍼져서 전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놀림감이 되었고 집에서는 여자를 잘 못 들였다는 둥 할머니가 엄마를 쥐 잡듯이 잡고 있었습니다. 
전 이런 상황이 너무 싫어 집을 나가 버리로 마음을 먹고 밤에 몰래 집을 나왔습니다. 
하지만 제가 갈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괜히 집 주변을 서성이는데 갑자기 인기척이 느껴졌습니다. 


'저게 뭐지?'


우리 집 담벼락에 커다랗고 시커먼 검은 형체가 서 있었습니다. 
그 형체가 저를 향해 몸을 돌리는데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새빨간 두 개의 불빛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와 마주친 귀신 빨간 눈밖에 보이지 않았다.


'귀신이다!'


저는 너무 놀라 정신없이 도망치기 시작했고 잠시 후에 집 방향에서 자욱한 연기가 올라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집으로 뛰어가보니 연기에 휩싸인 채 집이 불타오르고 있었습니다. 
"불이야!" 다행히 제 비명소리를 듣고 마을사람들이 불을 끄러 달려 나왔고 가족들도 하나둘 집안에서 나와 다행이고 위기를 모면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화재사건으로 인해 놀란 엄마는 아이를 잃고 말았습니다.  


방 한칸만을 남기고 새카맣게 타버린 우리 집 그리고 뱃속에서 죽고만 우리 아기 사람들은 이 모든 게 무당의 저주라고 수군거렸습니다. 
무당이 모시는 신을 욕보여서 벌을 받은 거라고 했죠 

그리고 그날 이후부터 저에게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선가 나를 쳐다보는듯한 오싹한 시선이 느껴지기 시작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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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밤 창밖에서 검은 그림자가 아른거리는데 가족들에게 이야기하면 순식간에 사라지곤 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것이 결국 방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내가 집 앞에서 봤던 귀신이야!'


그 형체가  천천히 얼굴을 들자 새까맣게 갈라진 나무껍질같이 온통 타버린 피부에 눈만 새빨갛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화재가 나던날 보았던 그 귀신이었다


순식간에 눈앞으로 온 그 귀신은 마치 자신이 보이는지 안 보이는지 확인하고 싶은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매캐한 냄새에 기침이 났지만 억지로 참고 있는데 귀신은 그 모습이 웃기다는 듯이 큭큭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진물이 뚝뚝 흐르는 기다란 손을 들더니 제 눈에 힘껏 내리꽂았습니다. 

 

귀신은 내가 보인다는것을 알고 있는듯했다

 

순간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에 눈을 떴고 모든 것은 제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매일밤 온몸이 불에 탄 여자가 제 눈을 파내는 악몽이  계속 이어졌고 저는 하루가 다르게 메말라 갔습니다.
동네사람들은 귀신이 들린 거라며 수군거렸고 엄마는 저까지 잃을 수 없다며 그 무당을 다시 찾아가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 무당이 제 발로 절 찾아왔습니다. 

 

신벌은 누구에게?


"쯧쯧쯧.. 잡귀가 붙었군 "

 

무당은 제 머리를 두 손으로 꽉 붙잡고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습니다. 
제 눈과 무당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전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습니다.

 

무당과 눈이 마주친 순간 정신을 잃을것만 같았다


절 살려달라며 애원하는 엄마를 보고 무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번에도 돈이 아까운 건 아니지? 목숨 살리는 건 부적으론 어림도 없어!"

 

악귀가 붙긴 했지만 자신이 모시는 신보단 약하다며 굿을 해야 한다는 말에 곧장 굿판이 열렸습니다. 
무당은 저를 의자에 앉힌 다음 밧줄로 몸을 꽁꽁 묶었습니다. 
그리고 꽹과리 소리에 맞춰 양손에 긴 칼을 들고 칼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내게 붙은 귀신을 떼는 굿판이 벌어졌다


한참 춤을 추던 무당이 제 목에 칼을 갑자기 겨누더니 저에게만 들릴만한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너 그날 나 봤지?"

내 귀에대고 속삭이는 무당


순간 머릿속에 기억하나 떠올랐습니다. 


'사람을 꼼짝할 수 없게 만드는 무당의 새빨간 눈... 내가 그 눈을 어디서 봤지?'

그렇습니다. 저희 집에 찾아와 몰래 불을 질렀던 건 귀신이 아니라 무당이었습니다. 
매일밤 창밖을 기웃거리며 아른거렸던 그 검은 형채도 바로 무당이었습니다. 

 

귀신이라고 생각했던건 바로 무당이었다.


방화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제가 자신을 봤는지 안 봤는지 확인을 하고 싶었던 무당은 저희 집에 찾아와 제 눈을 보았고 눈이 마추지자 경기를 일으키는 절 보고 제가 봤다는 것을 확신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잡귀가 들린 것도 아닌데 왜 굿을 하지?'

 

제 마음을 읽는 듯 무당은 저에게 또 속삭였습니다. 

"넌 이제 죽은 몫숨이야 신의 저주로 곧 벌을 받게 될텐니까. 크크크"

 

무당의 충혈된 빨간눈..날 없에고 완전 범죄를 꿈꾸는듯 했다


그렇습니다 이 굿판은 자신의 범죄를 숨기려 목격자인 절 죽이려는 저주의 굿판이었던 것이었습니다. 
무당은 작두에 올라 저주의 끝을 짓는 춤사위를 시작했습니다. 
점점 흥이 차오르는 꾕가리 소리 빨라지는 북소리 

그런데 


"끄아아악"
갑자기 무당이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통나무처럼 바닥에 쿵 하고 쓰러졌고 깊숙하게 베인 두 발에서는 피가 철철 흘러나와 마당을 적시고 있었습니다. 

작두를 타던도중 쓰러진 무당


그날 이후 무당은 마을에서 연기처럼 사라졌습니다. 
갑자기 정신이 이상해졌더라 빚쟁이에 쫓긴다더라 온갖 소문이 들려왔지만 진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저를 노렸던 저주굿이.. 무당자신을 향한 저주굿이 되었다는 것을
신에게 벌을 받은 사람은 제가 아니라 바로 그 무당이었던 것입니다. 

무속인의 불문율 깬 무당은 신의 벌 '신벌'을 받은 것이라고요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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