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괴담회 시즌3 / / 2023. 8. 9. 10:55

심야괴담회시즌3 87화 완불사연 소원(할아버지의 구석놀이 강령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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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괴담회 시즌3 87회 2번째 이야기 소원입니다. 이번회는 특이하게 44개 촛불이 모두 환하게 켜진 완불사연이 2개가 연달아 나왔는데요 완불을 기록한 사연중 하나입니다. 
 

심야괴담회87회소원
심야괴담회87회 소원


크래비티의 '원진'님이 게스트로 나와 소개해주신 이 괴담은 제보자 김지원(가명)씨의 아버님이 학창 시절 야구부였던 시절에 겪은 이야기로, 복선과 반전이 몰아쳐 굉장히 흥미로왔던 이야기입니다. 
 

소원_프롤로그

 
1985년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전 고된 훈련도 마다하지 않고 야구에 매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여름방학을 맞아 어느 산골의 수련원으로 2주 동안 합숙훈련을 가게 되었고 어떤 훈련에도 군소리하지 않았던 저였지만 딱 한 가지만은 정말 피하고 싶었습니다. 그건 바로 야간 담력훈련이었습니다. 
컴컴한 시골의 산속의 밤을 가본적이 있나요? 인적은커녕 불빛하나 없고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산길을 달리고 있으면 어디선가 정체 모를 야생동물의 울음소리가 어둠 속에서 퍼져 나왔고 그럴 때마다 저와 동료들은 소리를 지르며 두 눈을 질끈 감고 전속력으로 산길을 내달려 갔습니다. 
 
 

산속의 외딴집

 
한번은 산 중턱쯤 올라갔을 때였나? 어디선가.. 새어 나오는 고소한 기름냄새가 제 코를 찔렀습니다. 
 

'킁킁 이건 전냄새가 분명해!'


"애들아 어디서 부침개 냄새 안나? 이거 해물파전 냄새 같은데"
 
가뜩이나 힘든 훈련 중에 한창 성장기였던 우리들은 늘 음식이 고팠고 어느새  냄새에 이끌려 홀린 듯 샛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엔 작은 외딴집 하나가 있었습니다. 
밖에서 볼 땐 인기척하나 없어 보이는 이 작은 집 근처에 서서 집 주변을 기웃거리고 있는 그때
 
'끼이이익'
현관문이 열리며 할아버지 한분이 나오셨습니다. 이내 소중한 물건을 다루듯 소중히 안고 나온 무엇인가를 자신의 신발옆에 고이 둔 후 집으로 다시 들어가셨습니다. 

'할아버지가 정말 아끼시는건가보다'


뭔가 싶었던  그것의  정체는 바로 여자구두였습니다. 
 
곧이어 다시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할아버지의 손에는 음식이 가득 차려져 있는 밥상이 들려있었는데  그 상에 차려져 있는 전들 에서 나오는 고소한 냄새에 우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마당 안으로 달려갔습니다. 
 
"할아버지 저희는 이상한 사람들 아니고요 훈련온 야구부 학생들입니다. 배가 고파서 그런데.. 밥 좀 얻어먹을 수 없을까요?"
 

낯선이의 방문을 반가워할 사람은 없을것이다


할아버지는 처음에 우리를 경계하듯이 바라보았지만 애교 섞인 친구의 말에 이내 푸근한 표정을 지으며 집안으로 초대를 하셨습니다. 
 
"그래 어서들 들어오려무나"
 

할아버지의 초대에 신이난 우리들


 우리는 할아버지가 차려준 상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고 금세 바닥이 드러났습니다. 그렇게 배가 어느 정도 차고 나서야 방안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별다른 살림살이가 보이지 않았던 작은 방안에는 누군가를 기리는듯한 작은 제사상 하나만 덜렁 놓여있었습니다. 제사상위에는 애 때보이는 소녀의 사진이 놓여있었고 상주변에 켜져 있는 촛불들이 더욱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었습니다. 
 

제사상위에 놓여진 소녀의 사진


"근데 사진은 할아버지 따님이신가 봐요?"
 
할아버지의 따님인가 싶어서 전 대수롭지 않게 물어보자 머뭇거리던 할아버지가 말했습니다. 
 
"예쁘지? 원래.. 이 방이 우리 은진이가 살던 곳이야"
 

"우리 은진이...정말 예뻤지"


너무나 애틋한 표정으로 말하는 할아버지의 쓸쓸한 목소리를 들으니 죽은 딸을 너무도 그리워하는 듯하여 괜히 말했다 싶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밥을 다 먹은 후 우리는 감사인사를 하려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제 손을 딱 잡아채며 나지막이 말했습니다.
 
"학생들.. 학생들은 소원 같은 거 없나?"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제안을 한가지 하셨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놀이

 
"네? 소원이요?"
"이 할아비가 소원을 이루는 방법을 알거든 그런데 이게 4명이 있어야 되는 거야.. 우리 지금 네 명이니까 한번 해보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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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이루는 방법? 이미 거나하게 밥까지 먹은 후라 우리는 할아버지의 간청을 거절하기가 어려웠고 할아버지의 소원을 이루는 방법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방의 각 모서리마다 저희를 한 사람씩 세워둔 후 세 가지 규칙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각 방 모서리에 각자 서 있게 된다.

 


세 가지 규칙


1.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며 한 손은 벽을 짚으며 한 손을 뻗은 채로 직선으로 걸어갈 것.
2. 손에 앞사람의 등이 닿으면 앞사람의 등을 손바닥으로 2번 칠 것 그 자리에 멈춰 설 것 그리고 등에 신호를 받은 사람은 마찬가지로 소원을 빌려 앞으로 걸어갈 것.
3. 꼬리에 꼬리를 이어가되 할아버지가 멈추라는 말을 하기 전까지는 계속 이어갈 것.
 
"내가 나가서 문을 닫으면 너부터 시작하는 거다 알겠니?"
 
할아버지는 시작주자로 절 지목한 후  방을 나가셨습니다.  

할아버지의 촛불이 신호탄이되어 놀이는 시작되었다


불빛하나 없는 방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각 모서리에 서 있는 친구들의 인기척만 들릴 뿐이었습니다. 
 
"애들아 시작한다"
 

첫 주자는 바로 나


전 칠흑같이 어두운 방 안에서 손으로 벽을 더듬더듬 짚으며 천천히 앞으로 나가갔습니다. 한 여덟 걸음쯤 걸으니 제 손에 준영이의 등이 닿았고 전 그 자리에 멈춰 섰습니다. 이후 준영이가 벽을 쓱 쓱 짚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소리가 제 귓가에 들렸습니다.

우리는 한사람씩 신호를 주며 방을 도는 릴레이를 이어나갔다


저희들은 오로지 서로의 등과 손바닥의 감각에만 의지한 채 캄캄한 방안을 말없이 돌고 또 돌았습니다. 
 
처음엔 몇 번 하다 보면 끝나겠지 했는데 그렇게 한참 시간은 흘러갔고 이제 슬슬 숙소로 돌아가야 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멈추라는 할아버지의 신호는 도무지 오지 않았고 할아버지를 부르고 싶어도 도중에 절대 말을 해서는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하셨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계속 방을 돌 수밖에 없었습니다. 
 

네 명 이서는 성공할 수  없는 이유

 
그런데... 갑자기 전 뭔가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첫 주자인 제가 앞으로 가서 준영이등을 치면 준영이는 걸어가서 민우 등을 칠 테고, 민우는 다시 윤기 등을 치게 되는데..
 
'마지막 윤기는 누구의 등을 친 거지?'
우리 네 사람이 방구석에서 돌게 되면 마지막 한자리가 비게 되는데.. 그럼 여태껏 내 등을 친사람은 누구인 거지?


네명이서는 릴레이가 될수 없는 구조의 놀이었다


 
그때 누군가 제 등을 톡톡하고 쳤습니다. 손끝에 닿는 소름 끼치도록 차가운 느낌에 겁에 질린 전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지만 제 뒤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제야 굳게 닫혔던 문이 살며시 열렸고 방안에 빛이 들어오며 우리들은 서로의 위치를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야 김혁재... 너 언제 거기까지 갔어?"
"네가... 방금 어깨 쳤잖아..."
 

내 등을 친 사람은 누구?


서로의 등을 치는 신호만 굳게 믿고 한 칸씩 이동했던 우리들은 서로의 위치를 보고 패닉상태가 되어 몸이 굳은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 숨 막히는 정적을 깬 건 할아버지의 웃음소리였습니다. 
 
"흐흐흐 왔구나! 왔어! "
 

할아버지는 그제서야 환한 미소를 얼굴에 보이셨다


할아버지는 아무도 없는 구석을 손전등으로 비추며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퍼트가 정신이 든 우리는 소리를 지르며 방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공포에 질려 뛰쳐나간 우리들.


정신없이 신발을 욱여신고 있다 나도 모르게 방안 쪽을 쳐다보게 되었는데 액자를 가슴속에 꼭 끌어안은 채 빈방 안에서 활짝 웃고 있는 할아버지가 보였습니다.
 
"은진이 어디 있니?"
 
죽은 딸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이리저리 방안을 돌아다니는 할아버지의 어깨 뒤로  분명 사진 속에 있던 여자가 제 눈에 보였습니다.   

'저사람은 분명히 할아버지의 딸이야 '


머리에 쥐가 나는듯한 공포를 느끼는 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산길을 내달렸고, 우리 모두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숙소에 돌아와서도 그 일에 관한 어떠한 말도 절대 꺼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나흘째가 되던 밤 훈련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도망쳐.."
 
저 밖에 없는 복도에서  어디선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뒤를 휙 돌아봤지만 텅 빈 복도에서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잘못 들었나 하고 다시 걸음을 재촉하려는 그때,
얼음장같이 차가운 하얀 손이 제 등 뒤에서 뻗어 나와 제 머리를 힘껏 잡아당겼습니다. 

내머리를 움켜쥔 힘은 상상할수 없을정도로 강했다


어마어마한 손힘에  제 고개는 저항도 못하고 뒤로 확 젖혀지는 순간 손의 주인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공허한 눈,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저에게 도망치라며 절규하는 여자는 분명 액자 속 사진의 주인인 할아버지의 죽은 딸이 분명했습니다.

"도망쳐!!!!"


여자의 비명소리에 귀가 찢어질 듯 아파왔고 꺾인 목덜미의 고통, 그리고 귀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통증에 저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알게 된 진실

제가 눈을 뜬 건 다음날 아침이었습니다. 전 당장 그 길로 코치님에게 달려가 집에 보내달라고 울며 사정을 했습니다. 제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 느낀 코치님은 수련원 관리실 전화기를 빌려 저희 부모님께 연락을 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전화통화를 옆에서 가만히 듣고 계시던 관리인 아저씨가 펄쩍 뛰며 놀라시며 저에게 물으셨습니다. 
 

심상치 않은 표정의 관리실 아저씨


"아니 학생 산에 갔었어?"
"네... 왜요?"
"아니. 몇 년 전에 이 동네에 처녀 하나를 납치해서 몹쓸 짓 한놈! 그놈이 징역 살고 나와서 그 산에 들어가 살고 있잖아 지금!"


"네?" 
 
순간 산에서 있던 일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생각해 보니 애타게 은진이를 부르짖던 할아버지는 한 번도 그 여자를 자신의 딸이라고 말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열여덟 살이었던 소녀를 납치했던 그놈은 바로 그 할아버지였습니다.
 
저희 야구부는 이 사실을 알고 그 즉시 훈련을 접고 바로 복귀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후 다행히도 그 여자는 제 눈앞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생전에 몹쓸 짓을 당하고 죽은 피해자의 영혼을 강령술로 불러 죽은 혼이라도 끝까지 자신의 옆에 붙여놓게 하려던 소름 끼치는 집착이 바로 할아버지의 소원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은진아!! 어디있니!!!"

  

소원_ 그 후의 이야기(에필로그)

할아버지가 시켰던 것은 '구석놀이'라는 놀이로 귀신을 불러내는 강령술 중의 하나입니다. 사연자의 가족이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며 그때당시 그 놀이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몇십 년을 지내오다 알게 된 사연 자는 그 차가운 손길이 아직도 느껴진다며 소름 끼쳐했다고 합니다. 

 


 사실 사각의 방 한편에 네 사람이 서 있고 한 명씩 돌아가며 교대하는 이야기는 저도 몇십 년 전에 보았던 무서운 이야기들 중에 하나였습니다. 이 놀이는 네 명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는 놀이입니다.  네 명이서 그렇게 밤새 돌다 서서히 깨닫게 되는 거죠 이 놀이는 다섯 명이 있어야 할 수 있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심야괴담회에 이 이야기가 나와서 약간 식상한 느낌을 받았지만 이후의 반전이 훨씬 소름 끼쳤던 사연이었습니다. 

 

심야괴담회 소원 영상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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