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괴담회 시즌3 93회 첫 번째 이야기는 수상한 이웃입니다.
전주에 살고 계신 이찬영(가명) 씨께서 보내주신 사연으로 이야기는 찬영 씨의 시점으로 시작이 됩니다.
복도식 아파트로의 이사
2009년 9월 저희 가족은 갑작스럽게 이사를 하게 됐습니다. 아버지의 인사발령으로 인해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저는 한동안 낯선 동네와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느라 아주 정신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사를 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학원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저희 아파트는 주차장 옆쪽에 분리수거장이 있었거든요. 아이스크림을 먹고 남은 쓰레기를 버리고 가기 위해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분리수거장 한쪽에 어떤 여자가 쭈그리고 앉아 있는 거예요.
혼자 뭐 하나 싶어서 슬쩍 봤는데 사료와 물이 담긴 그릇을 앞에 두고 있었습니다. 아마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는 것 같았죠 그걸 보고 '저분'이구나 싶었어요. 분리수거장에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는 아줌마가 계신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이웃과의 만남
"고양이 밥 주고 계셨구나? 안녕히 계세요!"
인사하고 지나려던 그때
"나랑 같이 놀래? 나랑 놀자.. 우리 집에 가자!"
뜬금없는 대답에 그제야 저는 아주머니의 모습을 찬찬히 훑어볼 수 있었습니다. 나이는 40대 중반처럼 보이고 며칠 안 씻은 사람처럼 되게 꾀죄죄해 있었습니다. 게다가 머리도 안 감았는지 헝클어져서 눈을 가리고, 진하게 풍겨오는 알 수 없는 냄새까지.. 좋은 일 하시는 분 같긴 한데 어쩐지 조금 껄끄러운 느낌이었습니다. 전 아줌마를 피해서 얼른 공동현관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앞에 섰는데 하필 점검 중이라 오늘 진짜 무슨 날인가 싶었죠.
저희 집이 6층이었거든요. 전 투덜투덜거리면서 계단으로 향했습니다.
아줌마의 이상한행동
그런데 어느새 그 아주머니가 절 따라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아줌마도 여기 사시나 싶다가도 영 수상하더라고요.
빨리 집에 들어가야 된 생각에 두 칸 세 칸씩 빠르게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아주머니가 계속해서 제 뒤를 쫓아오는 거예요.
드디어 도착한 6층 집 앞. 현관문까지 얼른 뛰어가 비밀번호를 누르며 뒤를 돌아보니 아주머니는 다행히 보이지 않았습니다.
곧 도어락이 해제되는 소리가 났고 문고리를 급히 돌리는데,
"나랑 놀자!"
6층 복도 끝에 들어선아주머니가 제 쪽으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다급히 문을 열려는데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질 않는 거예요. 점점 가까워지는 거리에 두려운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그런데 별안간 아줌마가 바로 옆집인 606호 문 앞에 멈춰 섰습니다.
때마침 저희 집 현관문이 열렸고 전 재빨리 집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절 보고 엄마가 왜 그러냐면 걱정스럽게 물었고 전 엄마에게 혹시 606호에 사는 아줌마 데 대해 아는 것이 있냐고 물어보았죠
" 글쎄? 그러고 보니 606호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긴 하네?"
진짜 이웃인가 찝찝한 마음이 끝까지 가시질 않았지만 그날은 그냥 그렇게 넘어갔습니다.
복도에서 느껴진 냄새
며칠 후 늦은 밤 집으로 돌아왔을 때였죠 엘리베이터에서 복도를 걸어오는데 코를 찌르는 악취가 복도에 가득했습니다. 이 냄새는 분명 지난번에 아줌마를 마주쳤을 때 맡았던 냄새였습니다.
킁킁거리며 집 앞으로 가는 복도를 걷고 있는데 606호 문이 살짝 열려 있는 것이 보였고, 열린 현관문틈으로 아주머니가 보였습니다.
아줌마는 무언가를 품에 꽉 끌어안고 절 지켜보고 있었는데 저도 모르게 자세히 그걸 들여다보니 축 늘어져서 거친 숨을 내쉬고 있는 고양이였습니다. 전 등줄기가 뻐근해지면서 머리카락이 쭈뼛서는 듯한 느낌에 빠르게 복도를 달려 집으로 도망쳤습니다.
관리소에 민원제기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부모님께 조금 전 상황을 횡설수설 설명했습니다.
"냄새? 아까 저녁까지만 해도 안 그랬는데 당신 혹시 무슨 냄새 맡았어요? "
"찬영이 너 공부하기 싫으니까. 또 쓸데없는 장난치는 거 아니야?"
하얗게 질린 얼굴로 절대 아니라며 울먹이는 저를 본 두 분은 그제야 심상치 않다 여기시곤 어떻게든 아줌마를 만나서 단판을 지어야겠다면서 사흘 밤낮으로 606호를 찾아가셨지만, 끝까지 아줌마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저희 가족은 결국 아파트 관리소에 찾아가서 민원을 넣었는데 집에서 나는 악취 때문에 이미 여러 건의 민원이 들어온 상태였습니다. 어쨌든 뭐 관리소에서 나서겠다 싶어서 좀 더 기다려 보기로 했죠. 그리고 그날 밤 전 엄마 심부름으로 편의점에 다녀오기 위해서 집을 나섰습니다.
아주머니의 수상한 행동
현관 복도를 걷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바로 606호의 아주머니였죠 마주치기 싫었던 전 가까운 계단으로 재빨리 내려가 아주머니가 떠나기를 바라며 몸을 숨긴 채 아줌마를 지켜봤습니다. 엘리베이터 앞에선 아줌마는 신이 난 듯 고개를 까딱거리면서 흔들고 있었어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까, 아주머니가 들고 있던 쓰레기봉투 밑으로 검붉은 액체가 떨지고 있었는데 그건 바로 피였습니다.
검 붉은 피는 복도 바닥에 점점 고이고 있었어요.
'도대체 쓰레기봉투 안에 뭐가 들어있는 거지?'
제가 여기 있단 걸 절대 들키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빠르게 어두운 계단을 내려가는데 다시금 여자의 슬리퍼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순간 위를 올려다보니 위층 계단에서 아주머니가 날 노려보며 말했습니다.
"봤네?"
그 말과 함께 엄청난 속도로 아주머니가 계단을 뛰어내려왔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엄청난 공포에 정신없이 뛰어내려 가다 보니 어느새 1층 공동현관이 보였어요.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출입구로 발을 내딛는 순간 입구 계단에서 저는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정신없이 굴러 떨어져 눈앞에 아스팔트 도로만 보이는데, 순간 정말 거짓말처럼 절 쫓아오던 슬리퍼 소리도 아줌마의 목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습니다. 의아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는 순간
"잡았다"
606호 아주머니는 제 눈앞에 칼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절 향해 칼을 내리꽂는 순간 날카로운 고통과 함께 전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밝혀진 진실
정신이 들어 눈을 떠보니 전 제 방 침대 위였고 엄마께선 절 걱정스레 내려다보고 계셨어요. 화들짝 놀라 허리 쪽을 이렇게 쓸어봤지만 몸엔 상처는 없이 멀쩡했습니다. 엄마께 여쭤보니 공동 현관에 혼자 쓰러져 있는 저를 새벽에 발견하셨다는 거예요.
"그 아줌마! 아줌마가 날 칼로 찌르려 했어!"
엄마는 크게 놀라시며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아니 그 집 기척이 없어서 아까 관리소에서 경찰 불렀거든. 근데 글쎄 그 집 아줌마 집에서 혼자 돌아가신 지가 1주일 정도나 됐다더라고. 옆집인데 진짜 께름칙하네.."
606호에서 일어난 일
시체와 함께 방치된 집은 그야말로 지옥 같았다고 합니다. 집안이 온통 쓰레기와 악취, 벌레로 가득했대요 그런데 더욱 충격적인 건 바로 냉장고 안이었습니다. 웬 신문지로 싸인 것들이 냉장고에 가득 쌓여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부위별로 보관된 토막 난 고양이 사체였습니다. 그리고 신문지 위에 부위들의 이름이 몸통, 머리, 팔 이렇게 구분해서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보통 동물한테는 팔이라고 하진 않잖아요. 그런 걸 보면 혹시나 다른 대상한테 하기 위한 예행연습 그런 게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만약에 아주머니가 돌아가시지 않고 그 일을 끝까지 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열린 문틈 사이로 나던 끔찍한 죽음의 냄새가 잊히지 않습니다. 저는 죽은 아줌마의 환영을 봤던 걸까요? 끔찍한 자신의 범행을 목격한 저에게 아줌마는 무슨 짓을 하려고 했던 걸까요?
-FIN-
수상한 이웃 _그 후의 이야기
복도식아파트에서는 마주칠 수밖에 없는 이웃집에 대한 괴담이라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찬영 씨의 부모님도 살짝 꺼림칙하셨는지 일이 있고 얼마 안 돼서 바로 이사를 나와버리셨대요 사건 직후에는 고양이 울음소리만 들어도 약간 경기를 일으킬 만큼 그 일이 찬영 씨한테는 되게 큰 트라우마였는데 그래도 현제는 시간이 좀 지난 탓인지 많이 괜찮아지셨다고 합니다.
심야괴담회 시즌3 93화 수상한 이웃은 황제성 씨가 읽어주신 사연으로 총 27개의 촛불이 켜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