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괴담회 시즌3 98회 두 번째 이야기는 '또 다른 가족으로' 게스트로 길해연 씨가 출연해 사연을 읽어 주셨는데요 남다른 연기와 톤으로 몰입감이 엄청났던 이야기로 98회 우승의 지분은 사연보단 길해연 님의 연기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또 다른 가족'은 울산에 사는 결혼 3년 차 부부가 보내주셨는데요. 행복한 신혼생활을 막 시작하던 중 남편이 무서워서 도저히 같이 못 살 거 같다는 생각에 이혼해야겠다고 결심까지 했었다고 합니다. 남편은 숨길 수 있었으면 계속 숨기고 싶었지만 아내의 이혼요구에 사실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데요 함께 사는 것이 공포 자체였던 남편과의 신혼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아내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행복한 신혼부부
2021년 가을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일입니다. 우리 부부의 신혼집은 보증금 500에 월세 60으로 살림살이도 죄다 자취하면서 쓰던 것들이었죠. 비록 넉넉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저는 남부러울 곳이 없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내 편 우리 남편이 있었으니까요.여지껏 짜증 한 번 낸 적 없는 온화한 성품에 저밖에 모르는 사랑꾼.. 하지만 처음 만난 날 남편의 첫마디에 얼마나 놀랐던지요.
"안녕하세요. 이소영입니다."
다부진 체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남편의 이름은 '이소영' 드센 팔자를 타고난 탓에 기를 누르기 위해서 특별히 받은 이름이랍니다. 저는 평소 미신 따위 믿지 않았기에 코웃음을 쳤지만 제 오만이었을까요? 어느 날부터 우리 남편 소영 씨가 몰라보게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의 이상한 행동
퇴근한 남편을 반갑게 맞았는데 그이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현관 앞에 서 있는 겁니다. 그것도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말이죠.의아해서 가까이 다가가자 저를 밀쳐내고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습니다.
그리곤 온 집안에 썩은 내가 난다며 거실 화장실 다용도실까지 구석구석 냄새 맡는데 냄새 맡던 남편이 제가 말릴 새도 없이 쓰레기통을 마구 해집기 시작했습니다. 화를내며 더러운 내용물을 포함해 손으로 휘젓고는 당장 방으로 들어가라며 고함을 쳐댔습니다. 처음 보는 모습에 놀라 저는 도망치듯 안방으로 뛰어들어갔 숨죽인채 있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밥 먹자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으면서 남편이 들어왔습니다. 대체 왜 그런 건지 좀 전의 상황을 물어봤지만 그에 대해선 입을 꾹 닫은 채로 말이죠.
말을 말자며 전 그대로 침대에 몸을 뉘었습니다.그런데..
"당신 자리 거기 아니잖아 안쪽으로 안 들어가?"
짜증스럽게 날아온 남편의 목소리. 자신이 바깥쪽에 누워서 자야 된다고 집착하며 화를 내는데. 침대자리에 이렇게 화를 낼 일인가요?
저도 오기가 발동해 더더욱 침대 안쪽으로 들어가기 싫다고 싸우게 되었습니다. 그날밤 우리 부부는 결혼하고 처음으로 각방을 쓰게 되었죠.
다음날 남편은 제게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출근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에도 다음 밤에도 남편은 안방이 아닌 거실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절 피하는 듯한 남편의 태도가 어찌나 야속하든지 결국 화가 폭발하고 말았죠.하지만 남편은 대답 없이 저를 투명인간 취급할 뿐이었습니다.
남편이 미친걸까?
답답하고 서운한 마음에 잠이 올 리가 있나요? 침대에 누워 한참을 뒤척이고 있는데, 거실에서 남편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겁니다. 난 정말 심각한데 말이죠 기가 차고 어이가 없어 곧장 거실로 나갔고 눈앞에 펼쳐진 충격적인 광경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남편이 거실 한가운데 양팔을 크게 벌린 채 미친 듯이 웃으며 고개를 마구 흔들고 있는 겁니다.
저러다가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아 남편에게 다가가자 절 노려보며 당장 안방으로 들어가라고 소리치더라고요 놀란 전 도망치듯 안방으로 피신을 했습니다. 대체 방금 본 게 뭔지..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남편의 기이한 행동에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더군요. 누구에게 하소연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차마 입 밖으로 남편이 미친 것 같다는 얘기를 꺼낼 엄두가 나질 않았죠
보고도 믿을수 없는 일
각방 생활을 한 지 한 달째.. 더이상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사건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그날은 새벽 두 시가 넘도록 남편이 집에 들어오질 않았습니다. 기다리다 지쳐 선잠이 든 찰나 언제 들어온 건지 남편의 고함소리가 거실에서 들리고 있었습니다. 놀라 일어나자 바닥엔 널브러진 옷들과 엉망이 된 옷장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닥의 옷들은 열린 방문 너머 거실까지 이어져 있었고, 거실로 나간 순간 눈을 의심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습니다.
거실 한가운데 마치 무덤처럼 쌓인 옷더미와 양손에 옷을 움켜잡고 이를 악물며 끌어당기고 있는 남편
"감히 어딜 놈 봐 이거 안놔!!"
죽어도 빼앗길 수 없다는 듯 사력을 다해 옷을 붙잡고 있었는데, 누가 옷을 훔치려는 거지 조심스럽게 반대쪽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없었어요...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정신이 혼미해지려는 찰나 남편의 줄다리가 위태로워졌습니다. 그이가 더는 버티지 못하고 앞으로.. 앞으로 끌려가기 시작했죠 그대로 두었다간 뭔가 큰일이 날 것만 같아 남편의 이름을 외치며 남편을 뒤에서 힘껏 끌어당겼습니다. 그러자 옷을 당기던 기괴한 힘이 거짓말처럼 사라졌고 우린 쌓여있는 옷더미로 쓰러졌습니다.
"당신 나한테 숨기는 거 있지? 이 옷들은 또 뭐고 이게 다 뭐냐고 이게 사는 거야? 나도 도저히 이렇게 같이 못 살아"
이혼까지 거론하자 그제야 남편의 무거운 일이 열리더군요. 한 달 넘게 그 사람 혼자 알고 있던 비밀... 그건 바로 우리 집에 또 다른 가족이 살고 있던 사실이었습니다.
남편이 털어놓은 진실
남편과 제가 처음 집을 보러 갔었는데 남편눈에 거실 한쪽 구석에 가족이 다 보였다고 합니다. 아주 창백한 모습에 젊었기도 하고, 어린아이까지 있었는데, 자기들을 보나 안 보나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는 걸 보고 사람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고 합니다.
남편은 사실 예전부터 가끔 귀신을 좀 보긴 했었는데 딱 보면 순간 사라지고 끝이었었지만 이번에는 일주일이 넘도록 계속 보이고 그 뒤로는 아예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전 이사할 때 남편이 제게 부탁한 두 가지 조건이 떠올랐습니다. 무조건 침대 안쪽에서 잘 것 혼자 있을 땐 안방에 들어가 문을 잠글 것! 하지만 남편은 내가 당부를 어기자 불안해서 거실로 나가 저를 지키려고 했는데, 귀신 가족들의 괴롭힘이 시작이 됐다고 합니다.
얼마 전 양팔을 벌린 채 채 숨이 넘어가라 웃었던 일도 귀신가족들에게 몸을 꽉 붙잡힌 채 간지럽힘을 당했던 거고, 한밤중 옷을 뺏으려고 했던 것도 그 귀신가족의 일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결국 이사를 결심했고, 떠날 날만을 손꼽아 기다던 어느 날.남편의 야근 때문에 홀로 집에 있던 늦은 밤이었습니다.
귀신가족의 활개
겁이 나서 안방문을 잠근 채 시계만 바라보고 있는데, 현관 도어록소리가 들렸습니다.
남편이 왔나 보다 안도하며 안방문을 열려는데..
온 집안을 돌아다니는 시끄러운 발소리와 함께
"없다!! 없다!! 크크 크큭"
아무도 없어 기쁜 듯이 웃는 귀신가족의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두려움에 휩싸여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핸드폰에 전원이 꺼지더니 켜지질 않는 겁니다.
"뭐야 왜 안 되냐고!"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소리를 낸 순간.. 집안에 올리던 시끌벅적한 소리가.. 순간 조용해지더니
"있다!! 있다!!! 여기 있다!!!"
방 안으로 들어오려는 갑자기 안방문이 미친 듯이 덜컹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공포로 인해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귀신을 분노를 산 남편
그 길로 우리 부부는 수소문 끝에 용한 무당집을 찾아갔습니다.
"여기 발 묶인 지방령이 있어"
무당이 말하길 그냥 가만뒀다면 별문제가 없었을 텐데 남편이 귀신들을 쫓아내려고 하는 바람에 크게 분노를 사고 말았고, 저희가 그 집을 떠난다 해도 화가 난 귀신들이 계속 쫓아올 수도 있다고 했죠 무당이 알려준 비방은 이랬습니다.
하루빨리 그 집을 나갈 것 , 죽은 영혼이 입는 한복과 꽃신을 준비해 조용한 곳에서 태우라는 것이었죠.
저희는 곧바로 집 뒤편에 있는 공터로 가 옷가지를 불에 넣으며 좋은 곳에 가시라고 간절히 빌었습니다.
다행히 그 귀신가족들은 그 이후로 더 이상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사 온 지 이제 갓 2년이 흐른 지금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예쁜 아기 천사가 찾아왔어요. 그런데 요즘 들어불현듯 떠오르는게 있습니다. 제 남편의 센 팔자가 아들에게 대물림 되는건 아닐까.. 또다른 귀신가족들과의 동거.. 더이상 일어나지 않겠죠?
-FIN-
또다른 가족 _그후의 이야기
처음부터 좀 다른 집을 구했으면 좋았을 텐데 사실 전에 이미 집을 엄청 많이 봤는데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괜찮은 집이 하나도 없었다고 합니다. 다 낡고 더러운 집들 뿐이었죠 근데 이 집만 오랫동안 사람이 안 살았다는데 리모델링을 해가지고 너무 깨끗했던 거예요. 그러니까 아내가 이제 보고 온 너무 마음에 들어가니까 어차피 어디서 살아야 될 집인데 귀신이 있다고 말하기가 곤란해서 남편분이 그랬다 뭐 솔직히 이제 귀신이 이렇게까지 괴롭힐 줄 몰랐던 거죠.
일단 초등학교 때부터 남편분은 귀신을 봐왔고요. 인생의 우여곡절이 정말 많았더라고요. 어머니가 자신을 임신했을 때 무당이 애 낳으면 아버지가 급사한다... 팔자가 세다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하는데 진짜 태어나기 직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자신을 낳고 얼마 안 돼서 집을 나가셨는데. 재혼해서 자녀를 낳고 잘 사시는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근데 성인이 되고, 나서 찾아보니까, 절에서 살고 계시더라고요. 알고 보니 재혼하고 나서도 돌아가신 아버지가 어머니 주변을 계속 맴돌았다고 합니다. 지금 아이가 태어났는데 혹시 팔자를 물려받지 않을까 해서 지금 그게 제일 걱정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들 낳고 조리원 나오자마자 이제 용한 작명소 찾아가 건강하고 무탈하게 잘 자라라고 좋은 이름 의뢰해 놓은 상태라고 하네요.
심야괴담회 98회 길해연 씨가 읽어주신 또 다른 가족은 43개의 촛불이 켜져 98화 우승을 차지한 사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