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괴담회 시즌3 97회 세 번째 이야기는 이름이 뭐예요입니다.
보통 우리는 처음 만난 사이면 자연스럽게 통성명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마냥 늦은 밤 길을 걷다가 마주친 누군가가 "이름이 뭐예요?"라고 물어보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번사연의 주인공인 송나연(가명)씨께는 고등학생 시절 낯선 이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은 후 평생 잊을 수 없을 만큼 무서운 일을 겪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나연 씨의 시점으로 진행이 됩니다.
낯선 여자로부터 받은 질문
제 이름은 송나연 친구들은 예쁜 제 이름 대신 갖은 별명으로 절 불렀어요. 홍사리, 송나, 나발이, 송충이, 전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12개인 삶을 살았죠 제가 파워 대문자 E 인 외향형 인간이라 친구가 엄청 많은데요. 그러다 보니 이름의 별명까지 하루에 수십 번은 불렸어요. 이런 핵 인싸인 제게도 우울한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고3 이란 지옥에 갇혀버렸거든요. 아침부터 밤까지 학교와 학원의 쳇바퀴를 도는 일상이 반복했습니다.
그날도 학원을 마친 늦은 밤이었는데 혼자 텅 빈 골목을 걸어가는 중 등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어요. 이럴 때 괜히 좀 신경이 쓰이잖아요. 조금 빨리 발걸음을 재촉했죠. 그런데 뒤에서 들리는 발소리도 같이 빨라지는 거예요. 싸한 기운에 멈춰 서는 순간..
"이름이 뭐예요?"
어떤 여자가 등뒤에서 제 이름을 물어보는 거예요. 천천히 돌아봤더니, 누가 우리 학교 교복을 입은 채 고개를 푹 숙인상태로 서 있는 겁니다. 우리 학교 학생이 이라 약간 안심을 하는데
"이름이 뭐예요?" 또다시 제 이름을 묻는 거예요 아무리 같은 학교 학생이라도 낯선 사람에게 누가 냉큼 이름을 말해주겠어요. 전 여자를 피해 얼른 골목을 빠져나왔습니다.
한참을 가다 돌아보니 여자는 더 이상 보이질 않았어요. 전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남자친구와 막 연결된 순간 저는 깜짝 놀라 핸드폰을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아까 그 여자가 어느새 제 앞에 가로막고 서 있었거든요.
"이름... 이름이 뭐예요?"
전 절대 대답하면 안 된다 싶었죠. 여자에게서 한 발 한 발 멀어지며 주춤주춤 뒷걸음치는 순간
"나연아? 야 송나현! 너 괜찮아?"
떨어진 핸드폰으로 남자친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제 이름이 불려진 순간 여자는 웃기 시작했고 소름이 끼친 전 급히 핸드폰을 집은 후 집으로 달렸습니다.
누군가 날 따라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여자는 더 이상 절 따라오지 않더라고요. 집에 도착 후 전 곧장 제 방에 들어가서 SNS를 켰어요. 학교 친구 후배까지 SNS를 샅샅이 뒤져봤지만 그 여자의 흔적은 보이질 않았어요. 그때 엄마가 과일 먹으라며 절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대답을 하려는 그때
"네! 나갈게요"
누가 저 대신 대답을 하는 거예요 제 목소리와 똑같은 목소리로 말이에요. 순간 너무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데, "또 대답만 하고 안 나오지 빨리 나와" 엄마가 제 방문을 열고 혀를 끌끌 차셨습니다.
저는 엄마를 따라 나가면서 단지 묘한 일이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며칠이 지나 늦은 밤. 제 방에서 앱을 켜고 신나게 셀카를 찍고 있는데, 제가 쓴 강아지 필터가 하나 더 생기는 거예요. 필터가 생긴 곳은 아무도 없는 방문 앞.. 얼굴 부분은 텅 빈 채 강아지 귀와 코만 둥둥 떠 있었어요.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봤더니, 방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잘못 본 건가 다시 손에 든 핸드폰 화면을 확인했죠. 그런데 얼굴이 텅 빈 필터가 저를 향해서 점점 다가오는 거예요. 당황하는 잠깐 사이 필터는 어느새 제 얼굴 바로 옆에 있었어요. 필터가 생긴 쪽을 확 돌아봤더니, 제 양말.. 교복.. 절 그대로 따라 하고 있는 형제가 있는 거예요. 놀란 제가 얼굴을 확인하려는 순간 엄마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셨고 절 따라 하던 형체는 어느샌가 사라졌습니다.
그날부터 전 절 따라 하는 귀신이 나타날까 두려운 나날을 보냈어요.
노래방에서 생긴일
얼마 후 친구 지영이의 생일날이었습니다.
1차는 코인노래방. 친구들의 성화에 결국 저도 노래를 불렀어요. 그런데 노래를 시작하고부터 자꾸 저를 따라 노래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전 밖으로 나가서 소리를 쫓아갔습니다.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건 복도 끝방이었어요. 조심스레 방 안으로 들어선 순간 문이 갑자기 닫쳤고 문바깥 창문으로 앞에 웬 여자가 서 있는 게 보였습니다. 여자의 몸은 저를 향해 있었는데 머리는 180도 돌아간 상태였습니다. 이 흉측한 형제의 가슴엔 '송 나 연' 제 이름이 적힌 명찰이 달려 있었어요. 복도에서 친구들이 절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눈앞에 뒤통수가 조금씩 점점 돌아가면서 여자의 얼굴이 보였는데요 귀신의 얼굴이 바로 제 얼굴이더라고요
공포심에 질린 전 문을 두드리며 나 여기 있다고 소리쳤는데요 제 얼굴을 한 그 귀신이 제 행동 제 목소리를 그대로 따라 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이 끔찍한 광경에 결국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눈을 떠보니 노래방 천장이 보였고 친구들이 절 흔들어 깨우고 있더라고요. 이날 이후 저와 똑같이 생긴 이 형제는 누군가가 제 이름을 부를 때마다 나타나서 절 따라 했어요.
이름을 바꾸다
결국 전 제 이름을 지어주신 스님을 찾아갔는데 스님이 절 보자마자 하시는 말씀이
"이름을 뺏겼어..."
사람이 아닌 것에 이름을 뺏겼는데 가져간 이름으로 내 흉내를 내고 있다 하시면서 귀신을 그대로 두면 제가 죽는다고 하셨습니다. 사람 이름엔 기운이 있다는데요. 제 이름이 불릴 때마다 저의 기운이 귀신에게 전해지고 있었던 거죠. 전 제 소중한 이름을 바꿔야 했습니다. 스님은 제게 좋은 기운이 담긴 새 이름을 지어주셨고요. 새 이름의 기운이 담긴 부적도 주셨어요. 한 달간 새 이름은 가족들끼리만 쓸 것, 그리고 그동안 꼭 부적을 몸에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당부하셨어요. 다행히 그날 이후 제 얼굴을 한 형체는 보이질 않았습니다.
이름이 뭐예요?
그렇게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늦은 밤 티브이를 보다 거실 소파에서 잠이 들었는데
"이름이 뭐예요?"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어요. 눈을 확 뜨자 눈앞에 제 이름을 빼앗아 갔던 여자가 있었어요. 다시 처음 제게 이름을 물어볼 때의 모습이었죠.
"이름이.. 뭐예요?" 쉴 새 없이 제 이름을 묻기 시작했어요.
전 스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입을 꾹 닫고 두 귀를 틀어막았죠 그때 여자가 절 보면 씩 웃는 거예요. 조금씩 품속의 부적을 향해 다가왔어요. 전 부적을 꽉 진 채 온 힘을 다해 버텼습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현관벨소리에 저는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정말 다행히 이 모든 게 꿈이었던 겁니다.
엄마가 왔나 문을 향해 다가가는데 택배 기사님이더라고요 문 앞에 두고 가달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런데..
"서명을 받아야 돼서요 나와서 사인 좀 해주세요."
귀찮다는 생각을 하며 무심결에 택배를 받으러 나가다가 그대로 멈춰 섰어요. 생각해 보니까, 택배 받을 때 서명은 잘 안 하잖아요. 덜덜 떨면서 문구멍으로 밖을 내다봤더니, 빙글빙글 뭔가를 찾는 듯 굴러가는 눈동자와 마주쳤습니다. 순간 문을 열려는 듯 미친 듯이 몸고리가 흔들렸고 전 문고리를 움켜잡고 버텼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주변이 고요해지고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을 때 엄마한테 마침 전화가 왔습니다.
"어.. 엄마?"
하지만 저는 그 뒤로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어둠 속 저를 향해 서 있는 여자가 보였거든요.
몸이 언 듯 꼼짝도 못 하게 된 상태에 핸드폰 속에서 엄마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나연아? 아니다. 세아.. 세아야! 엄마 이제 출발해 "
어둠 속 여자가 또 웃기 시작했습니다. 전 새 이름으로 무사히 살아갈 수 있을까요?
- FIN-
이름이 뭐예요? 후기
이사연도 현재진형형인 사연인데요 귀신이 택배기사로 둔갑을 해서 또 나타난 거고. 거기서 계속 귀를 대고 결국 새 이름을 알아낸 것 같습니다.
원래 개명을 하게 되면 무조건 이름을 많이 불러줘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야 이름에 힘이 있어진다고 하거든요. 하지만 나연 씨는 그와 정 반대의 상황이니 많이 힘드실 것 같습니다. 학교를 가도 은행을 가도 병원에 가도 계속 자기 이름이 불리니까 되게 답답했다고 하시네요.
심야괴담회 시즌3 97화 이름이 뭐예요? 는 김아영 씨가 소개해주셨으며 총 25개의 촛불이 켜진 사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