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괴담회 시즌3 83화 두 번째 괴담 큰 이모집입니다.
배우 오대환 씨가 들려주신 이야기로 심야괴담회 시즌3 첫 완불사연으로, 20년 전 김성민 씨(가명) 나이가 12살이었던 시절 겪었던 사연입니다.
큰 이모집_프롤로그
2003년 7월 초등학교 5학년 여름방학은 특별했습니다.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이모가 절 대신 돌봐주시기로 했고 제가 너무 좋아하는 이모댁은 버스가 2시간에 한 대씩 오는 시골에 있었습니다.
하얀색 새 운동화를 신고 설레는 마음으로 이모네 집에 도착을 하자 이모와 이모부가 반갑게 맞아 주셨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제일 보고 싶었던 것은 한 살 많은 사촌형 정후형이었는데 몸이 안 좋았던 형은 명절에도 보지 못했다가 2년 만에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몸이 좀 나아졌는지 내 하얀 신발을 장난스럽게 밟아 대는 예전의 장난꾸러기 형과 같았습니다.
형과의 반가운 재회로 신나 있는데 별안간 하얀 소복을 입으신 할머니 한분이 별채에서 나왔습니다.
처음 보는 낯설 할머니였는데 마당 한편에 서서 절 빤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성민아 정후형 할머니 셔 처음 뵙지?"
할머니는 이모의 시어머니 바로 이모부의 어머니였습니다.
이모의 말을 듣고 할머니에게 꾸벅 인사를 했지만, 할머니는 절 본체만체 다시 별채로 들어가 버리셨습니다.
"할머니가 편찮으셔서 그래 이모랑 약속 한번 할까? 이모 없을 땐 할머니랑 이야기하면 안 된다"
이모와의 약속을 지키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별채에서 거의 나오지도 않으셨기에 얼굴 한번 보기도 힘들었기 때문이었죠
이모부와의 보물찾기
그렇게 저는 이모집에서 12살 인생 최고의 촌캉스를 시작했습니다.
이모가 해준 밥을 배불리 먹고 정후형과 구슬치기 등 하루종일 신나게 놀았죠
이모부는 좀 특별하게 놀아주셨는데 그건 바로 보물찾기였습니다. 이모부가 나무상자를 숨겨놓으면 제가 가서 찾아오는 놀이였죠
신나게 상자를 찾아 뒷산에 오르다 보니 나무상자 한 개가 눈에 띄었습니다.
"앗싸 찾았다!"
바로.. 이모부가 숨겨놓으신 나무상자였습니다.
"이모부한테 맛있는 거 사달래야 지"
이 보물은 뭘까? 우쭐하며 상자를 열어보았는데 그 안엔 작은 손톱... 부적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인형등 왠지 열어선 안될 것 같은 느낌이 순간적으로 들었습니다.
깜짝 놀라 상자를 닫으려는 순간 눈앞에 별채의 할머니가 서 계셨습니다.
익숙한 얼굴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데.. 왜 할머니 혼자 외진 산속에 계신 건지?'
왠지 오싹한 느낌이 감돌기 시작하는데 할머니가 절 보며 중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넌... 죽을 거야.. 넌 죽어야 돼.."
아프시다는 할머니라 이상한 말을 하시는 건가 싶었는데
순간 할머니와 단둘이 이야기하지 말라는 이모와 한 약속이 떠올라 저는 할머니를 뒤로한 채 황급히 산을 뛰어 내려갔습니다.
집에서 다시 만난 할머니는 여전히 절 본체만체하며 예전과 똑같이 대하셨고 저 또한 산에서 있었던 일은 금방 잊은 채 다시 신나는 나날들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모부의 장난
며칠이 지나 늦은 밤 이모부가 갑자기 드라이브를 가자고 하셨습니다.
몸이 안 좋은 사촌형이 집에만 있어 답답해할까 봐 같이 바람을 쐬러 가자고 하는데, 어딘가 이상한 야간드라이브였습니다.
어디를 향하는지도 모른 채, 차 안은 대화 하나 없이 정적만 가득했습니다.
한참을 달라더니 별안간 갑자기 멈춰 선 차.
"차가 왜 이러지? 밖에 뭔가 걸렸나? 성민아 내려서 차 좀 밀어줄래?"
차가 멈춘 곳은 칠흑같이 어두운 산길이었고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는데, 사방이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었습니다.
마치 별을 뿌려놓은 것처럼.. 예쁘다 하고 빤히 들여다보는데..
'이게 뭐지?'
산속에서 빛나는 것들은 바로 날이 선 칼날이었습니다.
여기저기 꽂혀있는 칼날들이 달빛에 반사되어 빛이 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순간 머릿속으로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얼른 차를 힘껏 미는데 차가 조금씩 움직이는 듯하더니 갑자기 속도를 높여 저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어두운 산길에 저만 혼자 남겨지고 말았던 거죠.
이곳을 벗어나는 방법은 단 하나 저는 컴컴한 산길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고 공포심에 이젠 정신마저 혼미 해질 때쯤 기적처럼 갑자기 눈앞에 환해져 왔습니다. 자동차 헤드라이트 사이로 이모가 저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성민아 괜찮아? 다친데 없어?"
놀란 저를 진정시키는 이모뒤로 뻘쭘하고 웃고 있는 이모부.
"성민이 담력 좀 키워주려고 했지 성민아 재미있었지?"
장난이었다는 히죽 웃는 이모부에 이모는 화를 내며 이모부를 다그쳤습니다.
"이모.. 저 집에 가고 싶어, 엄마도 보고 싶고"
"성민아 많이 놀랬지.. 근데 집에 가면 이모도 못 보고 정훈이 형도 못 보는데 괜찮아? 이모 너무 섭섭한데"
오늘밤 이모부의 장난은 너무 무서웠었지만 사실 이모랑 형이랑 헤어지기 싫었던 저는 결국 이모부의 사과를 받은 후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정신적 충격을 받아서인지 이날 밤부터.. 건강했던 전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매일밤 악몽에 시달리게 되었는데 다행히 이모가 항상 제 곁에 있었고 밤새 절 간호해 주셨습니다.
그날밤 내가 목격한 것
그러던 어느 날 밤 자다 깼는데 옆에 계시던 이모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모를 찾아 주변을 둘러보다 어디선가 나는 인기척 소리에 이끌려 걸어가 보니 그곳은 바로 할머니가 계신 별채였습니다.
항상 굳게 닫혀 있던 별채의 문에 빼꼼히 열려 있었죠
살며시 문틈사이로 안을 들여다보자 내가 맨날 신고 다니는 하얀 운동화..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노란색 옷이 방 한가운데에 가지런히 놓여있었습니다.
할머니가 보시기 전에 빨리 가지고 나와야겠다는 생각에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상위에 놓여 있는 두 눈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개의 눈..
상 한가운데 머리만 댕강 잘려있는 까만 개의 머리가 놓여 있었습니다.
끔찍한 광경에 재빨리 방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별채 할머니와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할머니는 저를 쳐다보며 알 수 없는 말들을 계속 중얼거렸고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알수없는 방언들은 저를 더욱 공포스럽게 만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할머니는 그런 끔찍한걸 저에게 자꾸 보게 했고 어떤 주술적인 행위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경기를 일으킬 때도 있었고 몸이 아픈 나날들이 이어졌습니다.
끔찍한 나날이 이어지던 어느 날 밤.. 별채에서 통곡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별채 할머니가 돌아가신 거였죠
장례는 이모집 마당에서 치러졌고 사돈어른의 부고 소식에 부모님도 급하게 이모댁으로 달려오셨습니다.
부모님을 보자 그제야 제 마음에 안정이 찾아왔습니다.
이모부는 장례 내내 넋이 나가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마당 한편에 고개를 푹 숙인 채 앉아 계셨습니다.
"이모부 괜찮으세요?"
걱정되는 마음에 조심스레 이모부에게 다가갔고 마당엔 이모부와 저 둘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네가 죽었어야지.."
이모부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네가 죽었어야지"
저를 향해 고개를 휙 돌리며 절 노려보는 이모부의 한 손엔 낫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순간.. 돌아가신 할머니가 저에게 하신 말이 떠올랐습니다.
"넌 죽어야 돼 넌 죽을 거야"
분명.. 할머니가 했던 말과 같았습니다.
어느새 이모부는 바로 제 앞까지 다가왔고 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절빤히 쳐다보며 계속 중얼거리는 이모부
"네가 죽었어야지 .. 니가 죽었어야지!"
이모부의 눈은 어느새 빙글빙글 돌고 있었고 얼굴은 어느새 상위에 올라가 있던 개 머리와 겹쳐 보였습니다.
"으아악!"
이모부가 절 향해 낫을 내려치려는 순간 이모가 달려와 절 데리고 도망을 쳐서 다행히 전 이모부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이모는 놀란 부모님께 그동안의 일을 설명을 해줬습니다.
원래 신기가 있던 별채 할머니는 상대방을 보면 떠오르는 생각을 자신도 모르게 툭툭 내뱉는 방언이 심했다고 합니다.
방언이라는 것은 자기도 모르게 쏟아내는 말이라 참을 수가 없는데 아무래도 할머니의 기운이 이모부에게 이어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부모님은 당장 절 데려가겠다면 짐을 챙겼고 전 이모와 그렇게 이별 인사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날 항상 생각해 주시던 나의 이모
"이모 그동안 감사했어요"
"성민아 너무 고생했다."
이모는 저를 꼭 안아주었고 전 이모품에서 작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모는 저를 다시 한번 꼭 안아주었습니다. 아니.. 놓칠 수 없다는 듯이 꽉 안으며 중얼거렸습니다.
"너 가면 안 되는데.., 네가 죽어야 내 아들이 사는데.."
그냥 제 부모님만 떠났으면 되는데 너무 아깝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이모 그리곤 이모 입에서 갑자기 방언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의 방언이 이모와 이모부에게 이어진 것이었을까요?
사실.. 이모와 이모부 그리고 별채 할머니까지 제가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나의 여름방학의 끝은 형을 위한 제물이 되는 것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