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괴담회 시즌 88회 세 번째 이야기는 나의 신부입니다.
최현지 씨(가명)가 고등학생 때 겪었던 이야기로 지난 2000년 세상에서 제일 소름 끼치는 사랑의 세레나데를 듣게 되었다고 합니다. 여전히 귓가에 생생하다는 그 소리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원치않았던 이사
고등학교 여름방학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면서 우리 가족은 높디높은 달동네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사짐을 내려놓고 처음 마주한 집은 한눈에도 허름하고 벽지들은 뜯겨 있었습니다.
높은 지대에 있는 이 건물의 뷰라곤 건너편에보이는 공사장뿐이었죠
이 곳에서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전 정말 절망스러웠습니다.
나름 제 방이라고 들어간 공간엔 벽지는 곰팡이가 잔뜩 피어 있고 쿰쿰한 냄새에 창문도 없는 방이었죠
게다가 벽 한쪽에 신문지를 빽빽이 붙여서 도배를 해 놓아 분위기까지 을씨년스러웠습니다.
참을수 없던 전 신문지라도 확 뜯어보았는데 뜯어진 신문지 사이로 환한 빛 한 줌이 새어 들어왔습니다.
"어 뭐야 창문이었잖아? 왜 막아놓은거지?"
저는 모든 신문지를 확 다 뜯어버렸습니다. 빛이 들어오는 방이 돼서야 그나마 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사 온 첫날밤
그렇게 이사짐을 나르고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밤이 되었고 녹초가 된 저는 이불 위에 눕자마자 금세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소음에 잠이 깨고 말았죠
쿵! 쿵! 쿵!
신경을 거슬리는 쿵쿵소리..이 반복되는 소음을 무시하고 자려고 했지만 소음은 더 큰소리로 났고 심지어 부딪힐 때마다 방안에 진동까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밤에 공사라도 하는건지. 저는 얼굴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뭔가가 이상했습니다
이 소리는 분명.. 제 방근처에서 나고 있었습니다.
"누구야!"
소리치며 창밖을 내다보았지만 밖엔 아무도 없었고 고요한 적막만이 있을 뿐이었죠
이상한 기분에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와 누우려는데 또다시 들려오는 반복적인 소리에 누군가 분명 장난치고 있다는 확신이든 전 아예 집 밖으로 뛰어나갔 범인을 찾았습니다.
근데 역시나 밖에는 아무도 없었죠 그런데..
"어? 이거 왜 이러지?"
분명 낮에는 멀쩡했던 방범창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이 매달려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누군가 방 안으로 들어오려고 방범창을 떼고 있던 소리였던 걸까?"
저는 겁에 질려 다급하게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방에 들어온 타이밍에 맞추어 또다시 소음이 시작되었습니다.
'누가 분명 날 지켜보고 있는 거야'
저는 다급한 마음에 재빨리 창문을 닫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창문은 덜컹덜컹거릴 뿐 제 급한 마음과는 다르게 도무지 닫히지가 않았습니다.
있는 힘껏 창문을 닫으려고 애쓰고 있는 찰나 창문 밖으로 뭔가 희끗한 게 보였다 사라졌다 하는것이 제 시선에 잡혔습니다. 그건.. 바로 안전모를 쓴 한 남자가 제방 창틀에 붙어서 머리를 쿵쿵거리면서 박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순간 제 몸은 얼어붙은 채 굳었고 남자는 박치기를 멈춘 채 슬며시 저를 향해 고개를 들며 말했습니다.
"찾았다!"
남자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한 순간.. 전 사람이 아니란 걸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공포심에 얼어붙어 서있는 제 모습을 남자는 즐거운 듯이 웃으며 쳐다보더니 이내 창문 안으로 한 손을 쑥 집어넣어 제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
"예뻐..."
남자의 손길과 목소리에 전 기절하고 말했습니다.
창문을 막아야 해
다음날 눈을 뜨자마자 전 급하게 신문지부터 찾았습니다.
"다들 본거야 그래서 이렇게 신문지로 막아놨던 거야!!"
미친 듯이 신문지로 창문을 막고 있는 절 엄마가 놀래서 달려 왔습니다.
여기는 귀신 나오는 창문이라며 어젯밤 일을 설명해 봤지만 제 말을 못 믿는 엄마는 이사첫날이라 악몽을 꾼 것 같다며 절 달래주었습니다. 하지만 결국엔 엄마도 제 고집을 못 꺾고 창문은 모두 신문지로 모두 막아버리게 되었죠
그리고 또다시 찾아온 저녁..
부모님은 두 분 다 일을 나가시고 전 혼자 집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창문은 다 막았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지만 그건 제 바보 같은 착각이었습니다.
창문밖에서 또다시 쿵쿵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신문지로도 막을 수 없는 어스름한 달빛사이로 검은 그림자가 움직이는 게 보였습니다.
반복되는 소리 진동.. 저는 참을 수 없어서 집을 뛰쳐나가 친구집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곤 친구와 함께 밤 12시가 되도록 같이 있으니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집으로 빨리 오라는 엄마의 말을 생각했는데 엄마는 뜻밖에 말을 꺼내며 횡설수설하셨습니다.
"현지야.... 나도 봤어"
엄마의 이야기
한 시간 전쯤 퇴근한 엄마가 제방에서 마늘을 까다가 눈이 너무 매워진 엄마는 환기를 하려고 신문지를 뜯어버린 후 창문을 활짝 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창문 바로 앞에 제가 보았던 그 남자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엄마를 노려보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빠가 들어오자 귀신같이 사라졌다는 것
엄마는 무당까지 불러다 기도까지 했다면서 빨리 집으로 들어오라고 재촉했습니다.
무당이 꼭 저를 봐야 했다고 하면서 말이죠
날 기다리고 있던 남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집이 가까워질수록 골목사이에서 조금씩 쿵! 쿵! 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집 바로 앞에 코너는 도는 순간 창문에서 봤던 그 남자가 집 앞에서 절 기다리라고 있었습니다.
절 발견한 남자는 씩 웃더니 양팔을 활짝 벌린 후 절 껴안으려는 듯 다가왔습니다
"꺄아아악"
전 소리를 지르며 웅크렸습니다. 부들부들 떨면서 살려달라며 소리를 지르고 있자 제 소리를 듣고 아빠가 달려 나오셨습니다. 아빠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돌아온 집 엄마의 말대로 무당이 집구석구석에 부적을 붙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들오는 것을 빤히 쳐다보고 있던 무당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디 갔나 했더니 여기 붙었네?"
무당의 말을 듣자마자 등뒤에서 오싹한 기분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기운에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다보려는 순간
"보지 마! 죽으려고 환장했어!"
무당의 고함소리에 그제야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제야 무당이 저를 꼭 봐야 한다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지박령이라고 생각한 무당이 집안 곳곳을 다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자 절 찾아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제 등뒤에 붙은 건 바로 몽달귀신..
한번 점찍은 여자는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악귀 중의 악귀라고 합니다.
몽달귀신은 누울 자리가 없어서 함부로 굿을 하면 오히여 이곳에 눌러앉은 구실만 만들어준다고 합니다.
무당은 한 가지 비방이 있다며, 제가 항상 소지하고 있던 물건을 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다급히 친구들과 나눠가진 우정손수건을 내밀었습니다.
총각귀신을 달래기 위한 건 처녀의 채취가 묻어있고 매일 들고 다니는 물건이라고 했습니다.
무당은 제 손수건을 부적과 함께 태우며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제발 저 대신 이 손수건을 가져가달라고 말이죠
그리고 저희는 바로 다른 집을 구해 바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그 몽달귀신은 보지 못했지만 아직도 두려움에 창문을 쉽게 열지 못합니다.
아직도 그 남자는 자신의 신부를 찾아 어디선가 서성이고 있지 않을까요?
나의 신부_그 후의 이야기
사연의 주인공은 그 일 이후로 자꾸 쿵쿵거리는 환청이 들리는 듯하였답니다. 무당이 조언하기를 나중에 성인이 되면 쇳소리가 나는 직업을 구하라고 했었는데 실제로 현제 보석세공사로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보석을 세공하는 데는 쿵쿵 소리가 워낙 많이 나기 때문에 자꾸 환청이 들린다면 아예 실제로 쿵쿵 거리를 소리에 익숙해지는 것이 나은 방향이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