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괴담회 시즌3 89회 첫 번째 이야기는 옥반지입니다.
제보자 주동글(가명)씨가 겪었던 일로 받아서는 안될 선물을 받고선 벌어진 이야기입니다.
옥반지_프롤로그
10년전 22살이었던 전 친구와 한창 액션게임에 빠져있었습니다.
그날도 PC방에서 친구와 함께 앉아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누가 자꾸 제 어깨를 '톡톡'치는 겁니다.
저도 모르게 인상을 쓰며 뒤를 휙 돌아봤는데 듬직한 체구와 훤칠한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게임은 생각조차 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찾던 바로 제 이상형이었거든요
남자는 수줍게 핸드폰을 잃어버려 저에게 핸드폰 좀 빌릴 수 있냐고 물어보았고 전 남자의 의중을 바로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건 분명 핸드폰 핑계로 제 번호 물어보는 게 분명했습니다. 설레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그냥 수줍게 핸드폰을 쓱 내밀자, 본인 번호를 찍은 남자는 제게 곧 연락을 하겠다면서 가버렸습니다.
그렇게 남자와 저의 인연은 시작됐습니다.
인연의 시작
저보다 두 살 연상인 남자의 이름은 강동석! 제 머릿속엔 벌써 신혼집부터 자녀 계획까지 정말 다 세워져 있을 정도로 푹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두근두근 썸을 타면서 만남을 이어가던 어느날 밤 나란히 길을 걷는데 오빠가 제 얼굴을 자꾸 힐끗힐끗 눈치를 보는 게 느껴졌습니다.
드디어 도착한 집 앞에서, 데려다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며 집에 들어가려는데 동석 오빠가 제 손을 확 잡아채더니 저에게 급 고백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동글아 네가 알아야 될 거 같아서 말할게.. 나 어렸을 때 아버지 돌아가시고 어머니랑 둘이 살았는데 어머니가 신내림을 받고 무속인이 되셨었어 이런 부족한 날 받아줄 수 있어?"
그 덩치 큰 남자가 덜덜 목소리까지 떠는데 전 오히려 가슴이 찡하고 감동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참 그동안 너무 힘들었겠다며, 제가 위로를 해주니 오빠는 그제야 안심한 듯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습니다.
고백의 옥반지
주머니 속에서 꺼낸 건 작은 사각형의 반지 케이스가 분명했습니다. 커플링을 기대하며 반지 케이스 뚜껑을 딱 여는 순가 저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오빠? 반지가 왜 초록색이야?"
조선시대도 아니고 옥반지를 주면서 고백을 하다니 진짜 앤틱하고 유니크하다며 웃으며 이야기하는데 오빠는 굳은 얼굴로 저에게 말했죠
"이거 우리 아버지 유품이야"
아니 만난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아버지 유품은 좀 그렇다는 생각에 부담스러워서 안 받겠다고 정말 손사래 치면서 거절했는지만 오빠의 태도가 너무 완강했습니다. 엄마가 사랑하는 사람 생기면 꼭 줘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이거 안 받으면 오늘 집에 안 들어간다고 하길래 엉겁결에 그 옥반지를 받고 말았습니다.
집에 와서도 떠넘기듯이 반지를 준 오빠도 그렇고 유품을 받았다는 생각에 이건 좀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돌려줄 마음으로 동석 오빠한테 연락을 했죠.
반지를 받은 후 시작된 이상한 일
그런데 그날부터 오빠는 저와의 만남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루는 야근 핑계, 다음날은 뭐 설사병이 났다 심지어 주말에는 자기네 회사 부장님의 외삼촌이 돌아가셔서 조문을 가야 된다 말아죠. 나중에는 제 전화를 아예 받지도 않았습니다.
'이 오빠 설마 이 반지까지 줘놓고 잠수 탄 건가?'
그때부터 계속 신경을 쓴 탓인지 머리가 깨질 것 같고 어지러웠습니다. 씻으려고 일어나는 순간 눈앞이 깜깜해지며, 제 입에서 불쑥 낯선 목소리가 튀어나왔습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잠깐만 내가 지금 무슨 말 한 거지? 나도 모르게 이 기이한 목소리가 튀어나오니까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그런 식으로 자주정신을 잃거나 기억이 끊기곤 했습니다. 그러다 하루는 남동생이랑 함께 치킨을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또 눈앞이 흐릿해지더니, 동생을 향해 낯선 목소리가 또다시 튀어나왔습니다.
"어딜 감히 물귀신이 내 동생을 넘봐!"
동생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냐며 먹던 치킨을 다시 뜯기 시작했는데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어제 수영장 갔다 죽을 뻔했다면서 어떻게 알았냐며 저에게 물었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던 짧은 순간에 동생에게 일어난 일을 제가 족집게처럼 맞췄던 것이었죠
"근데 눈이 왜 그래? 언제부터 그랬어?"
동생이 저를 보며 심각한 얼굴로 물었고, 의아해하면서 거울을 확인한 저는 거울 속에 제 두 눈동자가 뿌옇게 변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다행히 금방 원래대로 눈동자는 돌아왔지만 가끔 정신을 잃게 되는 날이면 또다시 뿌옇게 변하는 일이 반복이 되었습니다.
동석오빠와의 만남
매일 밤을 괴로워하다 충동적으로 동석 오빠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오빠 나 아파.."
동석오빠는 문자를 보자마자 새벽에 저를 만나러 바로 달려왔습니다.
진작 오빠에게 연락할걸 진심으로 나를 생각해주고 있다고 감동한 것도 잠시 오빠는 저를 보자마자 뜻밖의 말을 꺼냈습니다.
"생각보다 멀쩡하네? 이것보단 더 나빠졌을 줄 알았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전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오빠는 제게 이상 증세가 나타나리란 걸 알고 있었던 게 분명했습니다.
전 화가 나 옥반지를 빼 오빠에게 던저버렸습니다.
"오빠 나 이딴 거 필요 없으니까 오빠가 가져가"
하지만 오빠는 버린 반지를 보고 화를 내며 떨어진 옥반지를 주워 강제로 제 손에 끼워주었습니다.
"야! 이 반지 니 거라고 했잖아 이 반지 돌려주고 나 안 볼 생각이었어? 나 섭섭하다"
동석오빠는 끼고 있다가 나중에 돌려달라며 날 보고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렇게 오빠와 헤어지고 집으로 들어오자, 오빠의 징그러운 미소와 소름 끼치는 손길이 생각나 전 바로 옥반지를 뺀 후 책상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 쓰러지듯 잠이 들었습니다.
빠지지 않는 옥반지
잠시 후, 어디선가 마지막이 들려오는 북소리에 저절로 눈이 떠졌습니다.
"내가 왜 여기 있지?"
분명히 제 방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눈앞에 커다란 제사상과 오색천이 휘날리는 게 보였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화려한 색의 한복들을 켜켜이 껴입은 채 굿판 한가운데 제가 서 있었습니다. 마치 제가 무당이 된 듯이 말이죠
저는 무서워서 한 시라도 빨리 그곳을 도망치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고, 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발이 제 멋대로 움직이더니, 날이 시퍼렇게 벼려있는 북두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제발 아무나 도와주세요. 제발 하고 있는데, 누군가 제 앞에 나타났습니다.
저처럼 무당옷을 입은 어떤 여자였습니다. 여자는 저에게 다가오더니, 손에 쥔 칼에 번쩍 높이 치켜들더니 저에게 말했습니다
"누구십니까? 누구십니까?"
여자는 재차 저에게 소리를 지르며 똑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당신이야말로 누군데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예요?"
너무 무섭고 억울한 저는 미친 사람처럼 소리치며 울부짖었습니다. 그러다 여자의 손에서 익숙한 것을 발견하고 말았습니다. 그건 바로 이 옥반지
'설마 아니야. 아닐 거야'
제 손가락까지 길게 덮고 있는 이 옷소매를 조심스럽게 걷어내자 똑같은 옥반지가 보였습니다. 동석 오빠가 억지로 준 반지 그리고 본능적으로 깨달았습니다. 소름 끼치는 일들이 다 이 반지 때문이다.
저는 공포에 질려서 옷 반지를 당장 손에서 빼려고 했지만, 아무리 힘을 줘도 반지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손가락을 비틀고 비트는데
"동글아 동글아 정신 차려 아이 눈 좀 떠 봐 "
엄마 목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까, 날이 밝아져 있었고, 저는 엄마에게 동석오빠와 반지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엄마는 옥반지를 가차 없이 창문 밖으로 던져버리셨고 다행히도 저에게는 더 이상한 현상들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동석오빠의 집착
하지만 그때부터 동석 오빠의 소름 돋는 문자가 저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너 내가 준 오빠한테 버렸지 그렇지? 나한테 허락도 안 받고 버려" 죽고 싶어?"
"동글아 오빠 지금 너희 집 앞인데 잠깐만 나올래 "
"오빠가 잠깐 미쳤었나 봐,반지 이제 신경 쓰지 마 대신에 오빠랑 우리 엄마 만나보지 않을래 "
"딱 한 번이면 돼"
갑자기 자신의 어머니를 보러 가자며 주소까지 보내주었습니다. 주소를 확인해 보니, 그것은 다름 아닌 점집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중요한 유품부터 돌려달라고 하는 게 맞는데 먼저 엄마한테 같이 가자고 하는 것이 너무 소름 돋습니다.
어머니가 무당이면 자식들한테도 신이 옮겨 다닐 수 있다고 하는데 저에게 신을 떠넘기려고 한 게 아니었을까요? 반지 또한 저에게 일부러 빼준 것이 분명했습니다.
저는 곧바로 전화번호를 바꾸고 얼마 후엔 이사를 갔습니다. 모든 것이 설레기만 했던 20살에 운명처럼 다가왔던 남자 하지만 그와의 만남은 저에게 상처만 남기고 끝이 났습니다. 만약 그때 반지를 버리지 않았다면 지금 전 무당이 됐을까요?
옥반지_그 후의 이야기
그 반지는 아마도 아들로 이어질 신을 저에게 떠넘기려는 모자의 계획이었고,이미 PC방에서 첫 만남부터 피해자를 물색했던 것 같습니다.
눈이 희뿌옇게 변한 증상 역시 신병 증상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그게 이 제보자 분에게 나타난 것은 계속 그 반지를 가지고 있었다면 정말 큰일 날 뻔한 거죠.
마지막에 엄마를 만나자고 했던 건 이미 신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였으니 직접 만나서 신을 떠넘기려는 계략이었습니다.
그리고 옥반지를 가지고 있는 동안 정말 이상한 일들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제보자가 친구랑 노래방에서 녹음하면서 노래 부르고 있었는데, 나중에 녹음했던 걸 들어보니까, 어떤 굵은 아저씨의 목소리와 같이 부르고 있는 게 녹음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 사연은 총 36개 이 촛불을 획득한 사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