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괴담회 시즌3 94회 첫 번째 괴담은 전학생 황민지입니다.
사연에 이름이 들었는데 물론 가명이겠죠? 이번 사연은 제보자 이상협(가명)님이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겪은 경험담으로 억수로 재수가 없었던 한 전학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상협 씨의 시점에서 진행됩니다.
전학생의 일촌신청
2007년 고등학교 이학년 일 학기 기말고사를 앞둔 어느 날 시험공부를 핑계로 친구랑 방에 모여서 저는 엄마 몰래 컴퓨터를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미니홈피를 꾸미느라 말이죠. 그때 마침 반가운 일촌 신청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이상협 선배님 안녕하세요? 이번에 미술부 동아리에 새롭게 들어온 1학년 황민지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고 친하게 지내요"
지난달에 전학 온 여자 후배인데 다음 주 동아리 활동 전에 미리 인사를 하고 싶었다면서요 어떤 앤지 궁금해서 미니홈피에 들어가 봤더니, 프로필 사진이 완전히 귀여운 거예요. 이놈의 인기 피곤하다고 생각하는 찰나 갑자기 방에 들이닥친 엄마가 폭풍 잔소리를 쏟아내는데 며칠 동안 학원 빠지고 피시방에서 논 것까지 귀신같이 다 알고 계시더라고요.
낯선자의 방문
그렇게 주말이 되었고 가족들은 할아버지 생신을 축하드리기 위해서 시골에 내려갔지만 저는 땡땡이를 친 벌로 학원 보충 수업을 들어야 했습니다. 용돈도 끊겨서 하루종일 쫄쫄 굶다가 저녁 늦게서야 집에 도착했는데 집 앞에 웬 교복 입은 여학생이 현관문을 바라본 채 차렷 자세로 서 있는 겁니다.
처음에는 내가 너무 피곤해서 집을 잘못 찾았나 했는데 문에 적힌 숫자를 보니 903호 우리 집에 맞았어요.
"저기 죄송한데 저희 집 앞에서 뭐 하세요?"
말을 걸자 여학생이 슬며시 고개를 돌려 저를 쳐다보는데 긴 생머리의 하얀 피부 쌍꺼풀이 진하고 큰 눈 어디서 봤더라... 맞다 미니홈피 사진! 분명 저에게 일촌 신청을 했던 전학생인 황민지였어요.
황민지의 방문
민지가 저를 향해 미소를 짓는데 이상하게 심장이 간질간질하는 거예요. 설마 얘가 날 기다린 건가란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우리 집은 어떻게 알았어?"
"선배.. 그게 제가 바로 위층에 살아 가지고요. 그래서 선배님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시는 거 봤어요. 근데.. 제가 집 열쇠가 없어 가지고 혹시 부모님 오실 때까지만 선배님 집에서 기다리면 안 돼요? 이사 와서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어서 그래요. 부탁드릴게요.. 네? 선배"
부모님도 안 계신 집에 여자애를 데려간다는 게 솔직히 좀 불편했어요. 그렇지만 여기 아니면 갈 곳이 없다고 한 시간 넘게 서 있어서 다리가 너무 아프다고 애원하는데 모른 척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후배 부모님이 오시는 밤 10시까지 우리 집에 같이 있기로 했습니다.
집으로 들어온 그녀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했는데 여자 사람하고 단둘이 있는 게 처음이라 어색해서 죽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아무 말이나 꺼내기 시작했죠
"한 시간 동안 기다리느라 다리 아팠겠다. 괜히 마음 아프네.. 소파에 편하게 앉을래? 티브이 틀어줄까?"
그런데 후배가 아무 대답도 없이 자꾸 뭔가를 찾는 사람처럼 두리번두리번거리면서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어요 거실.. 주방.. 그리고 안방 그러다 어느 순간 한 곳에 멈춰 섰죠. 바로 제방 앞이었어요
"선배 여기 들어가도 돼요?"
"거기 내 방인데.. 근데 청소 안에서 좀 더러운데?"
"괜찮아요! 저 안에 들어가서 컴퓨터만 하면 안 돼요?"
어색하게 같이 있느니 차라리 그게 나을 것 같아서 알겠다고 했죠. 그리고 혼자 소파에 앉아 10분 20분 멍을 때리다가 문득 물이라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주스를 들고 방문을 노크했죠.
황민지의 이상한 행동
"황민지 나 들어갈게!"
근데 아무 대답이 없는 거예요. 하는 수 없이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어본 저는 황당한 광경이 할 말을 잃었습니다. 아니 컴퓨터를 한다던 애가 컴퓨터는 켜지도 않고 까만 모니터 화면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거예요.
"왜 그러고 있어? 혹시 컴퓨터가 안 켜져?"
도와주려고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황민지는 몸을 확 돌리며 절 확 밀친 후 방문을 닫아버렸어요.
"야 이 문 안 열어??"
심지어 문까지 잠겄는지 열리지가 않는 거예요. 그리고 그때부터 마치 방안을 이리저리 뛰는 것처럼 '쿵쿵' 커다란 진동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불안해하는 민지
전 분노가 차올라 황민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다행히 신호가 가자마자 바로 받더라고요
"어? 상혁 선배님? 안녕하세요!"
지금 이 난리를 쳐놓고 목소리가 어찌나 태연한지 정말 황당했습니다.
"지금 안녕이란 말이 나와? 너 당장 거기서 나와라"
"어디긴 빨리 내 방에서 나오라고! 나의 방에서 뭐 하는 거야!!"
"선배님 왜 그러세요? 대체 무슨 말씀하시는 건지 모르겠어요."
대화를 할수록 저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황민지... 너 지금 어디에 있어?"
"저.. 집인데요? 혹시.. 선배님 집이 어딘데요?"
"9층.. 너네 집 바로 아래야"
"그러니까 제가 지금 선배님 집에 있다는 거죠? 어떡해!! 그게 여기까지 찾아왔나 봐!!"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끊어진 전화. 다시 전화를 걸어봤지만 민지는 받지 않았고, 이 순간에도 방 안에선 계속 기이한 소리들이 들려왔습니다.
사람이 아니었다
쿵쾅쿵쾅 거리다가도 중간중간 소름 돋는 웃음소리까지.. 도무지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저게 누구든 당장 우리 집에서 내쫓아야 한다는 것은 분명했습니다.
"야 좋은 말로 할 때 안나가!"
소리를 지르면서 방 안으로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는 거예요. 말 되는 안 되는 상황에 공포심을 느끼고 주춤주춤 뒷걸음을 치던 그때
"선배.. 저 찾으세요?"
소리가 난 곳으로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자 황민지가 천장에서 거꾸로 매달려 절 노려보고 있었어요 그리고는 주먹으로 천장을 부술 듯이 올려치다가 까드득 거리며 손톱으로 피가 날 듯 천장을 세게 긁어댔죠. 그러다 갑자기 미친 듯이 절 향해 기어 오는데 놀란 나머지 소리도 못 지르고 그대로 주저앉아 몸이 얼어버리고 말았죠 순간 거짓말처럼 주위가 조용해졌고 겁에 질려 질끈 감았던 눈을 떠보니 방 안엔 저 말고 아무도 없었습니다.
'방금 그거.. 사람 아니었어'
저는 우리 집에 찾아온 손님이 전학생 황민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렇다면 진짜 민지는 어떻게 된 거지?'
진짜 민지를 만나다
전 무작성 10층으로 달려 올라갔습니다. 위층에 도착하자 유독 눈에 띄는 집이 있었어요. 그건 바로 1003호 현관문에 부적들이 덕지덕지 붙어있고 문 양쪽으로 소금과 팥이 담긴 커다란 그릇이 놓여 있는 거예요. 본능적으로 그것이 황민지의 집이라는 확신이 들었죠.
벨을 누르자 민지의 엄마인듯한 한 아주머니가 나오셨습니다.
"여기 황민지 집이죠? 조금 전에 자기가 황민지라면서 우리 집에 있다 갑자기 사라져 버렸는데 황민지 괜찮은지 볼 수 있을까요?"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민지 아까부터 집에 있었는데?"
그 순간 집안에서 찢어질듯한 여자의 비명이 들여왔습니다.
놀란 아줌마가 곧장 집안으로 들어가셨고 저도 뒤를 쫓아갔어요. 그 안에는 잔뜩 겁에 질린 황민지가 보였습니다. 허공에 대고 누군가에게 제발 나 좀 내버려 두라고 두 손을 싹싹 빌면서 애원하다가 경기를 일으키며 결국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런 딸을 부둥켜안고 서럽게 울부짖으며 아주머니가 외쳤습니다.
"이 악독한 것이 기어코 또 찾아왔네!!!"
그녀의 비밀과 운명
알고 보니 전학생 황민지에겐 정말 안타까운 비밀이 있었는데요. 아주 어릴 때부터 귀신에게 지독하게 시달림을 받아오고 있던 것입니다. 이아이를 두고 무당들이 입을 모아 한 말은 귀신이 집을 짓는 팔자다. 온갖 비방을 써도 효력이 얼마 가지 못했고 그래서 이번에는 사주를 바꾸기 위해 이름도 바꾸고 멀리 이사까지 왔는데 귀신이 어떻게 알고 또 여기까지 쫓아오고 만 거죠.
하지만 집 현관에 있는 부적들과 소금 때문에 쉽게 들어가지 못하자 제 방천장을 통해서 바로 위에 있는 민지방으로 들어가 보려고 한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날 이후로 황민지를 다시 만날 수 없었어요. 결국 또 도망치듯 어디론가 떠나고 만 겁니다. 지독한 팔자를 타고난 전학생 황민지.. 새로운 곳에선 과연 운명으로부터 자유로워졌을까요?
-FIN-
그 후의 이야기_황민지의 사주
사연에 소개된 학생이 억수로 재수가 없다고 했는데 바로 귀문관살의 사주팔자를 타고났다고 합니다.
귀문관살 : 귀신이 문으로 들어와서 빗장을 잠근다라는 뜻
귀문이라는 것은 귀신이 통하는 문으로 귀신이 몸에 잘 들어오며, 한 번 들어온 귀신이 좀처럼 나가지를 않는 사주라고 합니다. 그런데 주변에 귀문관살이 있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이 있다고 합니다. 이 귀문 관찰이 한 개 정도 있는 거는 뭐 이렇게 흔한 일이고 별 문제가 아니라서 크게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하는데 이 전학생 어머니 말로는 민지 양의 사주에 귀문관살이 무려 다섯 개가 들어있다고 합니다. 그 귀신 말고도 다른 귀신이 또 여러 귀신들이 들어와서 자리를 잡고 나가지를 않는다는 거죠
심야괴담회 시즌3 94회 전학생황민지는 권혁수 님이 사연을 소개해주었으며 24개의 촛불이 켜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