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괴담회 시즌3 96회는 가족과 관련된 세 가지 사연으로 꾸며졌습니다. 게스트는 시즌2에서 저주대행(63화)으로 몰입감을 선사했던 정영주 씨가 다시 한번 출연해 주셨는데 어느새 연극무대로 옮겨간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전달력이 탁월했던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사연인 언니 소원은 4년 전인 2019년도에 있었던 일로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박경은(가명)씨가 사촌언니를 통해 겪은 믿기 힘든 이야기입니다. 아직도 이때를 생각하면 생각하면 눈물이 날 정도로 마음이 안 좋고 만약에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아마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후회를 가지고 있다는데요 이 이야기는 경은 씨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사촌언니 소원
제가 고등학생 시절 겪은 일입니다. 저에겐 네 살 차이 나는 사촌 언니가 있었어요. 작은 체구의 단발머리 웃는 모습이 예쁜 소원 언니는 저의 베프이자 과외 선생님이기도 했죠.
서로 집도 가까워서 늘 붙어 다니다시피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몇 달 동안 언니랑 연락이 되질 않았습니다. 걱정이 돼서 엄마에게 물어보니 몸이 아파 잠시 요양을 갔다면서 그이상 더 자세한 말은 제게 해주지 않는 거예요. 그러던 어느 저녁 평소라면 받지 않았을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를 그날따라 이상하게 저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경은아 나야 많이 걱정했지?"
소원언니였어요.저는 언니에게 어떻게 된 거냐며 이것저것 물어보았고 전화기 너무로 들리는 언니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는 걸 보니까, 정말 어디가 많이 아픈 것 같았어요.
"근데.. 경은아 나 사실 지금 어디냐면..."
요양을 갔다는 언니가 있는 곳은 놀랍게도 정신병원이었습니다.
언니의 정신병원 입원
"언니 그게 무슨 소리야? 언니가 그런 델 왜 가"
누구보다 소원 언니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정신병원이라니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언니는 몇 달 전부터 알 수 없는 뭔가가 보이고 들리기 시작했대요 결국에는 환각 환청을 없애기 위해 자진해서 폐쇄 병동에 입원했다고 했습니다. 언니는 심심하다면서 자길 보러 오라고 했지만, 원래 폐쇄 병동은 직계 가족 외엔 면회가 허락되지 않아서 발길을 돌려야 했어요. 그날 이후 언니는 매일 저에게 전화를 걸어 본인의 상황을 아주 자세히 얘기해 줬습니다.
약 잘 챙겨 먹고 있으니 금방 괜찮아질 거라면서 꼭 다 나아서 만나자고 약속도했죠 그런데 며칠 후.. 10월 15일 언니에게서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가 왔습니다.
"경은아 나 자꾸 이상한 게 보여.. "
이상한것이 보이는 언니
어제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맞은편 환자가 계속 쳐다보는 거야. 너무 무서워서 난 눈을 감았는데 누군가 내 귓가에 흔들어대는 듯 시끄럽게 울리는 방울 소리에 잠도 잘 수가 없었어.
너무 무섭고 이대로 밤새 있을 수 없어서 도와달라며 간호사에게 달려갔지.. 하지만 간호사와 같이 돌아온 병실은 아주 조용했고 맞은편여자는 곤히 잠들어 있었어. 경은아! 내가 잘못 본 거겠지? 그런 거라고 해줘 제발.. 나도 설마 할머니처럼 되는 거 아니겠지?"
저는 소원 언니가 말한 게 뭔지 잘 알고 있었어요. 저희 엄마와 외삼촌은 평생 외할머니를 부끄러워하며 연을 끊고 살았어요. 그 이유는 바로 무당인 엄마가 너무 싫고 지긋지긋해서였어요. 어머니가 사기꾼이라고 믿었던 엄마와 외삼촌은 외할머니가 돌아가시자마자 무구도 다 갖다 버리고 신당도 없애버렸어요 그런데 신을 부정한 대가였을까요? 10월 18일 전화기 넘어 소원 언니는 괴로움에 떨며 울고 있었어요.
"경은아.. 죽는게 낫다는 말이 나 이해되... "
신병에 걸린 소원언니
어제 새벽에 자고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리는 거야. 근데 있잖아.. 폐쇄 병동은 24시간 병실 문을 열어놓게 돼 있어서 노크를 할 수 없거든..
그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더니, 어느새 내 병실 침대 바로 옆에서 나는 거야. 지금까지 들렸던 게 난 노크 소리인 줄 알았는데 나를 향해 다가오는 발소리였던 거야
내 옆에서 무당옷을 입은 여자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어. 여자는 나를 보고 킥킥 웃으며 말했어
"소원아.. 더 버텨봐! 킥킥"
고통에 몸부림치는 나를 보고 재미있다는 듯 입이 찢어져라 웃어댔어..
"경은아! 내가 왜 신내림을 받아야 돼? 나도 경은이 너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어......"
끊없는 신내림의 거부
언니의 상태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졌어요. 아무리 약을 바꿔 먹어도 소용이 없다면서 매일 전화할 때마다 불안에 떨고 울고 소리치고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냥 언니 얘기를 들어주는 것뿐이었죠
10월 23일 그날도 전화를 기다리고 있는데, 약속한 저녁 8시를 넘어서 몇 시간이 넘도록 전화가 오질 않는 거예요. 걱정이 돼서 밤을 꼴딱 새우면서 기다렸지만 다음날 그다음 날이 돼도 언니의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1주일째가 되던 날 저녁 8시가 되지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언니는 힘든 목소리로 연락할 수 없었던 소름 끼치는 이유를 제게 말해줬어요.
"경은아.. 나 차라리 신내림 받을까?"
식사를 거부하는 이유
1주일 전 점심시간이었어 밥을 떠서 입에 넣으려고 하는데 고개가 갑자기 뒤로 확 재쳐지는거야..
또 한 숟갈 뜨려고 하는데 고개가 또 뒤로재쳐졌어.. 밥을 먹으려고만 하면 무당옷은 입은 여자가 뒤에서 내 머리채를 잡아당기는 거야. 마치 밥을 먹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처럼 아무리 애를 써도 한 숟갈도 입에 넣을 수가 없었어. 음식은 사방으로 튀어서 엉망이 됐지. 날 굶겨 죽이려고 그러는 걸까?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내가 밥만 먹으려고 하면, 여자가 나타나서 어김없이 내 머리채를 잡아당겼어..
그렇게 사흘을 굶자 간호사가 나한테 링거를 놔주려고 했거든. 근데 있잖아. 링거 바늘이 내 혈관에 꽂히는 순간 내 귓가에 시끄럽게 방울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어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아서 링거를 손으로 뽑았더니 방울소리가 그제야 멈추는 거야. 간호사들이 다시 링거를 꽂으려고 억지로 나를 붙잡고 나는 제발 주사 맞기 싫다고 울며불며 애원하다가 정신을 잃었는데 눈을 떠보니까, 독방에 갇혀 있었어.. 링거를 맞기 위해 내 팔과 다리가 묶인 상태로 말이야.
그리고 또다시 소름 끼치는 방울 소리 가 들려오는 거야. 다시 내 앞에 무당옷을 입은 여자가 나타나 말했어
"소원아 죽겠지? 죽을 것 같지? 죽는 게 낫겠지? 킥킥킥"
고통스러운 날 바라보며 신나게 웃으며 방울을 흔들며 뛰기 시작했어.. 그렇게 내가 링거를 맞는 동안 몇 시간이 넘도록 말이야.
"신내림 안 받으면.. 날 말려 죽일 것 같아. 하지만 난 정말 신내림 받고 싶지 않아.. 경은아 나 어떡해?"
소원 언니의 결정
저는 한참을 고민하다 언니에게 말했습니다.
"언니 신내림을 받든 안 받든 나와서 언니 인생 살자! 계속 그렇게 갇혀서 나한테 전화만 할 거야? 더 심해지기만 하잖아."
제 말을 듣고 언니는 한참 동안 말이 없더니, 그래 내 나이가 아깝긴 하지.. 그래 내 나이 아깝지라고라고 중얼거리며 고민해 보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며칠 후 오랜만에 본 언니는 오랜 병원생활에 무척 살이 빠지고 머리는 푸석해서 산발이었지만
그래도 표정만은 굉장히 밝았습니다. 이제 자신이 신병인 건 인정했지만, 신내림은 받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살겠다며 밝게 말했어요.
"네 말 덕분에 용기 낸 거니까 내가 나중에 돈 벌어서 네가 사고 싶은 옷 사줄게"
그 말 듣는데 정말 눈물이 나올 것 같더라고요. 언니가 다시 밝게 변했다는 사실에 너무 뿌듯했죠. 하지만 일주일 뒤 저는 언니의 사망 소식을 전달 았습니다. 퇴원 후 귀신이 안 보여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소원 언니의 엄마 그러니까 저희 숙모에게 계속해서 사고가 났어요. 계단에서 구르고 자전거와 부딪히고 심지어 교통사고까지... 언니는 숙모가 다치는 것이 자신의 신내림 거부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모든 걸 포기하고 무당이 되거나 엄마가 계속해서 다치는 것을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언니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내가 그 말만 안 했으면.. 그냥 계속 병원에 있었으면 아직까지 잘 살아 있었을 텐데.. 전 죄책감에 잠 못 이루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소원언니가 제 꿈에 나온 거예요.
꿈속의 언니와 반전사연
언니와 제가 식탁에 앉아 있는데, 언니는 저를 무섭게 쳐다봤습니다.
이제 보니 제 앞에 놓인 밥에 숟가락이 푹 꽂혀 있는 거예요. 마치 제사상에 올라간 밥처럼 말이에요.
"경은아 왜 안 먹어 빨리 먹어 먹으라고 "
언니가 제사법을 마구 퍼서 억지로 제 입에 밀어 넣었어요.
저는 괴로워하다 꿈에서 깼습니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엄마에게 꿈 내용을 설명했어요. 그런데 이야기를 들은 엄마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사람처럼 온몸을 벌벌 떠시는 거예요 그리곤 저에게 충격적인 말을 들려주셨습니다.
"사실.. 네가 소원이보다 먼저 귀신을 봤다."
저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어린 시절 엄마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엄마 저기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사람 누구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엄마는 무당이셨던 외할머니가 생각나서 가슴이 철렁했다고 합니다. 귀신같은 거 평생 믿지 않았지만 자식 일이니까 그냥 무시할 수가 없었대요 그래서 용하다는 절을 찾아 귀신 쫓는 부적을 받아왔고 더 이상 제가 이상한 걸 보지 않아서 안도하고, 계셨는데 소원 언니가 귀신을 보기 시작했단 걸 알고 너무 놀라셨다고 합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신기가 언니한테 옮겨간 게 아닐까 해서 말이죠. 엄마의 말을 듣자 저도 언니가 꿈에서 한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죽은 언니가 저를 원망하고 있는 걸까요? 그런데요 소원 언니가 세상을 떠난 지 4년이나 된 지금 또다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22살.. 죽은 언니와 같은 나이가 되고부터 제 귓가에 자꾸 방울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언니가 거부했던 신기가 다시 제게 돌아온 건 아닐까요?
-FIN-
언니소원_그 후의 이야기
위에서 소개된 내용 말고도 소원 언니가 계속해서 신내림을 거부하니까 이래도 안 받을 거야라는 식으로 언니를 점점 더 못살게 굴었다고 하는데요 그때 당시 병동에 전자기기 반입이 안 되니까 환자들이 유일한 낙이 티브이 보는 거였다고 합니다. 근데 언니가 병실 밖에 있으면 잘만 작동되는 티브이가 언니가 병실 안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채널이 왔다 갔다 돌아가서 그래서 환자들이 언니를 욕하고 많이 싫어하고 합니다. 언니를 완전히 고립시키려고 그러지 않았나 싶은 정도로요 그리고 소원 언니가 그렇게 떠난 뒤로 왠지 모르겠지만, 경은 씨에게 이후로 두통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고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열이 자주 났다고 합니다. 소원언니도 귓가에 방울소리가 들렸던것부터 시작이었는데 자신에게도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 아닐지 아니 좀 두려운 상태지만 아직까지는 심한 상황은 아니라고 합니다.
현재진행형인 사연이라 경은씨 가족 모두가 좀 편안하고 행복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심야괴담회 96회 언니소원은 정영주 씨가 소개해주셨으며 촛불 44개를 획득해 완불로 우승한 사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