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괴담회 시즌3 97회 두 번째 이야기 낚시명당이며, 뮤지컬 데스노트의 류크역으로 유명한 뮤지컬배우 강홍석 씨가 게스트로 출연하셔서 사연을 들려주셨습니다.
이번 사연은 경기도 용인에 사는 김주원(가명) 씨께서 보내주셨습니다. 주원 씨 아버지 김현철(가명)씨와 이모부 이호준(가명)께서 밤낚시를 엄청 좋아하셨지만 어느 날 밤 믿을 수 없는 일을 겪고 나신 후 밤낚시를 딱 끊으셨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주원 씨 아버님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밤 낚시를 즐기는 두 사람
때는 1999년 저는 제 손 아랫동서이자 낚시 메이트인 호준이와 함께 충주 근처로 낚시를 떠났는데요. 여름휴가철이 겹친 때라 그런지 단골 낚시터에 자리가 없다는 겁니다. 할 수 없이 저희 두 사람은 반듯한 낚시터 대신한 적한 물가를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녔는데요, 충주호를 조금 벗어났더니 이름 모를 한적한 저수지 하나가 보이는 거예요. 인적 하나 없는 고요한 저수지가 맘에든 저희는 날이 더 저물기 전에 짐을 풀어야겠다 싶어 우선 텐트부터 치기로 했죠.
텐트 줄을 고정하려고 말뚝핀에 망치질하던 그때였습니다. 손목에 망치질이 튕겨 나올 정도로 단단한 뭔가가 걸리는 거예요. 손으로 흙바닥을 헤쳐봤더니, 땅속에 크고 평평한 돌덩이가 박혀 있었습니다. 저수지에 왜 이런 돌이 있나 싶었던 그때
"월척이다! 월척이야! 형님 오늘 조황 죽이겠는데요? 아니 뭐 낚싯대 걸자마자 잡히네"
호준이가 낚시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엄청 큰 잉어를 낚은 겁니다. 호준이의 신나 하는 모습에 마음이 급해진 전 돌이 박힌 자리를 살짝 피해 서둘러 텐트를 설치하고 낚시에 동참했습니다.
그런데 첫 잉어를 건져 올린 지 몇 시간이 지났는데 전혀 입질이 오지 않는 겁니다. 그렇게 손맛을 느끼지 못한 채 저녁을 먹고 다시 하염없이 입질이 오길 기다리다 보니 시간은 벌써 저녁 9시가 되었습니다.
낚시터에서 일어난 이상한 일
캄캄한 밤이 되자 저수지엔 물안개가 자욱이 피어올랐습니다. 묘한 분위기에 심취해 있던 그때 제 귀에 텐트가 놓인 근처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바로 등뒤를 돌아봤지만 텐트 주변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형님 저 차에 갔다 올 건데 뭐 과자라도 가져다 드려요?"
호준이는 주전부리라도 먹어야겠다며 먹을 것을 가지러 갔고 전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한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죠. 바로 그때 낚싯대가 팽팽히 당겨졌습니다.
"어 입질 왔다!"
전 얼른 낚싯대를 들어 줄을 감아올리려 했습니다. 그런데 뭔가에 걸렸는지 마치 못에 박힌 듯 꼼짝도 하지 않았고 낚싯대는 잔뜩 휘어서는 제 몸이 휘청거릴 정도였죠, 낑낑거리며 낚싯대와의 사투를 이어가고 있는데 수면 위로 갑자기 낚싯줄이 올라왔습니다.
급하게 낚싯줄 끝에 걸려 올라온 것을 확인해 보니 피가 묻은 채 잘려있는 사람손인 거예요.
순간 놀라 외친 제 비명을 들은 호준이가 서둘러 뛰어와 낚싯줄을 확인했습니다.
"형님 없어요! 사람손 없어요! 괜찮아요."
건져 올린 제 낚싯대에 아무것도 없다는 겁니다 분명히 손을 본 것 같았는데 뭔가 걸렸던 흔적조차 없더라고요. 전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해서 지금이라도 저수지 밖으로 나가자고 설득을 했습니다. 하지만 호준이는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한 마리만 잡고 접냐고 절대 안 가겠다고 버티는 겁니다.
'나뭇가지를 잘못 본 건가? 오늘 내가 운전하느라 피곤해서 헛것을 본 거야..'
애써 찝찝함을 떨치려, 전 잠깐 눈이라도 붙여야겠다 싶어 호준이를 두고 텐트로 돌아가 잠을 청했습니다.
텐트 안의 낯선 여자
귀뚜라미소리만 가득한 텐트 안.. 잠이 들락 말락 하고 있었는데, 저벅저벅.. 텐트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습니다. 호준이가 왔나 자연스레 텐트 창문을 쳐다는데 낯선 여자가 서서 절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창백한 피부만큼이나 하얀 눈 자 위에 기괴할 만큼 대비되는 새빨간 눈동자.. 그리고 입안 한가득 생쌀을 가득 머금은 생전 처음 보는 여성의 기괴한 얼굴이었습니다.
놀란 전 급히 텐트밖으로 나가려고 허둥지둥 지퍼를 찾았는데 손이 벌벌 떨려서 그런지 제대로 잡히지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사이 여자가 어느새 텐트 안에 들어와 있어라고요.
겁에 질린 절 죽일 듯이 노려보더니 목석처럼 단단한 손으로 제 목을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남자인 제가 상대도 안될 정도로 힘이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내가 이렇게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주기도문을 달달 외웠습니다. 그렇게 수차례 기도를 반복하고 또 반복하고 있는데
"형님 일어나 봐요! 빨리요!!"
호준이 목소리에 눈을 떠보니 제 목을 죄어오던 손가락도 여자의 기괴한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호준이의 모습이 평소 같지 않은 겁니다.
형님 여자가 아니에요
"왜 무슨 일이야? 너 꼴이 왜 이래"
"나가서 설명드릴게요. 우리 일단 여기서 나가야 돼요.!!"
호준이는 반쯤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저보고 빨리 차를 끌고 저수지 밖으로 나가자고 악을 질러댔습니다. 미친 듯이 액셀을 밟고 또 밟은 후에야 차는 저수지 밖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간신히 저수지 밖으로 나가 근처 마을 어귀에 차를 세우고 나서야 저희는 안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너도 그 여자 봤지? 그 벌건 눈 여자!"
"무슨 소리세요 형님!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고요. 절 죽이려고 했다니까요? "
호준이는 격양된 목소리로 자기가 본 건 여자가 아니었다고 하는 거예요.
호준이가 겪은 기괴한 일
호준이 말로는 혼자 낚시를 하다가 출출해져 뭐라도 먹으러 상자를 뒤적이고 있었는데, 순간 랜턴 불빛에 누군가의 실루엣이 보였다 사라지더래요. 잘못 본 거라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잠시 뒤 축축하게 젖어있는 손들이 호준이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놀란 호준이는 그대로 툭 쓰러지고 누워있는 호준이 양쪽 귀에선 질퍽질퍽 진흙이 파헤쳐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땅속에서는 여러 개의 팔들이 솟아 나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기괴한 팔들에 정신이 혼미해지던 순간 아까 보았던 창백한 얼굴의 남자가 나타나 호준이의 발목과 어깨 목 얼굴 등 온몸을 짓누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호준이는 미친 듯이 발버둥 쳐 겨우 텐트로 도망쳐 저에게 왔다고 하는데 호준이의 말은 제가 겪은 일만큼이나 믿기 힘든 이야기였습니다.
각자 다른 존재를 본 저희는 평생 처음 느껴보는 공포에 질려 마을 어귀에 차를 세워두고 문을 꾹 잠근 채 밤을 새우다 잠이 들었습니다.
할머니의 이야기
'똑 똑 똑'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나 보니 어떤 할머니 한 분이 서 계시더라고요.
"아니 모르는 어떤 차가 서 있길래 여긴 못하러 왔수? "
우리는 저쪽에는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러 왔다고 하며 잉어 한 마리 잡았다. 말씀드렸더니 할머니가 이상하게 표정을 지으시더라고요
"아이고 지금 뭔 소리를 하는가? 거기는 저수지가 아니고 묘지여 묘지터!"
할머니 말에 의하며 우리가 저수지라고 생각했던 곳이 원래 공동묘지가 있던 곳인데 골프장 개발한다고 관청에서 반강제적으로 이장 명령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포클레인이랑 불도저로 땅을 싹 파헤치고 공사를 다 해놨는데 장마가 크게 와서 홍수가 나고 그대로 수장되어 버렸고 묘지들을 들 수 셔서 모르는 관짝까지 다 물에 떠다니게 만든 거 아니냐 이러면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셨다고 합니다.
낚시터가 아니었다
무섭지만 짐을 두고 갈 수 없어 한낮이 되어서야 다시 찾은 그터에는 저희가 두고 간 짐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한참 텐트를 철거하고 있는 데..
"형님! 형님! 이거 이 돌 어제도 여기 있었어요?"
"그거? 내가 어제 봤던 건데 왜?"
"형님 이거 제대로 좀 봐 보세요!"
그제야 저는 그게 단순한 돌이 아닌 걸 알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진흙범벅이 되어 땅속에 묻혀 있던 묘비였습니다.
짐을 다 싸고 막 떠나려는데 호준이가 그러는 겁니다. 어제 잡은 잉어도 놓아주자고..
"형님 생각해 보세요. 저수지도 아니고 이런 웅덩이에 잉어가 삽니까? 아무래도 이 잉어 무당이 굿하고 풀어준 잉어 아닐까 싶어요."
그렇게 우리는 잉어를 방생한 후 그 터를 떠났습니다.
그날 이후 저희 사람이 많은 낚시터가 아닌 곳에선 절대 낚시를 펼치지 않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본 이들은 대체 누구였을까요? 정말로 억울하게 무덤에 잠긴 이들의 넋이었을까요?
낚시명당 이모저모
잡은 잉어를 방생해 준 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 잉어를 먹었다면 큰 탈이 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 뒤로는 이모부랑 아버님은 한동안 낚시 자체를 못 하셨고 웬만하면 주변 사람들한테 밤 낚시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고 합니다. 평소에 귀신을 믿지 않으셨던 두 분이었는데 이제는 만나기만 하면 '귀신은 있다'라고 이야기하곤 한다고 하네요 심야괴담회 시즌3 97회 강홍석 씨가 소개한 낚시 명당은 총 38개의 촛불이 켜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