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괴담회 시즌3 90회 세 번째 이야기는 시집살이입니다.
경기도에 사시는 최미주(가명)씨께서 동네언니인 은아 씨가 1980년대 겪었던 결혼생활에 대해 사연을 보내주셨습니다.
은아씨가 결혼한 이유
제보자 미주 씨의 눈에는 누구보다 예뻤다는 동네 언니 은아씨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어머님 혼자 자식들을 건사하셨고, 그런 어머니가 안쓰러웠던 은아 씨는 20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결혼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그런 딸이 더 이상 고생하지 않고 잘 살길 바라는 마음에 아주 넉넉한 집안을 골라서 시집을 보내셨는데, 이 남편은 은아 씨보다 나이가 무려 20살이나 많았지만 과수원과 목장을 운영하는 아주 풍족한 집안의 막내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은아 씨의 시댁 생활은 어머니의 바람처럼 흘러가지는 않았습니다. 시집온 첫날부터 시어머니의 혹독한 시집살이가 시작되었죠.
시어머니의 시집살이 와 남편의 무관심
"내가 사과 포장해 놓은 지가 언젠데 여태 안 해 놓은 거야? 도대체 언제 할 거야?"
"죄송해요. 어머니 이거 끝내고 바로 해놓을게요"
집안일 과수원 일 목장의 잡일까지 전부 제 몫이었습니다. 딸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동안에도 몸보신 한번 제대로 시켜주지 않고 시어머니는 절 아주 머슴 부리듯 부렸습니다.
그동안 남편은 뭘 했냐고요? 그냥 세월아 네월아 놀기만 하며, 제 상황은 나 몰라라 했던 거죠. 여기까지만 들어도 시집을 잘못 왔구나 싶겠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저의 숨통을 조여왔던 건 시어머니였습니다. 대문 밖으로 한 발짝만 떼어도 바로 시어머니 불호령이 떨어졌는데 시댁 식구들 외에는 이웃이나 친구 친정 식구들까지도 만나지 못하게 해서 외부가 철저히 단절된 채 시어머니께 시달렸고 남편은 그런 절 모른 척할 뿐이었습니다.
저는 오로지 딸아이만 생각하며 이를 악문 채 이 모든 수모를 견뎠습니다. 그렇게 숨 막히는 시집살이가 계속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다락방의 불안한 소리
한밤중 이상한 소리에 잠에서 깼더니, 다락방 문 넘어에서 '까드득 까드득'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쥐라도 들어왔나 싶었던 전 그냥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잤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그다음 날 어김없이 소리가 들려왔어요. 자꾸만 신경 쓰이는 소리에 남편과 시어머니께도 말씀을 드렸습니다.
아무래도 이 다락방에 쥐가 있는 것 같다. 쥐약이나 덫을 넣어서 잡아야 되지 않겠냐 이렇게 말이죠.
하지만 시어머니는 제 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다락방엔 쥐 없을 텐데 왜 네 남편은 듣지도 못하는 쥐 소리를 너만 들었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어느 저기 빨래나 개!"
방에서 함께 자는 남편 역시 자긴 그런 소리 못 들었다면서 자리를 피하더라고요.
결국 아무런 조치도 안 한 채 저 혼자서만 며칠째 다락방에서 들리는 까드득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대체 왜 나에게만 이 소리가 들리는 걸까요?
이러기를 며칠째가 되었을까? 그날 밤도 다락방에 신경 쓰여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고 있을 때였어요. 어디선가 서늘한 기운이 느껴져서 눈을 떠보니 다락방 문이 한 뼘 정도 열려 있었습니다.
문을 닫기 위해 다락방 문 앞으로 다가갔는데 캄캄한 문틈 사이에 누군가가 절 빤히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놀란제가 뒷걸음치자 다락방의 여자는 절 보는 것도 모자라 제 뒤에 잠든 남편의 얼굴을 쓱 내려다보기도 했죠.
놀란 제가 남편을 흔들어 깨우는 사이 여자는 어느새 사라져 버렸습니다. 혼자서 다락방을 살필 자신이 없었던 전 일단 다락방 문을 꽉 닫아둔 채 이불속에 몸을 파묻고 밤새 잠들지 못했습니다.
조용한 다락방
다음날 아침 전 남편에게 다락방을 살펴봐 달라면서 사정사정을 했습니다.
남편은 이내 곧 짜증스러운 얼굴로 나오면서
" 뭐가 있다는 거야. 아무것도 없구만 요즘 왜 그래 당신?"
"분명히 내가 눈을 마주쳤는데 정말 아무것도 없어?"
남편과 실랑이는 하는 도중 시어머니가 한심하다는듯 이야기 하였습니다.
"쓸데없는 소리 하고 있어. 니가 다락방을 지저분하게 두니까 별 생각이 다 드는 거야. 잘 됐네 이참에 너 다락방 좀 깨끗이 청소해라"
"다락방을 저 혼자서요?"
바로 전날 그렇게 오싹한 일을 겪었던 다락방을 혼자서 청소를 하라는 겁니다. 너무 두렵고 끔찍했지만, 전 어쩔 수 없이 제 발로 다락방에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다락방을 청소하다
하루 내내 하던 집안일을 다 마치고 저녁이 되었을 때쯤 조심스레 다락방에 올라갔습니다.
저녁이 되어서야 시작된 다락방 청소는 정말 끝이 없어 보였어요. 각종 잡동사니와 사과상자가 널려 있었고, 먼지도 가득했거든요
얼른 청소를 끝내야겠단 마음에 정신없이 다락방을 치우기 시작했는데, 한 시간쯤 흘렀나? 생각할수록 너무 서럽다는 생각이 밀려왔습니다. 매일 머슴처럼 일만 하고 아이까지 도맡아 키우면서 시댁에 할 도리를 다 해왔는데 제가 하는 말은 하나도 믿어주지 않는 이 집구석, 차라리 집에 시집오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그냥 집 사서 친정으로 도망가 버릴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서럽게 울었죠.
그렇게 한참 울다 진정하고 다락방 문 밖으로 나서려는데
다락방의 낯선 여자
"어? 왜 안 열리지"
다락방 문이 갑자기 꽉 닫힌 채 열리질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다락방엔 옥상으로 이어지는 문 또 하나가 있다 또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더라고요.
문을 열려고 이리저리 비밀번호를 눌러보는데 순간 문이 심하게 흔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반 투명한 문 너머로 누군가의 실루엣이 보였죠 놀란 전 누구시냐고 외쳤지만 내 질문에 답이라도 하듯이 문고리를 더욱 힘차게 흔들어 댔습니다.
너무 무서웠던 전 다락방 아래쪽 문을 향해 기어가는데 순간 문소리가 조용해지더라고요 , 조심히 고개를 돌려 뒤를 쳐다봤는데 어느새 방 안으로 들어온 낯선 여자의 두 눈과 마추졌습니다
너무 놀란 전 그 자리에서 얼어있었는데 창백한 손이 제 목덜미를 꽉 붙잡기 시작했습니다.
"가지 마... 가지 마.."
여자는 가지 말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제 목을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려는 찰나
절 찾던 제 딸아이가 다락방 문을 열고 들어온 거예요.
저는 아이에게 큰일이 닥칠까 봐 어디서 생긴 지 모를 힘으로 귀신을 밀치고 딸에게 달려갔습니다. 그리곤 품에 꽉 안은채 몸을 힘껏 웅크렸어요. 그사이 여자는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습니다.
자신과 딸을 지키기 위한 결심
"뭐? 귀신? 손톱만 한 다락방 하나 채들을 못 치우면서 무슨 헛소리야"
아무리 울면서 얘기를 해도 시어머니와 남편은 믿지 않았습니다. 아니 믿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미치지 않고서야 저런 소리를 하겠냐면서 오히려 절 아픈 사람 취급했죠. 10년 넘게 모진 시집살이를 버텨왔지만 전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 말을 못 믿어주는 시댁 식구들이 미운 것보다는 혹시나 딸아이가 나와 같은 일을 겪을까 봐 그게 너무 걱정이 됐던 거죠. 그리고 그날밤 몰래 가방을 싸서 집을 나서기로 결심했습니다.
사라진 딸 그리고 탈출
아직 잠이 덜 깨는 딸아이에게 조용히 있어야 한다고 신신당부한 후에 현관 앞에 세워두고 짐을 마저 챙겨서 나왔는데 그 잠깐 사이에 딸리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때 주방 쪽에서 딸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듯해, 소리를 따라가보니 딸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딸아이의 입에서 다락방에서 나던 소리가 나고 있었습니다.
'까드득 까드득'
그리고 딸아이의 머리 위에는 다락방에서 보았던 그 여자가 얼굴을 내리고 절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에도 이를 악물고 서둘러 딸을 데리고 현관문으로 향했어요.
가족들이 깰까 봐 정말 조심히 문을 여닫고 집을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제 시댁을 빠져가가는 마지막 문인 대문만 빠져나가면 끝이야'
심호흡을 하며 대문을 넘어가려는데, 어느새 다락방 그 여자가 제 발목을 꽉 잡은 채 절 올려다보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여자의 얼굴엔 절대 놓아주지를 않겠다는 듯 결의까지 보이는 듯했습니다.
"어딜 가... 못가!'
머리가 새하애지던 그 순간 제 옆에서 제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는 딸이 보였습니다. 그 모습에 눈앞의 귀신보다 더 무서운 게 떠올랐습니다. 나 자신뿐만 아니라 딸까지 나보다 더 끔찍한 삶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전눈을 질끈 감고 무려 12년 만에 대문을 넘어 지옥 같은 시댁에서 스스로 뛰쳐나왔습니다.
다락방여자의 비밀
얼마 후 제가 딸을 데리고 고향 집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에 동네 할머니 한 분이 집을 찾아오셨습니다. 수척해진 절 보고는
"그때도 이 얘기를 알았더라면 네 엄마를 말리기라도 했을 텐데"
라며 한탄을 하셨어요. 할머니가 해준 이야기는 이러했습니다.
제 남편의 누나죠. 시누이가 어렸을 때부터 제 남편을 엄청 끔찍이 챙기는 등 동생사랑이 극진했다고 합니다. 시누이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가 있었는데, 그 남자가 시누리 몰래 다른 여자랑 결혼을 해버린 거죠. 그것 때문에 엄청 슬퍼하다가 다락에서 자살했다고 합니다.
시누이가 생전에 알사탕을 그렇게 좋아했는데 특히나 '까드득' 하고 씹어 먹는 걸 좋아했대요 남자문제로 괴로워할 때도 물 한 방울 입에 대지 않았는데 그때에도 알사탕은 계속 입에 달고 있었다고 하네요 다락방에 나타나서 저와 남편을 바라보던 여자는 정말 제 시누이었을까요?
-fin-
시집살이 그 후의 이야기
이 이야기를 들은 패널들은 다락방 여자의 정체가 처음에는 전부 인이 아닐까라고 추측했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은아 씨가 남편과의 나이차가 20살이나 나다 보니 혹시 다녀오지 않았나 했었던 거죠
시누이는 버림받았던 자신의 고통이 동생도 똑같이 느낄까 봐 은아 씨가 도망하지 못하게 그렇게 막았은 게 아닐까 합니다.
보통 귀신은 죽기 전에 행동을 반복한다고 하는데 시누이 역시 버림받았던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왜 나가려는 건지는 중요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떠나는 것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네요
은아 씨와 시댁의 변화
그렇게 은아 씨는 괴롭혔던 시댁은 은아씨가 도망치자 붙잡으로 오는등 난리가 나지 않았을가 싶은데 시댁에서는 오히려 은아씨를 찾거나 괴롭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시 은아씨는 살이 너무 빠져서 수척한 몰골이었지만 시댁을 나온 이후로는 점점 살도 오르고 행복한 삶을 되찾았다고 합니다. 귀신또한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요
그런데,
은아 씨가 시댁을 나온 직후에 시어머니가 금방 돌아가셨고, 남편분도 1년이 채 되지 않아서 역시나 알 수 없는 이유도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원래 한이 좀 맺힌 귀신이 있으면 가족 중에 데려가려고 하는 성향이 있다고 합니다. 혹시 모두 외로우니까 가족들을 데려가 버린 게 아닐까요?
그리고 예전엔 며느리를 집안의 노예처럼 부리던 게 당연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인간대 인간으로 대한다기보다는 집안에 종속된 일꾼처럼 생각을 한다거나, 심지어 혼수를 받는 대가로 시댁으로 팔려가는 일도 있었다고 하지요 현재도 기사등을 보게 되면 인도등에서는 딸을 늙은 사람한테 팔아먹는 풍습이 현재도이어지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의 선택은 자신의 행복을 기준으로 이어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시기를 지내오신 모든 어머니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심야괴담회 시즌3 90회 세 번째 이야기 시집살이는 총 29개 촛불이 켜져 2등을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