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괴담회 시즌3 92회 두 번째 이야기는 러브다이브입니다. 카라의 허영지 씨가 Love란 신곡을 들고 나와 연관성 있게 제목을 붙인 것 같은데 44불 완불로 92회 우승사연입니다.
이번 사연은 최아름씨(가명)가 보내주신 사연으로 때는 2003년 당시 13살이었던 여름 다이빙장소로 유명했던 장소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과연 깊은 물속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이야기는 아름 씨의 시선에서 진행이 됩니다.
2003년 여름방학
2003년 제가 살던 동네는 이름에 물'수'자가 들어갈 만큼 시원하고 맑은 물로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여름만 되면 동네 하천에 피서객들이 잔뜩 몰려들었죠. 그렇게 한바탕 여름 성수기가 끝나면 그때부터 저와 친구들의 특별한 성수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싸 오백원!"
저는 물속에서 고개를 들면서 연신 신나게 외쳤습니다. 피서철에 사람들이 물속에다 100원 500원짜리 동전들을 흘리고 가는데 그걸 주워서 군것질하는 것이 저의 놀이이자 재미였죠. 그렇게 동전을 줍고 또 줍고 바닥만 보고 가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는데 빨간 글씨로 적혀 있는 '위험 구역'이라는 경고문이 보였습니다.
동네 불량배들과의 만남
이곳은 해마다 사람이 꼭 한두 명씩 빠져 죽는 우리 동네 하천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었습니다. 어른들 말로는 이상하게 그곳만 물살이 엄청나게 세고 소용돌이가 친다는데 겉에서 보는 수면은 잔잔해 보일 뿐이었습니다. 겁이 난다기보단 괜한 호기심이 들어 좀만 더 가볼까 하며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한 채 고민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저를 향해 돌멩이 하나가 날아왔습니다.
"야 죽고 싶냐? 저리 안 가?"
저를 향해 돌을 던지며 다가오는 남자들의 정체를 확인하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바로 동네에서 절대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불량배 오빠들이었거든요. 오토바이를 타고 폭주족처럼 몰려다니면서 툭하면 저랑 친구들한테 시비를 걸고 돈을 빼앗기까지 했어요. 잔뜩 겁을 먹고 친구 손만 붙잡고 있는데, 불량배 우두머리인 태호 오빠가 위협적으로 말했습니다.
"한 번만 더 여기서 알짱거리면 정말 가만 안 둔다"
그리곤 저를 죽일 듯이 노려보다가 위험 구역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거예요.
다른 친구들은 남겨두고 혼자 높은 절벽까지 올라가더니, 그대로 시커먼 강물 속으로 다이빙을 했습니다. 그곳은 사람이 수십 명이나 빠져 죽은 곳인데 거길 겁도 없이 제 발로 뛰어든 거예요. 그리고 잠시 후 태호오빠가 물속에서 고개를 내밀었을 땐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아주 활짝 웃고 있었습니다.
낯선 사람은 누굴까?
그런데 오빠의 뒤쪽에서 쓱하고 또 다른 사람이 물 위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자세히 봤더니, 어디에 부딪힌 건지 머리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있고 또 얼굴은 시퍼렇게 멍이 뒤덮고 있는 거예요. 눈이랑 코밖에 안 보인 상태로 저를 가만히 쳐다보는 게 오빠의 일행 같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왠지 모를 두려움에 휩싸여 있는데 물속에서 태호 오빠가 저희를 노려보고 있는 걸 발견하고 저와 친구는 겁이 나서 급히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왔습니다.
동네언니의 실종
서둘러 집으로 향했는데 엄마가 초조한 얼굴로 골목을 왔다 갔다 서성이고 계신 거예요. 그러다 저를 보자마자 다짜고짜 혼을 내셨죠
"아니 왜 이제 와! 혹시나 너한테도 무슨 일 난 줄 알고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알아! 글쎄 저기 세탁소 집 딸 미영이가 실종됐대!"
고등학생인 미영 언니는 얼굴은 본 적이 없지만, 동네에서 칭찬이 자자한 모범생이었습니다. 그런데 독서실에 갔다가 그 길로 행방불명이 된 거예요. 엄마는 세상이 하도 흉흉하다면서 학교가 끝나면 딴 길로 새지 말고 곧장 집으로 오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후 저는 학교가 끝나고 세정이 와 또다시 하천으로 놀러 갔습니다. 세정이가 가져온 좁대로 동전을 건질 생각에 신이 나 있었죠.
태호오빠의 다이빙
그렇게 정신없이 물속을 누비다 주위를 둘러보자 어느새 또 위험구역 앞에 와버린 거예요. 게다가 그날은 저기 절벽 위에 무서운 태호 오빠까지 서 있었습니다. 들키기 전에 얼른 돌아가야겠다 생각하며 살금살금 걸음을 옮기려는데
"어? 저 오빠 왜 저래?"
술에 취한 듯 오빠가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몸을 휘청거리는 거예요. 출렁이는 강물을 바라보다가 그대로 꼬꾸라지듯 물속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렇게 1분 5분이 지나도 올라오지 않자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가까이서 봐도 강물은 그저 잠잠하기만 하고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어요.
날 부르는 여자
"도와주세요. 여기 사람이 물에 빠졌어요.!"
주변을 향해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는데, 물결이 출렁거리면서 사람의 뒤통수가 쓱 하고 올라오더라고요. 진짜 다행이라며 안심한 것도 잠시.. 뒤통수가 천천히 저희 쪽으로 방향을 돌리는데 태호오빠가 아니었습니다.
전에 보았던 머리에 피가 흐르던 바로 그 여자였습니다. 여자가 물 위로 손을 쓱 내밀더니, 저한테 이리 오라고 손짓하는 거예요. 그러자 저도 모르게 발이 조금씩 앞으로 또 앞으로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점점 더 깊은 물속으로 발을 내딛는데.
"야! 정신 차려!"
친구 세정이가 제 옷을 세게 잡아당기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야 여기 좀 이상한 거 같아 우리 빨리 나가자!"
당장 그곳을 벗어나고 싶어서 친구를 재촉하자 세정이가 물속에 잠긴 족대를 집어 들었어요. 그런데 족대 그물 안에 크고 까만 덩어리가 보이는 거예요. 조심히 손으로 집어 들어 올려보니 그건 사람의 머리카락이었습니다.
실종되었던 미영언니의 발견
저희가 발견한 머리카락 때문에 동네는 발칵 뒤집혔고, 혹시나 머리카락의 주인이 실종된 미영 언니가 아닐까 다들 불안해했습니다. 경찰 아저씨들과 동네 어른들이 하천을 수색했고 절벽 아래 깊은 물속에서 미영 언니 시체가 발견됐습니다.
그런데 물속에서 건져 올린 미영 언니 발목엔 무거운 아령이 칭칭 감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물속에 잠겨있는 나머지 밧줄을 계속해서 잡아당기자 또한 구의 시신이 딸려 나왔는데 그건 다름 아닌 태호오빠였습니다.
연쇄살인이 일어난 거다 아니다. 뭐 물귀신이 두 사람을 데려간 거다 이렇게 마을이 술렁이는 가운데 며칠 뒤 정말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졌습니다.
미영언니 실종사건의 진실
경찰이 미영 언니가 실종되던 날 마지막 모습이 찍힌 CCTV를 발견했고 그 영상 속에는 술에 취한 채 오토바이를 타고 언니 주변을 서성에는 태호 오빠가 찍혀 있었습니다.
혼자서 미영 언니를 좋아했던 태호 오빠는 그날도 독서실까지 쫓아가 언니를 괴롭혔던 거죠, 겁에 질린 언니는 도망갔고 그 뒤를 쫓아가다가 그만 오토바이로 언니를 치어버렸습니다.
그때라도 병원에 데려갔다면 언니가 살 수 있었을 텐데.. 태호 오빠는 아직 숨이 붙어있는 언니를 병원이 아닌 하천으로 데려갔어요. 그리고 물속에 잠겨 떠오르지 못하게 아령을 매달아 산 채로 강물에 던져버렸습니다.
그날 이후 미영언니의 시신이 물속에 잘 가라앉아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태호오빠는 매일같이 물속으로 다이빙을 한 게 아닐까라고 경찰은 추측하고 있습니다.
착각이 불러온 비극
하지만 세월이 흘러 그때 일을 다시 떠올리면 저는 문득 이런 의심이 들어요. 다이빙을 할 때마다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기다려.. 곧 보러 갈게"
라며 아련한 말을 남기던 태호오빠는 더 이상 도망치지 못하고 같은 자리에서 자기를 기다리는 미영 언니의 시신을 보며 혼자만의 사랑에 빠진 건 아니었을까요?
그 끔찍한 착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서 결국 죽고 만 건 아닐까요? 새까만 강물을 바라볼 때면 소름 끼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실제 많은 사건이 생겼던 러브다이브 장소
사연 속 장소는 실제로 뉴스에도 나왔던 장소로 워낙 큰일이었어서 제작진이 직접 장소에 가서 주민들에게 취재를 했다고 합니다.
주민들 말에 의하며 이곳은 15년 전만 해도 10명 이상 사망사고가 잦았던 곳으로 물속에 들어가기만 해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돌아오지 못했던 곳이라고 합니다. 더 이상 죽지 말라고 주민들이 굿까지 벌렸는데, 굿이 효과가 있었는지 이후 몇 년 동안 사건이 생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곳이 위험한 장소라는 말이 있듯이, 실제로 이곳은 경관이 매우 빼어난 곳으로 예전에는 위험 경고문도 따로 없어서 물속에 소용돌이나 수심도 모르고 들어갔다가 많은 사람들이 화를 당했던 것 같습니다.
심야괴담회 시즌3 92회 두 번째 사연 러브다이브는 촛불 44개로 완불을 달성하여 우승한 사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