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괴담회 시즌3 93화 세 번째 이야기는 귀신낚시입니다.
인천에 사시는 이현종(가명) 씨가 대학교 신입생시설에 겪었던 일을 보내주신 사연으로, 누구보다 즐거운 이 시기에 현종시는 평생 잊지 못한 끔찍한 일을 겪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현종 씨의 시점으로 시작됩니다.
무당과 귀신낚시
2000년 20살 여름이었습니다. 저는 친구 지호, 민우와 인생 첫 야영을 계획했습니다. 물이 깊고 외져서 물놀이하기 좋은 곳을 물색 후 셋이서 신나게 계곡에 들어서는데 계곡 한쪽에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가 손에 길고 하얀 천을 쥐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천의 반대쪽 끝은 계곡 깊이 빠져있었는데, 여자는 마치 천으로 낚시하는 것처럼 손에 쥔 천을 당겼다 놓았다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이게 다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해하던 제게 민우가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며 말해줬어요.
"지금 하는 거 넋 건지기 같아"
지금 제가 보고 있는 건, 물에서 죽은 사람의 넋을 건져 올리는 굿인 바로 '넋 건지기'였습니다.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는 무당이었는데요. 쥐고 있는 하얀 천 끝에 고인이 쓰던 밥그릇이 매달려 있다고 했습니다. 이 그릇을 물에 빠트려 흔들며 한 맺힌 영혼을 찾는 거라고 합니다. 넋이 건져지면 승천할수 있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확인하냐고요? 굿이 끝난 후 그릇을 열어봤을 때 머리카락이 들어 있으면 익사자의 머리카락으로 익사자의 넋이 건져진 거하고 합니다.
지호의 도발과 무당의 경고
신기해서 조용히 지켜보던 그때
"이렇게 하면 귀신이 나오나?"
친구 지호가 커다란 돌덩이리를 잡더니 냅다 물에다 던져 버리며 말했습니다.
우리는 깜짝놀라 지호를 나무라고 무당에게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죠. 그런데 지호 녀석이 느닷없이 무당을 도발했습니다.
"귀신 낚시는 또 처음 들어보네!"
무당은 기운이 흐트러졌다며 하던굿을 멈추고 저희에게 다가오더니, 지호를 손가락으로 똑바로 가리켰습니다.
"너 당장 집에 가! 넌 물에 들어가면 죽어!"
무당의 경고에도 지호는 빈정거리며 말했습니다.
"아줌마! 귀신 그런 거 무당에 돈 벌려고 만들어 낸 거 아니에요?"
무당은 지호에게 다시 한번 물에 들어가면 죽는다고 경고하고선 계곡을 떠났습니다.
귀신을 믿건 안 믿건 뭐 이런 이야기 듣는 것 말로도 무섭잖아요. 무엇보다 혹시 지호에게 나쁜 일이 생길까 너무나 겁이 났죠.
선뜻 물에 들어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는데 지호가 말릴 새도 없이 물에 뛰어들었습니다.
"아이고 얘들아 빨리 와 엄청 시원해 "
물속에서 어찌나 잘 노는지 뭐 걱정하던 저희가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결국 저희는 지호의 성화에 못 이겨 이곳에서 야영하기로 했죠.
검은형제의 발견
민우가 남은 짐을 가지러 차에 갔을 때였습니다.
"야 김지호 그만 놀고 텐트 치는 것 좀 도우라고!"
물속에서 노느라 대꾸도 없는 지호를 다시 부르며 돌아봤더니, 지호는 뭔가가 잡아끄는 듯 수면 위로 아래로 버둥되다 금세 물속으로 가라앉았습니다.
놀란 전 지호를 부르며 물에 뛰어들었지만 지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리저리 지호를 찾는데 갑자기 옆에서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서있더라고요
지호가 저에게 장난을 친 거였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멍하니 서있는데 텐트하나 못 치냐고 놀리면서 지호가 물 밖으로 나가더라고요 그런데.. 지호 뒤로 새까만 형체가 떠내려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가만히 봤더니, 좀 이상했어요. 검은 형체가 떠내려오는 방향이 물살의 반대방향이었거든요
이상함에 지호를 불러 검은 형체에 대해 말하려는 순간 어느새 물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죽어있는 물고기
한바탕 소란이 지나고 나니 금방 해질 무렵이 되었고, 저희는 나란히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입질이 온 건 지호 낚싯대였죠 지호는 한껏 신이 나 낚싯대를 끌어올렸는데 바늘엔 예상하지 못한 것이 걸려 나왔습니다. 바로 어른 손바닥만 죽어있는 생선이었습니다.
" 하필 건져도 죽은 걸 건지냐? 우리 그냥 버리자"
"야 버리긴 뭘 버려 죽은 것도 생선이야 매운탕이나 준비해 내가 금방 손질할게"
얼마 후 생선 배를 가르던 지호가 정말 사색이 되어서 저희를 불렀습니다.
"야 얘들아 일로와 봐"
지우가 생선 배에서 끄집어낸 건 까맣고 긴 머리카락 뭉치였습니다. 처음엔 지호가 장난치는 줄 알았는데 지호머리라고 하기엔 여자의 긴 생머리처럼 길더라고요.
너무 찝찝했던 우리는 그만두고 집에나 가자고 했지만 유독 겁 없는 지호의 괜찮다는 주장에 지호만 두고 갈 수는 없던 우리는 결국 내일 날이 밝거든 떠나기로 했습니다.
물을 찾는 지호
저녁을 먹고 나니 사방은 이미 캄캄해지고 민호는 먼저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매운탕을 짜게 먹었나? 야 넌 괜찮아?"
지호가 목이 탄다며 갑자기 물을 찾더라고요. 그리곤 페트병 하나를 숨 한 번 쉬지 않고 들이켰어요. 지호는 또다시 목이 탄다며 물을 찾았고 한병, 또 한 병, 물이란 물은 모조리 동내기 시작했습니다.
"야 천천히 좀 마셔 물 마시다 체하겠다. "
급기야 마신물까지 토해내면서도 지호는 끊임없이 물을 찾기에 저는 일단 텐트에서 물을 챙겨 나왔죠 그런데 잠깐 사이 지호가 사라진 겁니다.
"야 김지호?"
순간 뒤에서 물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지호가 깜깜한 계곡 안에 들어가 허겁지겁 물을 퍼마시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계곡물을 계속 퍼마시던 지호는 이내 아예 물속으로 머리를 처박아 버렸고, 깜짝 놀란 전 계곡 안으로 달려가 지호의 머리를 잡아당겼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당겨도 지우가 물속에서 고개를 들지 않는 거예요. 저는 다시 한번 온 힘을 다해 지호의 머리를 당겼고 지호를 겨우 물속에서 꺼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지호의 고개를 담그고 있던 그 자리에 까만 수초 같은 것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까만 수초아래로 새파랗게 질린 여자의 얼굴이 딸려서 올라왔습니다. 수초라고 생각했던건 바로 여자의 머리카락이었습니다.
굿을 방해한 대가
"지호야 빨리 정신 차려 우리 나가야 돼!"
멍한 상태로 있는 지호를 열심히 끌어당기는 그때 여자는 어느새 지호 앞으로 와서 목을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눈앞의 광경에 머리가 새하애지던 그때
"현종아 정신 차려 지호 저러다 죽어!"
민우의 다급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전 민우와 함께 지호를 물 밖으로 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정신을 차린 지호를 선두로 우리 셋은 무작정 뒤로 돌아보지 않고 그냥 달렸죠
그렇게 물속의 여자를 피해 한참 달리는데 앞서 뛰던 지호가 갑자기 멈춰 서는 거예요 그런데 지호가 좀 이상했어요.
몸 이곳저곳에서 물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던 거예요. 지호가 절 향해 돌아보자 지호의 얼굴은 어느새 물속에 있던 여자의 얼굴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우리가 귀신과 같이 달린 건가?'
민우와 전 무작정 반대편으로 도망치기 시작했죠.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때 등 뒤에서 털썩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조심스레 뒤를 돌아보니 지호가 새파랗게 숨을 헐떡이며 쓰러져 있었습니다. 저희는 119를 불렀고 지호는 바로 병원에 이송이 되었습니다. 폐에 물이 차서 조금만 늦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었지만 다행히 무사히 회복해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지호와의 만남 그 이후
한 달쯤 지나 지호 다시 만났습니다.
"내가 장담하는데 다시는 바다 물가 계곡 절대 안 간다 진짜 "
그래도 그날 이후론 뭐 별일 없이 잘 지낸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지호가 물을 좀 많이 먹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때 계곡에서 물 굉장히 많이 먹었는데 왜 아직도 목이 타는지 모르겠다며 생수 3병을 연달아 마시는 지호를 보니 기분이 영 이상하더라고요
다음날 아침부터 지호에게 계속 전화가 왔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지호가 아니었어요
"현종아.. 지호가.. 우리 지호가"
지난밤 지호는 저와 헤어지고 집방에서 잠든 사이 익사로 세상을 떠났다는 겁니다.
밥 먹고 공부하다 잠들었는데 바로 그렇게 세상을 떠났던 것이었죠 며칠 지나 부검을 해봤는데 사인은 바로 익사.
원인은 물을 조금 삼켰는데 그게 폐로 넘어가다가 자는 동안 익사를 한 거라고 합니다. 보통 그런 상황을 마른 익사라고 한다고 합니다.
귀신을 방해를 해서 귀신이 저주 한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호가 던진 돌하나가 비극의 시작이었던 걸까요? 그날 계곡에서 지호의 마지막은 이미 정해졌던 걸까요?
-FIN-
마른 익사란?
익사라는 것은 보통 물에 빠져 죽은은 상황을 생각하게 되는데 물놀이를 하고 나서 아무렇지 않다가도 마른 익사로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물놀이를 하지 않았다고 해도 물을 잘못 삼키거나 뭐 일부가 폐로 들어가면 익사하는 것과 똑같이 호흡 곤란과 뇌 손상으로 사망할 수 있습니다.
넋 건지기란?
넋 건지기라는 게 물에 빠져 죽은 혼을 꺼내서 승천시키는 굿을 말합니다.
그것을 방해한 행동이 무언가 지호 씨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심야괴담회 시즌3 93화 귀신낚시는 총 44불의 촛불이 켜져 완불로 우승한 사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