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연은 대전에 있는 식장산에서 두 일행이 겪은 유사한 사건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인 두 명의 제보자인 구호윤(가명), 김재호(가명)씨가 각각 심야 괴담에 사연을 보내왔는데 내용이 너무 비슷해서 제작진도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구호윤(가명)씨의 이야기입니다.
심야드라이브
가수라는 원대한 꿈을 품고 무작정 서울에 올라온 지도 어느덧 3년 룸메 겸 절친인 정민이가 호들갑을 떨며 사진 한 장을 보여주더라고요. 그것은 바로 야경 맛집으로 유명한 대전의 식장산이었어요.
"와... 대전에 이런데가 있어? 실제로 보면 장난 아니겠는데?"
자주 즉흥적인 여행을 떠났던 우리는 그 길로 바로 차를 빌려 심야 드라이브를 떠났습니다. 항상 둘이 가던 여행에 그날은 일행이 한 명 더 늘었어요. 정민이랑 같이 아르바이트하는 동료 원석인데요. 저도 몇 번 본 적 있는 친구였습니다. 그렇게 서울 톨게이트를 벗어날 때쯤 원석이가 당황스러운 듯 질문을 했습니다.
"야 근데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거야?"
원석이의 독백
"정민이가 얘기 안 했어? 우리 지금 대전 가는 거야! 식장산 야경 보러!"
"뭐? 밤에 산을 왜 가? 나 내릴래!"
원석이는 갑자기 흥분하며 차를 세우라며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차 문을 열고 내리겠다면서 난동을 피웠습니다. 저희는 녀석을 겨우겨우 말린 다음에 이왕 온 김에 야경만 후딱 보고 내려오자며 겨우 원석이를 설득했죠.
그러자 뒷좌석에서 원석이가 이렇게 중얼거리더라고요
"그래.. 너희들은 좋겠다. 아무것도 안 보여서"
자정에 산길에서 일어난 일
자정이 넘은 시각 저희는 내비게이션에 식장산 주차장을 찍고 밤길을 달렸습니다.
드디어 산 초입에 들어섰는데 칠흑같이 어둡고 구불구불 가파른 커브길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300미터 앞 우회전입니다. 잠시 후 좌회전입니다."
네비의 안내대로 계속 길을 가다 보니 갑자기 비포장도로가 나오고 억센 잡초들이 차에 스치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뭐야? 제대로 가는 거 맞아?"
"그러게 오늘 네비가 좀 이상한 길을 알려주네 뭐 이쪽으로 길이 또 있나 보지 "
하지만 이상한 건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차 안에 서서히 매캐한 연기가 차오르는데 묘하게 익숙한 냄새였습니다. 냄새의 정체는 바로 향 냄새. 분명.. 장례식장 같은 데 가면 꽂아져 있던 그것과 냄새가 똑같았습니다. 저만 맡은 것도 아니고 셋다 동시에 똑같은 얘기를 했기 때문에 분명 잘못 맡은 게 아니었습니다.
사라진 원석이
"잠시 후 좌회전입니다."
"정민아 여기 좀 이상한 거 같지 않아? 큰길로 돌아가자"
"지금 여기서 어떻게 차를 돌려 야 일단 내비대로 가"
너무 찜찜한데 정민이는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더라고요.
"야 원석아 너는 어때? 밤에 산 오는 거 싫다며 오늘 그냥 내려갈까?"
근데 원석이에게서 아무런 대답이 없고 차 안엔 정적만이 가득했습니다.
잠든 건가 싶어 룸미러로 흘낏 보니 뒷자리에 원석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원석이 어디 갔지? '놀라 뒤를 돌아본 순간 원석이가 겁에 질린 채 벌벌 떨며 운전석 뒷자리에 쭈그려 앉아 창밖만을 응시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원석이의 시선을 따라서 제가 고개를 돌리려고 하자 원석이가 갑자기 저에게 소리 질렀습니다.
"앞만 봐!!"
도착한 식장산
뒤를 못 보게 하며 제 멱살을 잡고 앞으로 잡아당기는데 그것도 성이 안 차는지 운전석 앞까지 몸을 내밀고는 정민이한테도 앞만 보라며 죽일 듯 다그치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이성을 잃은 광기 어린 원석이의 모습에 정민이와 저는 아무 반응도 할 수가 없던 그때 안내멘트가 이어졌습니다.
"500미터 앞 목적지 부근입니다."
도착할 때까지 이대로 버티자 싶어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차 안은 팽팽한 긴장감만 감돌았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안내를 종료합니다. "
도착 멘트가 나오자 원석이가 창밖을 둘러보더니 뭔가 안도한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제 야경을 보나 싶어서 정민이와 차에서 내렸지만 원석이는 끝까지 차에서 내리지 않겠다고 버텨 결국 혼자 차에서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정민아 쟤 왜 저러냐? "
"야 호윤아..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우리 지금 여기 어디야?"
식장산에서 기이한 경험
네비를 따라 도착한 그곳은 깊은 산길이었습니다. 게다가 한쪽에 출입금지라고 쓰인 표지판 너머로 건물이 하나 보였는데 오래된 절이었습니다. 사람도 안 다니는 숲길 같은데, 왠지 모르게 불안한 마음에 빨리 내려가자고 재촉하는 찰나 정민이가 뭔가에 홀린 듯이 절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습니다.
"야 이거 향 냄새 아니야?"
아까 차에서 나던 것과 똑같은 냄새가 절 안에서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더욱더 불길함을 느끼고 그만 가자며 정민이를 재촉했습니다. 그런데 순간 출입금지 표지판이 소리를 내며 삐걱삐걱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아.. 놀래라 바람 때문에 흔들리나 보네"
우리는 주변의 나무들을 살폈고, 곧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야 아니야.. 지금 바람 하나도 안 불잖아."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직감한 그때
빵빵!! 차 안에서 경적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야 뛰어!! 뛰라고!!"
원석이가 경적을 울리며 다급하게 소리를 치는 거예요.
저희는 무작정 차를 향해 달렸습니다. 그 순간.. 제 뒤를 바짝 스치는 무언가가 느껴졌습니다.
죽을힘을 다해 뛰어 차에 탄 후 바로 전속력으로 차를 몰아 산을 빠져나갔습니다. 원석이는 계속해서 창밖을 바라보며 제발 더 빨리 가야 한다고 애원하며 외쳐댔고 그때까지도 차 안에서 진동하는 향 냄새는 식장산을 빠져나오는 순간 정말 신기하게 씻은 듯이 사라졌습니다.
"냄새 안 나는 거 같네"
모두가 안도한 그 순간 원석이가 믿지 못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너네 차에서 내리면 안 됐어.."
원석이가 목격한 것
네비를 따라 길을 잘못 들었을 때, 차 안에서 향 냄새가 나기 시작했던 바로 그때부터 어떤 여자가 차에 붙어 쫓아오는 것이 보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근데 빠른 자동차 속도를 쫓아오는데도 몸의 흔들림이 없이 우리를 쳐다보는데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간 홀릴 것만 같아 우리에게 앞만 보라고 소리쳤다는 것이었습니다.
차가 멈췄을 때 여자가 절 쪽으로 사라지길래 안심했지만 여자가 표시판 위에서 서서 친구들을 쳐다보다 갑자기 근처까지 와서 만지려고 하는 걸 보고 다급하게 소리를 쳤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와 정민이가 차 안으로 무사히 들어오자 여자가 원석이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너는 나 보이는구나?"
그렇게 우리가 전속력으로 차를 몰아 산을 벗어날 때까지 여자는 창문에 붙어 집요하게 원석이만을 노려보다 차가 산을 벗어나는 순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간담 서늘했던 심야 드라이브는 무사히 끝이 난 줄 알았습니다.
식장산 그날 이후
그날 이후로 저는 밤마다 가위에 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산에 갔다 온 지 일주일쯤 되던 날 밤에 혼자 노래 연습을 하고 있는데 만지지도 않은 키보드에서 제 멋대로 소리가 나는 거예요. 잘못 들은 거라 여기고 다시 정신을 다잡고 녹음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녹음된 파일을 확인한 저는 소름이 끼쳤습니다. 녹음된 파일에는 제 목소리와 함께 어떤 여자가 제 노래를 따라 부르는 소리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죠.
혹시 식장산에서 절 쫓아왔던 그 여자였을까요? 그 후로도 반년 가까이 저에겐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이 사연을 제보하면서 더욱더 소름 돋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식장산에서 저희보다 먼저 여자 귀신을 만난 사람들이 있다는 거죠. 저희가 심야드라이브를 떠나기 2년 전 식장산을 찾은 또 다른 3명의 사람이 있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김재호 씨(가명)의 이야기
전망대에서 야경을 보고 산을 내려간 지 한 5분 정도 됐으려나 안개가 짙게 내려진 길을 따라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좌회전입니다. "
별생각 없이 안내를 따라서 차를 왼쪽으로 돌렸는데
"야 아니 우리 직진하면 되는데 왜 좌회전으로 들어온 거야."
"뭔 소리야 아까 네비가 좌회전하라고 했잖아."
친구들 말에 네비가 잘못 알려준 건가 싶어서 다시 차를 돌려서 나가기로 했죠.
후진기어로 바꾼 순간
'삐-삐-삐-삐-'
갑자기 후방감지센서가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후방 카메라에는 저희가 방금 지나온 텅 빈 길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기어를 파킹으로 바꾼 후 차에서 내려 밑에 뭐가 있나 바닥까지 꼼꼼하게 둘러봤지만 나뭇가지 하나 떨어진 게 없었어요.
"아무것도 없었는데 그냥 센서 오류인가 봐"
저는 안심하고 다시 후진 기어로 바꿨어요. 그런데 또다시 울리는 센서음. 게다가 심지어 점점 더 빠르게 울리더니 급기야 3단계 소리까지 나기 시작했습니다. 뭔가가 되게 가까이 있었다는 건데 분명 카메라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거든요.
이해불가능한 상황에 저희는 약간 패닉상태가 되었고 저는 그냥 후진을 해버렸어요. 그러자 거짓말처럼 센서가 더 이상 울리지 않는 거예요.
저희는 정신없이 안내판이 가리키는 길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한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여름에 나올 수 없는 약간 그런 한기 자체가 너무 강해 가지고 되게 꺼림칙하다고 생각하며 내려가고 있었는데 까만 도로옆에 하얀 무엇인가 움직이는 게 보였습니다. 순간 놀래서 차를 세웠는데 옆에 민수도 뭔가 움직이는 것을 봤다고 했습니다. 다시 확인하기 위해서 상향등을 켜자 안내판 위에 어떤 여자가 서있었습니다.
분명 사람이 있을 수가 없는 위치였는데 저희 쪽으로 몸을 돌려 우리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저는 다시 그렇게 운전해서 내려가라 하면 못할 속도로 산을 내달렸습니다.
밤 깊은 산속 내비게이션이 낯선 곳을 가리킨다면 한 번쯤은 꼭 의심해 보세요 그것이 당신을 어디로 데려갈지 모르니까요
이렇게 식장산에 얽혀있는 두 개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어쩌면 이야기도 진행형이 아닐까 싶습니다. 두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식장산의 평행이론(두 개의 사연의 공통점)
1. 3명의 일행이 있었다.
2. 모두 97년생이었다
3. 여자일행은 귀신을 보지 못하고 남자들만 목격했다.
심야괴담회 시즌3 93화 식장산은 곽범과 황제성 씨가 들려주셨으며 총 41개의 촛불이 켜져 우승한 사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