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괴담회 시즌3 98화 두 번째 괴담 공기놀이는 서울에서 한정윤 님이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어린 시절 잔혹한 동심이 일으킨 섬뜩한 이야기로 13살이었던 정윤 씨의 기억을 생생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공기놀이_우리반 왕따 지민이
제가 6학년 때 일어난 일입니다. 저희 반은 남녀 할 것 없이 두루두루 다 친하게 지내는 분위기였는데요.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서도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가 딱 한 명이 있었습니다. 그 아이의 이름은 바로 최지민 삐쩍 마르고 왜소한 체격에 어두운 표정, 잘 씻지 않는 것처럼 냄새도 났었죠.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은 지민이에게 말을 안 걸었고 놀 때 끼워주지도 않았습니다. 이 은근한 따돌림이 확실한 괴롭힘이 된 계기가 있었는데, 그날도 평소처럼 점심시간에 다 같이 모여서 공기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얘들아 혹시 나도 키워주면 안돼?"
순간 교실은 조용해 졌습니다. 지민이는 여태까지 단 한 번도 먼저 말을 한 적이 없었거든요 갑작스러운 지민이의 말에 모두 당황해서 빤히 보고 있었죠.
"아니야.. 신경 쓰지 마 미안"
멋쩍은 듯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버리는 지민이를 보며 경아가 비웃으며 말했습니다.
"야 쟤 갑자기 왜 안 하던 짓을 해? 같이 안 논다고 우리 저주하는 거 아니야?"
경아의 말을 시작으로 아이들은 그동안 속으로만 생각했던 지민이 어머니를 욕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민이 어머니는 바로 무당이었거든요. 그때부터 애들은 지민이의 행세, 말투등 모든 것을 다 험담했죠. 특히 우리 반 반장이었던 경아는 괴롭힘에 제일 앞장섰습니다.
괴롭힘에 앞장선 경아
하루는 경아가 지민이한테 방울이 달린 고양이목걸를 선물이라고 주면서 이러더군요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무당은 미친 사람처럼 뛰면서 방울을 흔든다며? 나는 실제로 본 적이 없어 너무 궁금해.. 그러니까 네가 이거 차고 한번 흔들어 봐"
경아가 억지로 목에 방울을 채우자 지민이는 무력한 얼굴로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그 모습을 보며 정말 이쁘다며 지민이를 둘러싸고 손가락질을 하며 웃어댔고요. 부끄럽지만 저도 모습을 말리지 않고 방관을 했습니다.
지민이의 공깃돌
그러던 어느 날 지민이 책상 위에 작은 주머니가 있는 거예요. 지민이도 교실에 없어서 슬쩍 열어봤는데요. 다섯개의 공깃돌이 들어있었습니다.
"어차피 애는 공기놀이 할 애도 없잖아!"
경아가 제 손에 있던 주머니를 낚아채며 말했습니다. 그 순간 저는 교실 문밖에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지민이와 눈이 마주쳤어요 그래서 경아한테 니가 공깃돌 가져가는걸 지민이가 봤다고 말해줬죠. 교실로 들어온 지민이는 경아에게 공깃돌을 돌려달라고 말했지만 경아는 내가 더러운애껄 왜 가져가냐며 오히려 빈정거리기까지 했죠.
한동안 대치 끝에 지민이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그럼 너.. 후회할 텐데"
"이거.. 설마 너네 엄마가 준 귀신 들린 공깃돌 같은 거야? 그럼 나 소원 빌어야지 최지민 그냥 빨리 죽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지민이가 너무 안쓰러웠지만 편을 들었다가는 저도 같이 따돌림을 당하는 건 아닐지 솔직히 두려웠습니다
경아의 결석
다음날 1교시 수업이 시작됐어요. 근데 한 자리가 여전히 비어있는 거예요. 자리의 주인은 바로 경아였어요. 경아는 우리 반장인 데다가 조퇴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싶었죠. 그런데 지민이가 경아의 빈자리를 힐끔 보면서 초조해하는 겁니다. 자기를 지독하게 괴롭혔던 사람이 없어서 좋아할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그렇게 수업이 다 끝나고 핸드폰을 켰는데 경아가 보낸 자기 집으로 와줄 수 있냐는 문자가 와 있었어요. 저는 그 길로 친구들과 함께 경아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문을 열어주는 경아의 표정이 무척이나 불안해 보이는 거예요.
그리고 저희에게 들려준 경아의 꿈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경아의 꿈 이야기
" 어젯밤에 내가 자다가 갑자기 눈이 딱 떠졌거든. 그런데.. 누군가 내 방에 있었어 힐끗 쳐다보니 어떤 여자애가 내가 뺏었던 최지민의 공깃돌을 갖고 놀고 있었어. 그리곤 '하나 잡았다.. 하나 잡았다 '같은 말을 계속 중얼거리더라고.. 이게 꿈인가? 쟤 귀신인가? 내가 지금 가위에 눌렀나? 혼란스러운데 걔가 내 침대 위로 기어 올라오더니, 날 쳐다보는 것 같았어.
숨을 참고 자는 척을 하는데 걔가 그대로 발을 쓱 지나쳐서 내 머리 위쪽으로 더 기어 올라갔어. 얘들아 저기 침대 맡에 저기 벽에 붙은 거 보여? 우리 집 가족사진 말이야.. 그 여자애는 사진 속 할아버지만 손으로 콕콕 찍어대며 중얼거리기 시작했어..
'하나 잡았다... 하나 잡았다...' 또 이 말만 하는데 대체 뭘 하나 잡았다는 건지 잠도 못 자고 밤새 시달렸어 그렇게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는데 엄마가 다급하게 통화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외할아버지가 그날 새벽에 등산 가셨다가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셔서 병원에 실려 가셨다는 전화였어.. 큰 고비는 넘기셨는데 의식이 없으시대."
경아는 저희한테 얘기를 다 들려준 뒤 가족사진과 공깃돌 주머니를 내밀었어요. 할아버지의 얼굴만 누군가 손톱으로 꾹꾹 누른 것처럼 자국이 나 있었습니다.
지민이의 공깃돌도 꺼내봤는데 분명 다섯 개가 있어야 하는 공깃돌이 네 개로 줄어들어 있는 거예요. 경아는 오늘 아침 부모님께 이 일을 털어놨지만 할아버지 사고 때문에 놀라서 뭐 잘 듣지도 않으셨대요
"괜찮아 걔 원래 좀 재수 없잖아"
"걔 너무 재수 없지 않아?"
애들은 재수 없는 애 물건이라 그런 거 같다라면서 지민이를 또다시 욕했습니다. 진짜 이 공깃돌에 뭔가 있는 건가 저도 모르게 공깃돌을 하나씩 잡아서 위로 던졌다가 받았다가 던졌다가 받으며 앞을 보는데 경아의 얼굴 위로 보랏빛 얼굴의 여자애의 모습이 겹쳐 보였습니다. 등줄기가 오싹해지는 웃음소리까지 들리더라고요.. 설마 경아가 봤다던 그 귀신인가? 전 무서워서 그대로 경아 집을 뛰쳐나왔습니다.
더욱 집요한 괴롭힘
경아도 그날 이후 지민이를 무서워할 줄 알았는데요. 하지만 그건 제 착각이었어요. 오히려 더욱 집요하게 지민이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재수 없는 공깃돌 때문에 귀신을 봤다며 괘씸하다면서요.
그리고 며칠 뒤 경아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크게 다친 머리를 결국 회복하지 못하셨다고 했어요. 경아는 한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민이는 평소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지냈지만 저는 그런 지민이가 너무 소름 끼쳤어요. 왜냐하면, 경아의 얼굴 위로 나타났던 귀신이 가끔씩 지민이의 얼굴에도 겹쳐 보일 때가 있었거든요.
저주걸린 공깃돌
그런데 어느 날 수업 중에 교실 문이 부서질 것처럼 열렸어요.
"누구야? 누가 최지민이야?"
경아 손을 꽉 붙잡고 들어온 경아 어머니가 지민이의 멱살을 잡으며 소리쳤습니다.
"쪼끄만 게 어디서 개수작을 부려!
그러면서 경아 어머니가 지민이 책상에 무언가를 집어던졌는데 그건 세 개밖에 남지 않은 공깃돌이었습니다. 뚜껑이 열린 공깃돌 안에는 철가루와 피가 묻은 정체 모를 털들이 섞여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경아의 아버지가 교통사고가 나셔서 크게 다치셔서 지금은 혼수상태시라고 하더군요 그전까지는 안 믿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저주받은 공깃돌들 때문이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이 경아와 어머니를 데리고 나갔고 아이들은 모두 겁에 질려 지민이를 쳐다봤어요. 지민이는 난리통에도 늘 그렇듯 무표정한 얼굴이었습니다. 경아는 얼마 후 전학을 갔습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한다는 말을 남기고요.
저는 복도로 지민이를 불러내서 물어봤어요.
"정말 너희 엄마가 경아 저주한 거야?"
"근데.. 내가 아니라고 해도 너 안 믿을 거잖아.. 너희들 전부다"
정말 지민이가 경아를 저주한 걸까요?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면 그때 제일 무서웠던 건 피해자인 지민이도 가해자인 경아도 아닌 동조하고 방관했던 제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민이 말처럼 저는 진실과는 상관없이 그냥 그 애를 믿어주기 싫었으니까요.
-FIN-
공기놀이 그 후의 이야기_경아가족은 어떻게 됐을까?
경아네 아버님도 결국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공깃돌이 이제 세 개가 남았었는데 선생님이 처리하기 뭐해서 운동장에 있는 나무 밑에 그냥 두셨다고 합니다. 그거를 근데 이 제보자인 우리 정윤 씨가 한 번씩 갈 때마다 이렇게 쓱 확인을 해봤더니, 어느 날 공깃돌이 두 개가 되어 있었대요.. 그리고 좀 한참이 또 지나고 이렇게 봤는데 공깃돌이 하나 남아있다가 결국은 어느 날 하나마저 사라졌다고 합니다. 저주가 계속 이어졌던 걸까요? 너무 무서웠던 정윤 씨가 경아 씨 어머니한테 전화를 해봤지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고 합니다. 공깃돌이 사라질 때마다 경아 씨의 가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이번 이야기는 애들의 무지함에서 오는 잔인한 행동들이 불러온 사연이었던 것 같습니다.
심야괴담회 시즌3 98회 김숙 씨의 공기놀이는 총 31개 촛불이 켜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