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괴담회가 벌써 시즌3의 마지막 회차가 방영이 되었습니다.
김숙 씨가 갑자기 시즌4 이야기를 꺼내더니 오늘이 막방이라고 하더군요. 갑자기.. 특별회차 100회와 101 화남 긴 했지만 공식적으로 심야괴담회 시즌3가 막을 내렸습니다.
마지막 회 괴스트는 심괴가 사랑한 배우 이세영 씨가 출연해 주셨는데요, 아마도 연인이 끝나고 방영될 드라마 홍보차 나온 것 같지만 심괴에서 만나면 기분 좋은 게스트임은 분명합니다.
심야괴담회 99회 두번째로 소개된 이야기 빨간 원피스로 경기도 오산에 사는 이서준 씨께서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서준 씨 친구 중에 현아 씨라는 분이 계신데요. 현아 씨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겪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현아 씨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편의점 알바를 시작하다
2019년 전 21살 대학교 2학년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학교 근처에서 혼자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요.학비에 월세까지 가난한 주머니 사정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날도 역시나 한바탕 손님이 지나간 후 늦은 밤 진열대 재고를 채울 때였어요. 편의점마다 한쪽 벽에 음료가 진열된 냉장고가 있는데 이 냉장고 뒤엔 매장 안에서는 보이지 않는 공간이 있습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이곳으로 들어가 냉장고 뒤에서 재고를 채워 넣거든요.
비어있는 칸을 하나하나 채우고 있는데, 음료캔 사이로 빨갛게 충혈된 두 눈이 제 눈과 마주친 거예요 순간 깜짝 놀라 자리에 주저앉았습니다. 그사이 손님이 왔나 싶어 다시 고개를 들어봤는데 절 보던 눈도 사람 실루엣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혹시나 싶어서 매장으로 나가서 한 바퀴를 둘러봤는데요. 아무것도 없었어요. 내가 잘못 봤나.. 갸웃되며 계산대로 돌아갔죠 그리곤 자리에 앉아서 핸드폰을 확인하고 있는데,
'또각...또각..'
매장을 도는 구두 소리가 들려오는 거예요. 분명히 손님이 들어오는 기척을 못 들었거든요. 순간 조금 전 냉장창고에서 마주쳤던 새빨간 두 눈이 떠올랐습니다.
'설마 그 사람이 숨어 있었나?'
구두소리를 따라 매장을 둘러보는데, 냉장고 앞에 빨간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서 있는 거예요
여잔 높은 구두를 신고 있었는데요. 얼굴은 긴 생머리로 덮여서 보이질 않아요.여자는 저에게 또각또각 다가와 말했습니다.
"죽일 거야...."
무서워서 뒤로 물러서는 순간..
고개가 뒤로 넘어가며 눈을 떠보니 고요한 편의점 안이었습니다. 계산대에 앉아서 깜빡 졸았던 거예요. 아니 꿈이 어찌나 생생했던지 등줄기엔 여전히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참 운 나쁜 날이다... 꿈에서도 별 손님을 다 본다 싶었어요.
빨간원피스를 입은 여자
다음날 전 어제 일은 잊고 학교 수업에 편의점 알바까지 다시 바쁜 하루를 보냈어요. 늦은 밤 근무를 마친 후 평소처럼 집에 걸어가는데 핸드폰을 보며 걷다 보니 마주 오던 아주머니를 보지 못하고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연신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다시 길을 걷는데
'또각... 또각...'
제 뒤에서 여자 구두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힐끗 뒤를 돌아봤더니, 제 앞에 빨간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서있는 거예요.
여잔 제가 돌아보자마자 등 뒤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는데요. 날이 선 칼이었어요. 여잔 내뱉는 숨이 느껴질 만큼 가까이 다가서선 저에게 말했습니다.
"죽일 거라고 했지..."
그리고 곧 제 허리춤에 날카로운 뭔가가 꽂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끔찍한 고통에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던 그때!
"현아 씨 일어나요"
눈을 떠보니 편의점 계산대였어요. 교대하러 온 다음 타임 아르바이트생이 절 깨우고 있더라고요 제가 또 졸았던 거예요. 일단 뭐 정신없이 교대를 마치고 편의점을 나왔습니다. 아니 아무리 꿈이라지만 연달아 두 번이나 악몽을 꾸니까 저도 모르게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죠.
꿈과 현실을 오가는 공포
어느새 꿈에서 여자를 만났던 길에 들어선 순간.. 마주 오던 아주머니랑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사과를 하는 순간 기시감이 확 들더라고요
'꿈이랑 비슷한데....'
방금 꿈꾼 때문에 왠지 망설여지더라고요. 그때..
'또각... 또각...'
꿈에서 들었던 그 구두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제 머릿속에는 온통 여길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뿐.. 전 곧장 눈앞에 보이는 상가 화장실로 뛰어들어갔습니다.
화장실 칸 문을 잠그고선 급히 남자친구에게 연락했죠. 빨리 여기로 와달라고 떨리는 손으로 겨우 메시지를 보냈는데 구두 소리가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는 거예요.
그리곤.. 5분... 10분.. 한참 동안 숨 막히는 정적이 이어졌고 참다못한 전 바닥에 바짝 붙어서 칸 밑으로 밖을 살펴봤습니다. 틈사이로 보이는 화장실은 텅 비었습니다.
다시 나갔나 싶어 안심하던 찰나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옆칸 벽위로 빨간 원피스의 여자가 절 지켜보고 있는 거예요!
그 여자가 몸을 고꾸라 치면서 손을 뻗어 점점 제게 다가왔고 전 여자의 손끝이 닿기 직전에 밖으로 뛰쳐나갔어요. 마침 절 데리러 온 남자친구가 도착했더라고요. 전 곧장 남자친구와 집으로 갔습니다. 남자친구는 제가 너무 끔찍한 악몽을 꿔 헛것을 봤을 거라며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절 달래줬어요. 하지만 이날 이후 상황은 점점 나빠졌습니다. 길을 걸을 때 아르바이트할 때 자꾸만 빨간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보이는 거예요. 마치 빨간 원피스를 입은 귀신이 제게 따라붙은 것 같았죠.
빨간 원피스 여자의 얼굴을 보다
1주일 흐른 어느 밤 제 방 책상에 앉아서 밀린 과제를 하고 있을 때였어요.
'끼이이익...'
등뒤에서 천천히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쳐다보니 방문이 한 뼘 정도 열려 있더라고요. 전 문을 닫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제방 거울에 빨간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보이는 거예요 그 여자가 제 방까지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전 그제야 그 여자 얼굴을 자세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빨갛게 충혈된 눈에 핏기 없는 얼굴.. 여잔 제 발목을 꽉 쥔 채 천천히 고개를 들어 저를 올려다보며 말했습니다.
"죽여버릴 거야!!!!!"
전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습니다.
또다시 악몽을 꾼 거였죠..
'아 꿈이구나...' 살짝 안도하면서 한숨을 몰아쉬는데.. 등뒤에서 '끼이익..'하고 방문이 천천히 열리고 있는 거예요. 문틈 사이로 보이는 건 칠흑같이 어두운 거실뿐이었죠. 순간.. 문이 더 열리면서 빨간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제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어.. 나 꿈에서 깼는데... 아니 아직 꿈인 건가??'
혼란해하고 있던 그때 여자가 칼을 꺼내 제 눈앞에 들이대는 거예요. 전 얼른 꿈에서 깨길.. 눈앞에 여자가 사라지길 간절히 빌었어요. 이제 제 허리에 차가운 칼날이 닿는 순간!!
현관 도어록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마침 남자친구가 들어왔던 거죠
"왜 이렇게 전화가 안... 어? 뭐야!! 뭐 하는 새끼야!!"
남자친구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절 위협하던 여자를 잡아채습니다. 지금 이 상황은 꿈이 아니라 진짜였던 거예요.
빨간원피스의 정체
여자는 남자친구에게 붙잡혀 발버둥 쳤고 두 사람의 몸싸움이 이어졌죠 그때 여자 얼굴이 보이는데 꿈에서 본 여자가 아닌 처음 보는 전혀 다른 사람의 얼굴인 거예요. 빨간 립스틱에 새하얗게 화장을 한 낯설고 기괴한 모습이었어요.
경찰서를 가서 상세하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얘기를 하다가 제가 호칭을 여자라고 하니까 경찰이 무슨 소리 하는 건지 갸우뚱을 하면서 남잔데 무슨 소리 하는 거냐고 하시더라고요.
빨간 원피스를 입고 있던 범인은 빼빼 마른 체형에 머리는 가발로 가리고 얼굴에는 화장까지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골목에서 절 쫓아왔던 것도 화장실에 따라 들어온 것도 귀신인 줄 알았던 여자는 바로 빨간 원피스를 입은 남자 스토커였습니다.
경찰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제 머릿속엔 다른 한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제 꿈에 자꾸만 나왔던 빨간 원피스 여자.. 꿈속의 여자는 분명 남자와 다른 얼굴로 아예 다른 사람이었고 제 또래 여자처럼 보였었거든요.
돌이켜보니 전 이 여자가 나온 꿈을 꿔서 남자를 피할 수 있었던 겁니다. 또각또각하면서 다가오는 소리라던가.. 칼로 찌르는 상황이 꿈이랑 거의 흡사했던 것이 마치 그동안 당했던 피해자들이 꿈으로 약간 좀 표현을 해준 게 아닌가 싶습니다. 만약 제가 악몽을 꾸지 않았다면... 빨간 원피스를 입은 남자와 마주친 수많은 순간 제 운명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귀신보다 무서운 현실적인 범죄
이 이야기는 역시나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이 생각나는 현실공포 사연이었습니다.
아마도 현아 씨가 편의점에서 알바로 일하는 그때부터 그 범임이 편의점 물건 사러 갔다가 현아 씨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었다도 합니다. 그리고 원피스를 왜 입고 있었는지 싶은데 혹시나 다른 피해 여성이 입던 거를 입은 게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아 씨의 꿈에 나왔던 귀신도 같은 옷을 입고 나타난 게 아닐까 싶네요.
심야괴담회 99회 김아영 씨가 소개해준 빨간 원피스는 총 42개의 촛불이 켜져 마지막 회 우승을 한 사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