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괴담회 시즌3 86회는 '죄와 벌'이란 주제로 3가지 이야기가 소개되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사연은 첫번째 괴담인 '작살'입니다.
20년 전 세 친구가 여름휴가를 가서 겪은 일로 과연 세 친구 중 어떤 죄로 벌을 받게 되었을까요? 지금부터 그날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작살_프롤로그
때는 2003년 여름 전 중학생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동네친구 현우 그리고 중배형과 함께 여름휴가를 떠났습니다.
저의 셋이 향한곳은 강원도 삼척! 사람 많은 바다 대신에 한적한 계곡에서 물놀이를 할 예정이었습니다.
튜브, 돗자리에 라면까지 잔뜩 싸맨 후 깊은 산속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가장 신이 난 현우가 작살을 흔들며 외쳤습니다.
"오늘 내가 물고기들 다 작살내줄테다!"
"야 다친다 조심해!"
현우가 기다랗고 뾰족한 작살을 양손으로 돌리며 까무는 통에 위험하니까 조심하라고 말했지만 어릴 적부터 사고뭉치였던 제 말을 들을 리 없었습니다. 그렇게 현우는 신나게 작살을 흔들며 저 앞으로 뛰어나가는데,
"악 뭐야!"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현우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습니다.
잠시 후 천천히 손을 치우자.. 얼굴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는 하얀 액체. 그건 바로 새똥이었습니다.
위를 쳐다보니 커다란 나무 위에는 까마귀들이 잔뜩 앉아 있었습니다.
"야 까마귀 똥인가 봐 냄새 봐라 큭큭"
"재수 없게 까마귀가"
현우는 돌을 집어 들고 나무 위의 까마귀들에게 던져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돌들은 높은 나무에 앉아 있는 까마귀에 닿을 리 만무했죠.
"야 그만하고 가자 어차피 안 잡혀 "
돌멩이가 계속 빗나가자 점점 독이 오르던 현우는 이번엔 돌대신 옆에 있는 작살을 집어 들었습니다.
"야.. 그거 던지려는 거 아니지?"
현우는 내 말은 무시한 채 가지고 있던 작살을 천천히 흔들며 까마귀를 향해 조준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나... 둘...
말릴 새도 없이 작살은 이미 현우의 손을 떠나 길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고 역시나 까마귀를 빗겨나간 채 잘못된 곳에 떨어져 깊게 꽂히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무성한 수풀사이에 가려져 있던 누군가의 무덤 위
아무도 돌보지 않는 듯 관리도 안된 채 방치되어 있는 무덤엔 묘비도 없고 손대면 금방이라도 허물 어질 것 같았는데, 현우가 던진 작살은 무덤 한가운데에 마치 비수처럼 꽂혀 있었습니다.
"이 자식 또 사고 쳤네 저거 당장 가져와"
"아.. 까마귀 자식 때문에.. 만지기 싫어 알아서 뽑아가겠지 그냥 가자"
현우와 중배형은 별일 아니라는 듯 신경도 안 쓰고 가버렸고
무덤을 함부로 밟아서도 안되는 것을 알았던 전 너무도 찜찜했습니다.
나라도 작살을 뽑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결국 전 무덤을 향해 공손히 사과를 한채 친구들을 따라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렇게 묘지에 작살을 그대로 버려둔 채 말이죠.
계곡에서 일어난 일
"야 여기 물 좋다"
시원한 계곡물에 몸을 담그자 어느새 긴장했던 마음이 싹 가시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런데 어떤 일인지 까불이 현우가 너무나 조용한 것이었습니다.
"야 이현우 폭탄 받아라"
전 장난스럽게 현우를 향해 물장구를 쳤습니다.
그런데 평소 같으면 바로 반격을 했어야 할 현우가 가만히 서서 어딘가를 죽일 듯이 노려볼 뿐이었습니다.
"애들아.. 집에 가자 "
"야 갑자기 가긴 어딜 가?"
"집에 가자고!!"
현우는 내 말을 무시한 채 집에 가자며 화를 내곤 아예 물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한참 후 물놀이 중 배가 고파진 전 자발밭에 혼자 떨어져 앉아 있는 현우를 불렀습니다.
"야 현우야!"
꽁하게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현우는 무엇인가에 열중한 채 재 말에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야 배고픈데 라면이라도 끓여 먹을까?"
저는 현우에게 말을 걸며 다가갔고 곧 제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우가.. 한 손에 커다란 돌을 들고 쿵쿵 무언가를 있는 힘껏 내려치고 있었는데 그 아래는 피로 범벅이 된 현우의 다른 한 손이 보였습니다.
현우가 자신의 한쪽손을 돌로 내리칠 때마다 손에서 튀는 피로 옷을다 물들일 정도였습니다.
"야야야 너 뭐 해 미쳤어?"
전 뛰어가 현우를 붙잡았습니다.
현우는 말리는 제 손을 뿌리치며 또다시 돌을 집어 들어 자신의 손을 내려치기 시작했고 중배형까지 달려들서야 겨우 현우를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전 정신 차리라며 현우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습니다. 몇 번이나 뺨을 맞고서야 현우는 평소의 눈빛으로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고통이 느껴지는 현우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방금 무슨 짓을 한 건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을 하지 못했습니다.
"빨리 병원부터 가자"
다친 손부터 치료하는 게 급선무였던 우리는 현우를 부축했지만 겁에 질린 듯 주변을 정신없이 둘러보던 현우는 그냥 집으로 가겠다며 저희손을 뿌리친 채 달려 나갔습니다.
뒤늦게 쫓아갔지만 순식간에 사라진 현우를 찾을 수가 없었고 그 일 이후 전 한동안 현우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전화를 해도 받질 않았고 집까지 찾아가도 현우는 우리를 만나주질 알았습니다.
다시 만난 현우
그렇게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횡단보도에서 우연히 현우를 마주치게 되었는데 처음엔 정말 못 알아볼뻔했습니다. 그동안 살이 얼마나 빠진 건지 푹 패인 볼에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여기저기 성한 곳이 없었습니다.
"너 꼴이 왜 그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야.. 나 살려줘라나 지금 벌 받고 있는 거 같아... "
잔뜩 겁에 질린 채 현우는 횡설수설하며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진정하고 집에 가서 이야기하자 "
"싫어!... 집은 싫어.!!"
저는 불안에 떠는 현우를 겨우 진정시키며 근처에 있는 벤치에 앉았고 믿을 수 없는 현우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현우의 이야기
"제성아... 넌 못 봤지?"
계곡에 놀러 갔다 너 바로 그날 중배형과 제가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있던 그 순간 현우의 눈에는 저 멀리 서 있는 어떤 할머니가 보였다고 합니다.
뚝뚝 피가 떨어지는 할머니에 목에는 기다랗고 뾰족한 작살이 비스듬히 박혀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현우는 바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아.. 저거 내가 무덤에 던진 작살이구나!'
할머니에게서 도망치려고 저에게 그렇게 집에 가자며 현우는 화를 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현우의 귓가엔 한 목소리가 맴돌기 시작했는데
"잘라... 잘라.. 잘라버려.."
할머니의 명령하는 목소리에 현우는 어느새 정신이 혼미해졌고 정신을 차렸을 땐 돌로 자신의 손을 찍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현우는 계곡에서 일어난 그 일이 끝이 나니라 지옥의 시작일 뿐이었다고 했습니다.
계곡에서 도망쳤던 그날밤
삼척에서 도망친 그날 현우는 겨우 진정하고 잠이 들었는데
"쾅쾅쾅!!"
누군가 현관문을 세차게 두들기기 시작했습니다.
"누구세요?"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그 순간
"쾅쾅쾅!!""쾅쾅쾅 쾅!!!"
대답대신 더욱 세차게 들리는 문 두드리는 소리 그 소리는 현관문을 지나 거실 그리고 방문까지 점점 가까워졌고 어느새 화장실에 있는 창문 등 집에 있는 모든 문이 정신없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억지로 집안으로 들어오려는 것처럼 말이죠
현우는 공포에 질려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였고 흔들림은 어느 순간 갑자기 멈추며 집안이 쥐 죽은 듯 고요해졌습니다. 그런데.. 등뒤에서 서늘한 기운이 느껴져 조심히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뒤에 서 있는 것은 계곡에서 현무를 노려보고 있던 바로 그 할머니 었습니다.
여전히 목에 꽂혀 있는 작살에선 피가 뚝뚝 흐르고 있었고 고통과 분노로 인해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진 할머니는 현우에게 저주를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네 손목을 자르고 오장육부를 다 문드러지게 할 것이야!"
서슬 퍼런 할머니의 목소리에 현우는 죄송하다며 울면서 빌고 또 빌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무덤을 욕보인 죄를 씻을 수 없었던 것일까요? 결국 그 일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현우가 받은 벌
바로 며칠 전 현우는 분명 자기 방에서 잠이 들었는데
"빵빵!"
자동차 경적소리에 놀라 문득 눈을 차려보니 자신이 침대 안이 아닌 웬 슈퍼 앞에 서있었습니다.
슈퍼에서 대체 무엇을 산 건지 검은 봉지까지 손에 들려있는 채 말이죠
'내가 대체 뭘 산 거지?"
검은 봉지 안에 들어있는 걸 확인해 보니 다름 아닌 서슬 퍼런 부엌칼
놀란 현우가 손에 든 칼을 당장 버리려고 하는 찰나
"잘라.. 잘라... 잘라!!!!"
또다시 할머니가 현우에게 명령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 제발 살려주세요!"
울면서 할머니에게 용서를 빌었지만 의지와는 다르게 홀린 듯이 탁자 위에 한 손을 그리고 다른 한 손은 식칼을 번쩍 위로 치켜들었습니다.
그런 현우를 비웃듯이 할머니는 웃음을 지었고 현우는 저항하려 안간힘을 썼지만 점차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현우는 기억이 끊였고 잠시 후 슈퍼 아르바이트생이 현우를 발견했을 땐 이미 손가락이 잘린 상태였습니다.
그때의 고통이 기억이 나는지 현우는 붕대로 감은 손을 움켜지며 말했습니다.
"재성아, 우리 갔던 삼척에 같이 가줘 제발.. 내가 부탁할게"
그 길로 현우와 저는 삼척의 계곡으로 달려가 이 모든 일이 시작되었던 무덤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허름한 흙더미, 제멋대로 무성하게 자라난 수풀사이 속 녹이 슨 채 여전히 무덤 한가운데 흉물스럽게 꽂혀 있는 작살을 발견했습니다.
전 조심히 작살을 무덤에서 뽑아냈고 현우와 함께 무덤 앞에 서서 용서를 빌고 또 빌었습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
그리고 그날 이후 다행히도 더 이상 할머니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단 한 번의 실수로 끔찍한 고통을 겪게 된 현우 무덤을 욕보였다는 대가로 하기엔 너무 가혹한 벌이었을까요? 아니면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이였을까요?
-FIN-
작살 그 후의 이야기
제보자가 현우와 함께 삼척으로 가기 전 날 같이 잠을 잤는데 '컥컥' 소리가 나서 눈을 뜨니 현욱이가 제보자 바로 눈앞에 엎드려 있었다고 합니다. 눈이 시뻘건 채로 하얀자만 보인채 입에는 하얀 거품을 가득 물고 벌벌 떨고 있는 모습을 보고 정말 뭔가 있구나란 걸 느꼈다고 합니다.
다행히 무덤 위의 작살을 뽑은 후에는 무서운 일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의도가 없었던 현우의 단순 실수가 이렇게 큰 분노를 사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무덤에 무엇인가를 꽂는다는 것은 무덤의 주인뿐만 아니라 후손들의 기운까지 억누르는 행위이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저주의 방식 중 하나라고 합니다.
그래서 일제 강점기 시절에도 일본인들의 우리나의 정기를 말살시키려는 의도로 한반도 곳곳에 쇠말뚝을 박기도 했었습니다.
현재 말뚝은 거의 제거한 상태이지만 아직도 박혀 있는 곳이 남아있을 거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