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괴담회 시즌3 95화는 아르바이트를 하다 겪은 이야기들로 꾸며졌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방탈출 괴담입니다. 한때 굉장히 유행했었던 방탈출 카페에서 일어난 일로 황제성 씨가 사연을 읽어주셨습니다.
방탈출 카페는 각각의 테마로 이루어진 방안에서 제 한 시간 내에 숨겨둔 단서를 찾아 추리하여 그곳을 탈출하는 일종이 게임센터인데 그중 공포를 테마로 한 방에서 일어난 일로 제보자는 서울의 한 방 탈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일했던 이주연(가명) 씨입니다.
이 사연은 주연씨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인기 많은 공포의 폐병원 테마 방
" 이곳은 폐병원에 밀폐된 수술실입니다. 제한시간 60분 안내방송이 끝나고 나면 안대를 벗고 게임을 즐겨주시면 됩니다. 그럼 들어가실게요!"
그야말로 공포 난이도 별 다섯 개에 빛나는 특강의 공포를 느낄 수 있다고 소문난 '폐병원의 저주방'은 낮부터 밤까지 늘 예약이 끊질 않던 테마였는데요. 입장 후 안대를 벗은 손님들이 마주할 공간은 온통 붉은 핏자국으로 가득한 벽면과 붉게 물든 샤워커튼 뒤 욕조가 인상적인 폐병원의 테마의 첫 번째 방인 수술실이었습니다. 어떤 손님들은 이 방을 보자마자 포기해 버릴 정도로 정말 으스스한 공간이었거든요. 안내를 마친 전 카운터 옆 CCTV 상황실로 돌아와 막 입장한 커플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커플 손님들이 꼭 붙어서는 단서를 찾을 생각은 일도 없어 보이는 겁니다.
"나갈 의지 좀 만들어 줘야겠는데?"
그래서 제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문두드리는 효과음 제공이었습니다. 방 탈출 직원들은 보통 이렇게 음향 효과로 공포를 유발하거든요. 무서우라고 음향 효과를 살짝 준 건데 이 CCTV화면 속 두 사람이 좀 의아할 정도로 한참 무서워하는 거예요. 여자분은 귀를 막고 구석에 쪼그려 앉아있고 남자분은 방 한구석을 손전등으로 비춰가면서 뭔가 중얼중얼거리는 모습이었어요. 그러다 곧 방안의 연결된 전화로 연락이 왔습니다
"그 아까부터 계속 문 두드리시면서 웃으시는데 좀 너무하시는 거 아니에요?"
"네? 그거 아까 한번하고 끝난 소리인데.."
"아무리 장치여도 좀.. 저기요 저기 그냥 저희 나갈게요 문 열어주세요!"
결국 게임은 그렇게 종료됐고 하얗게 질린 얼굴의 두 사람은 황급히 카페를 떠났습니다.
데이트 왔다가 정말 처음엔 그렇게 신나 하더니, 뭐 참 특이한 손님들이다 싶었죠 이후에 제가 혼자 폐병원 테마에 들어가서 물건들을 정리하며 확인해 봤는데요. 쿵쿵대는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고 음향 효과도 이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폐병원 테마방 마지막손님들
며칠 후 밤 10시쯤 이 폐병원 테마의 마지막 손님으로 남학생 두 명이 왔는데요. 첫 번째 미션인 수술실을 금방 탈출하더니, 두 번째 세 번째 공간도 빠르게 통과했습니다.
"이 친구도 신기록 달성하겠는데? 이제 마지막이네 "
CCTV로 지켜보던 저와 동료 역시 두 학생의 탈출성공에 관해선 의심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공간인 연구실에서 두 사람이 이상하게 머뭇거리고 있는 거예요.
벽에 바짝 달라붙은 한 친구 옆에서 다른 친구가 손전등을 휘젓고만 있었죠. 마지막 단서가 들어있는 캐비닛 앞에서 두 사람 다 쩔쩔매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마지막 단서인 병원 설계도면이 케비넷 안에 들어있고 표시된 비밀 통로만 발견하면 바로 탈출할 수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한 친구가 용기를 내어 캐비닛 쪽으로 조금씩 다가가는 게 보였습니다. 그 앞에 서서 문을 바로 열지 않고 몸을 한쪽으로 기울인 채 마치 무언가를 피해서 캐비닛을 열려는 것처럼 조심스러워 보였습니다.
CCTV화면을 보는 저와 동료 직원도 괜히 더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었는데 캐비넷을 연 두 남학생은 무엇인가를 보고 굉장히 놀란 듯 뒷걸음치다 도망갔고 결국 신기록을 세울 줄 알았던 학생들은 마지막방인 연구실에서 탈출을 포기했습니다.
학생들의 기묘한 이야기
그런데 방을 뛰쳐나온 학생들이 하는 얘기가 좀 이상하더라고요
"케비넷 안에 있던 단발머리 여자 뭐예요? 나 진짜 귀신인 줄 알았잖아요 그거 마네킹 아니고 직원 맞죠? 대박 잘하던데요. 우리 진짜 놀랬잖아요"
얘기를 들은 저와 동료 직원은 저게 무슨 소리지 싶었습니다. 그도 그럴게 직원들은 안으로 들어간 적도 없었고요. 저와 동료 직원 모두 단발머리가 아닌 긴 머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도 학생들의 목격담은 꽤나 구체적이었습니다.
단발머리 여자였고 청바지를 입고 흰색 블라우스를 입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날의 마지막 손님들이 돌아간 후에 저와 동료 직원은 찝찝한 마음을 안고 마감 청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폐병원의 저주
근데.. 첫 번째 방인 수술실을 정리는 도중 피가 잔뜩 묻은 커튼 뒤로 누군가의 실루엣 이렇게 아른거리게 보이는 거예요.
전 조심스레 들어가서 커튼을 확 젖혔고 그곳엔 역시나 아무도 없더라고요 순간 몸에서 힘이 쫙 빠지는 기분이 들었죠. 손님들이 하도 그런 얘기를 하니까 괜히 휩쓸렸나 보다 생각하면서 이번엔 연구실로 넘어갔습니다. 널브러진 집기들을 정리하려는데 무언가 두드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거예요. 집중해서 들어보니 그 소리는 캐비닛 안에서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두려움에 주춤거리는 그 순간 케비넷 사이로 하얀 손가락이 빠져나오는 거예요.
놀란 전 곳장 비명을 지르며 연구실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문이 잠겼는지 도저히 열리질 않는 거예요. 그 방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마지막 출구로 이어지는 좁은 통로를 지나는 것뿐이었죠. 앞뒤 젤 상황이 아니었던 전 정신없이 계단 위 통로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그렇게 통로의 중간쯤 정신없이 기어갔을 때였습니다. 저 통로 끝에 흰 블라우스에 청바지를 입은 단발머리 여자가 앉아 있는게 보였습니다. 바로 손님들이 말한 여자가 분명했습니다. 놀란 전 주춤하면서 뒤로 물러서려고 했는데, 뒤쪽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습니다.
"어디가?"
아까까지 앞에 있었던 존재가 이번에 뒤쪽에서 기어 오고 있었습니다.
필사의 탈출
전 잡히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좁은 통로를 빠르게 기어갔습니다. 통로를 빠져나와서 전속력으로 복도를 내달려 마지막 탈출문 손잡이를 자꾸 돌렸는데 이게 또 열리질 않는 거예요. 단발머리여자는 제가 빠져나온 복도 저 끝에서 저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뭐야? 주연아 너 왜 그래?
공포심에 정신까지 희미해질 무렵 순간 벌컥 문이 열렸고 전 방에서 뛰쳐나올 수 있었습니다. 쓰레기를 버리고 온 동료 직원이 넋이 나간 채 온몸에 땀을 흘리며 뛰쳐나온 절 보고 의아해했습니다. 이후 제 얘기를 들은 직원이 방을 일일이 다 확인해 봤지만 아무도 보지를 못했고, 억울해하는 절 보고 같이 CCTV를 돌려보게 되었습니다. 거기엔 정말 믿기지 않은 장면이 담겨 있었습니다.
CCTV에 찍힌 것은?
동료직원과 같이 봤을 때는 CCTV안에서 이상하게 혼자서만 깜짝 놀라기도 하고, 비밀 통로들 혼자서 확인하고 놀라는 모습이 찍혀있었습니다.
동료직원 역시 혼자서 왜 그러냐고 말할 정도였죠. CCTV에 찍힌 제 이상한 모습에 당황한 저는 뒤이은 동료 직원의 한마디에 머리끝까지 소름이 돋았습니다.
"주연아 봐봐! 여기 이 센서 잘못된 거 아니야?"
CCTV에는 사람이 움직일 때마다 센서가 감지된 화면에 초록불이 들어오게 하는 센서기능이 있었는데 캐비닛이 있던 연구실의 센서가 제가 청소를 하러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초록불 센서가 작동되고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로도 종종 저는 손님들로부터 단발머리여자는 누구냐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폐병원 방을 맴도는 단발머리 여자는 누구였을까요? 폐병원의 저주를 선택한 모든 플레이어원들 부디 무사히 탈출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
방탈출_그 후의 이야기
이곳은 당시에 귀신이 보이는 방 탈출 카페로 동네 소문이 나서 정말 일부러 그래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생길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작정을 하시고, '나 오늘 꼭 봐야겠다.' 하고 오시는 분들은 못 봤다고 하고 그냥 모르고 온 분들은 오히려 그 사람 누구예요? 하며 단발머리여자에 대해서 계속 물어봤다고 합니다.
주연 씨가 사장님한테도 물어봤지만 사장님이 몰래 숨겨둔 직원 역시 아니었다고 합니다.
이야기 뒤에 또 숨겨진 이야기가 있는데 갑자기 어느 날 사장님이 주연 씨에게 전화를 해서
"야 오늘부터 출근하지 마라 지금까지 일한 월급 다 정산해 줄게"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까, 카페가 있던 건물 전체에 원인 모를 화재가 갑자기 나서 결국 폐업을 하게 됐다고 하네요
결국 사건의 진상은 파해치지 못한 채 목격자만 남은 상황이라고 합니다.
심야괴담회 95화 방탈출 촛불
방탈출 카페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김구라 씨는 이 사연에 대해서 제일 동조를 못했었는데요 방탈출 카페에 한 번이라도 가보셨다면 어떤 공포를 느낄지 아실 것 같습니다.
심야괴담회 시즌3 95회 방탈출은 어둑시니의 몰표로 인해 44개의 초가 켜져 완불을 달성해서 우승한 사연입니다.
황제성 씨의 두 번째 완불요정등극에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