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괴담회 시즌3 97화 첫 번째 괴담은 돌아올 거야 입니다.
황제성 씨가 소개해준 사연으로 제주도에 살고 계신 최정석(가명) 씨께서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제주도라 하면 굉장히 평화로운 일상이 공존하고 여유로운 것이 떠오르는데요 정석 씨는 제주도로 이사 간 지 얼마 안 돼서 온 집안에 홈캠을 설치했을 정도로 엄청나게 피폐한 생활을 하셨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정석 씨의 시점으로 진행이 됩니다.
아내의 이상한 행동의 시작
결혼 13년 차가 된 올해 저희 부부는 제주도로 이사하게 됐는데요. 바다도 예쁘고 공기도 좋고 모든 게 너무 좋았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일했던 걸 보상받듯이 여행도 하고, 쉬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는데요 그렇게 평화로운 일상이 계속되던 어느 날 밤이었어요. 침대에서 자고 있는데, 문득 누가 저를 쳐다보고 있는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몸을 뒤척이다가 실눈을 뜨고 봤더니 자고 있는 줄 알았던 아내가 절 내려다보고 있는 거예요.
순간 당황했지만, 화장실이라도 다녀왔나 싶어서 얼른 자자며 아내를 옆자리에 눕히고 꼭 안아주었죠. 아내는 뭐가 그렇게 웃기는지 내 품에서 혼자 키득키득 웃는 거예요 전 실없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날 아내에게 어제 날 왜 그렇게 빤히 쳐다봤냐고 물으니 전혀 기억을 못 하는 거예요 오히려 자신은 어제 완전 푹 잤다면서 꿈꿨냐고 하더라고요.
잊고 있었던 그 말
그날 이후로도 아내는 비슷한 행동을 반복했어요. 밤중에 제 옆에 우두커니 서 있거나 앞에 얼굴을 들이밀고 웃으면서 절 쳐다보고 있기도 했죠. 아내에게 몽유병이 생긴 건가 싶었습니다. 아내에게 얘기하면 괜히 걱정할까 봐 일단 지켜보자 싶었어요. 그러기를 며칠 제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손길에 잠에서 깼습니다. 아내가 절 자기 무릎에 눕힌 채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있더라고요.
잠에서 깬 절 보고 아내가 씩 웃으며 말했습니다.
"놀자!"
그 한마디에 전 온몸에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겪었던 일
한동안 잊고 지냈던 끔찍한 사연이 다시 떠올랐거든요 그 시작은 중학교 2학년이었던 1995년 여름방학이었습니다. 서울 작은아버지 댁에 놀러 간 저는 신나게 며칠을 보냈고 하루는 좀 피곤해서 초저녁 무렵에 깜박 잠이 들었어요. 방문 너머 거실에서 작은아버지와 작은어머니 그리고 사촌형이 티브이 보는 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 그런데.. 제 뒤에 누가 있더라고요
'다들 거실에 있는데, 그럼 지금 내 뒤에 있는 것은 누구지?'
일단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뒤에서 여자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놀자!"
누군가 제 머리채를 잡아채더니, 꽉 힘을 주는 거예요.
저는 놀라 바둥거리면서 머리채를 잡은 손을 덥석 잡았죠 그런데 손은 얼음장처럼 차갑고 아이 손만큼 작았어요. 전 머리채를 잡힌 채 작은방, 큰방, 거실을 끌려 다녔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15분 이상을 끌려다닌 느낌이었죠 한참을 끌고 다니며 웃던 그 목소리는 "또 올게" 한마디만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전 일어나자마자 겁에 질려서 작은 집 식구들에게 제가 겪은 일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어제 그냥 얌전히 잘 잤다는 작은어머니의 말에 단순히 악몽을 꾼 것이라고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시 나타난 여자
그다음 사건은 대학교 때였습니다.
부모님과 떨어져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했는데요. 때는 2002년 한일월드컵 때문에 세상에 들썩이던 시절이었죠. 저는 친구들을 제 자취방에 불러 경기를 즐기곤 했습니다. 그날은 미국과 한국의 경기가 있던 날이었어요.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고 저흰 아쉬운 마음에 술도 더 사 올 겸 편의점에 다녀오기로 했죠. 실없는 농담을 나누던 친구들 뒤를 따라서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때였습니다. 갑자기 제 뒤에서 여자의 웃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뒤를 돌아보자 웃고 있던 여자는 갑자기 내 목을 졸라왔고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놀자!"
듣자마자 전 알아챘습니다 7년 전 제 머리채를 잡고 끌고 다녔던 그 여자라는 것을.. 점점 숨이 막혀왔던 전 비명을 지르면서 몸을 미친 듯이 흔들었습니다. 그러자 "또 올게"라는 말을 마치고 여자는 또 사라졌습니다.
얼른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무도 없었고 친구들 역시 제가 취해서 헛걸 봤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죠 그날 이후 여자는 자취방부터 학교 본가까지 정말 지긋지긋하게 절 따라다녔습니다.
아내를 만난 후 편안해진 삶
참다못한 전 본가에 내려가서 부모님께 그 여자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더니, 아버지께서 어디로 데려가셨어요. 산속에 계신 할아버지셨는데 절 보더니, 독한 게 붙었다며 앞으로 같이 살자고 하는 사람이 찾아올 거다 그런 사람이 찾아오면 절대 거절하지 말고 꼭 같이 살아야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런 불행 속에서도 전 대학을 무사히 마쳤고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됐습니다.
저희의 결혼 생활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고 결혼하고 한동안은 더 이상 여자도 보이지 않았어요.
할아버지가 말했던 여자가 아마 아내였던 것 같습니다. 아내를 만난 뒤로는 많이 편안해졌거든요
이젠 정말 끝났다 생각했는데 밤마다 이상 행동을 하는 아내를 보고 나니까 몇 년 만에 여자가 다시 나타난 건가 싶은 겁니다. 전 다시 나타난 여자가 저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아내에게 혹여나 해코지를 하지 않을까라는 엄청난 불안함에 휩싸였습니다. 결국 전 아내를 지키기 위해서 집안 곳곳에 홈캠을 설치했습니다.
아내가 자리를 비운 밤
그리고 며칠 후 잠결에 몸을 뒤척이는데 제 등 뒤로 아내의 인기척이 느껴졌습니다. 별생각 없이 다시 잠들려다 순간 눈이 번쩍 떠지면서 생각이 난 거예요.
오래간만에 친구들을 만나러 간 아내가 집에 늦게 들어온다고 했거든요. 그때 거실에서 들려온 건 아내의 웃음소리였습니다. 아내가 벌써 돌아왔나 싶어 거실을 둘러보는데 아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어요. 겁에 질린 저는 일단 집에서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휴대전화를 가지러 얼른 안방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홈캠알람이 울리는 겁니다
홈캠은 실시간으로 뭔가 움직임이 감지되면 핸드폰으로 알람이 오게 설정을 해놨거든요 저는 재빨리 홈캠 영상을 확인해 봤습니다. 하얀 형태의 알 수 없는 뭔가가 지나다니는 게 보였습니다. 누가 들어왔나 싶어 도저히 나갈 엄두가 나지 않던 저는 안방 구석에 몸을 숨긴 채 앉아 있었습니다.
홈캠에 찍힌 괴이한 형상
그리고 다시 울리는 홈캠알람.. 움직임이 감지된 곳은.. 바로 제가 있는 침실이었죠
너무 놀라서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그때였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이불 안으로 들어간 것처럼 이불이 점점 불룩해지는 거예요.
고개를 들어 실제 침대 위를 봤지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다시 쳐다본 홈캠화면엔 여전히 이불이 불룩하게 솟아 있었습니다. 전 심호흡을 하고 이불을 확 펼쳤는데 이불속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잘못 본 건가 하고 안도하던 순간 여자의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갑자기 나타는 그 여자는 순식간에 코앞으로 다가와 제 목을 조르며 외쳤습니다.
"다시 온다고 했잖아! 또 온다고 했잖아!"
전 여자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해서 발버둥 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젠 정말 끝이다 싶던 순간
"여보!"
아내가 놀란 목소리로 방으로 뛰어들어오자 그 직후 목을 조르는 힘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고 안도한 저는 아내의 품에서 정신을 잃었습니다.
이후 경찰까지 와서 집안 곳곳을 수색해 봤지만 침입 흔적은 전혀 없었다는 답변만 받았습니다.
그 여자는 처음 만난 그날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도 여전히 제 곁은 맴돌고 있는 걸까요? 그 여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면 저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놀자..."
-FIN-
돌아올 거야_이모저모
그 여자는 정석 시뿐만 아니라 지인들 역시 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친구 부부가 놀러 온 적이 있는데, 그때 어떤 여자가 정석 씨를 째려보면서 서재로 사라지는 거를 친구분이 보신경우도 있었고 사실 아내분께서도 화장실이랑 안방 쪽에서 어떤 여자가 서성거리다가 사라지는 걸 봤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연에 소개된 홈캠은 녹화가 안 돼서 실시간으로 캡처를 했었는데 아래와 같이 희뿌연 형상과 거울에 비친 손으로 추정되는 것이 찍혀있습니다.
30여 년을 왜 정석씨곁에서 맴돌고 있는 걸까요? 심야괴담회 사연 중에서는 이렇게 현재진행형인 사연들이 종종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심야괴담회 시즌3 97회 황제성 씨의 돌아올 거야는 총 34개의 촛불이 켜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