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괴담회 시즌3 88회 첫 번째 이야기는 아홉 장의 부적입니다. 이 사연은 1970년생 박민규(가면)씨가 어린 시절 겪었던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 황제성 씨가 읽어주는 사연이 훨씬 무섭고 집중이 잘 되는데 왜 촛불개수는 항상 저조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황제성 씨가 완불을 달성하는 그날이 오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자라다가 죽어야만 끝나는 저주..
바로 시기심입니다.
김부장님의 선물
때는 1985년 한창 MBC청룡의 영웅을 꿈꾸며 야구선수의 꿈을 키우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방 안에서 동생과 함께 연습을 하고 있는데 거실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려 재빨리 뛰어나갔습니다.
현관앞에선 아빠가 낯선 아저씨와 함께 커다란 물건을 집에 들여놓고 있었습니다
"애들아 부장님한테 인사드려야지! 이런 귀한 걸음을 다 해주시고 "
"우리 박차장이 우리 회사 기둥 아닙니까 귀한 선물 하나 주려고 왔죠 "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우리 아빠를 치켜세우던 김 부장님이 갖다 주신 물건은 바로 장식장.
조금 낡긴했지만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운 원목으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이 장식장 사고나서 좋은 일이 많았으니까 이거 꼭 안방에 두게나!"
부장님이 떠나고 아빠가 장식장을 안방으로 옮기려는 찰나 이상하게 장식장이 탐이 났던 전 부모님을 조르고 졸라 결국 그 귀한 장식장을 제 방에 두게 되었습니다.
장식장과 함께한 밤
초저녁에 먼저 잠이 들었는데 동생이 절 깨우기 시작했습니다.
"형 저기 구술좀 꺼내줘"
동생이 가지고 놀던 구슬하나가 장식장 밑으로 들어갔던 것이었습니다.
장식장 끝쪽에 있는 구슬을 빼기 위해 효자손을 이용해 열심히 휘저어봤지만 웬 종이쪼가리들만 자꾸 나오고 결국 꺼낼 수가 없었습니다.
잠결에 일어났던 전 내일 아침에 다시 꺼내주기로 하고 동생이 갖고 놀지 못하게 구슬상자를 동생의 손이 닿지 않는 장식장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탁.. 또르르르"
뭔가 작고 차가운 것이 제 몸에 부딪혀서 깨어보니 장식장위에 올려놓았던 구슬들이 바닥에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었습니다.
저는 고개를 숙여 구슬을 하나하나 줍기 시작했는데, 거의 다 주워갈 때쯤 갑자기 어디선가 구슬하나가 톡 하고 떨어지더니 또르르 굴러가는 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순간 구슬이 떨어졌던 곳을 무심코 쳐다보았는데 저는 숨이 멎는듯했습니다.
장식장위에 웬 여자가 웅크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머리를 푹 숙인 채 찐득한 피로 머리카락은 뒤엉켜 있는 채로 말이죠
전 다급히 불을 켰습니다.
그리고 다시 장식장을 살펴보니 장식장위는 아무도 없고 깨끗했습니다.
잘못 본 건가.. 하고 불을 다시 껐는데 스위치가 고장이 난 건지 불이 꺼지지가 않았습니다.
달깍달깍 계속 스위치를 만져보는데.. 형광등의 불빛이 깜빡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불이 깜빡깜빡... 그런데.. 불이 켜질 땐 보이지 않던 여자는 불이 꺼진 순간엔 장식장위에 앉아 있는 게 보였습니다.
장식장위에 여자는 불이 깜빡깜빡할 때마다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고 다시 나타날 때마다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윽고 불이 완전히 나가버렸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여자의 머리가 천천히 들어 올려졌습니다.
감겨있는 두 눈.. 빨간 실로 꿰매져 있는 입.. 아니 그건 빨간 실이 아니라 하얀 실이 피로 붉게 물들어져 버린 실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감겨있던 여자의 눈이 번뜩 떠진 순간 여자의 갈 곳을 잃은 듯 검은 눈동자가 사방을 돌아다니더니 어느 순간 절 향한 채 멈췄습니다.
"아악"
제 비명소리를 듣고 부모님께서 제 방문을 벌컥 열었습니다.
내방은 어느새 불이 켜져 환해져 있었고 부모님께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부모님은 저의 말을 믿어주시지 않았습니다.
스위치를 꺼봐도 여자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며칠뒤 제가 잘못 본 게 아니라는 걸 확신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동생에게 생긴 변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집안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비명소리에 놀라 방으로 뛰어들어가니 엄마가 동생을 꽉 안은채 누워 있었고 동생이마엔 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동생의 베개엔 커다란 유리조각이 베개의 1/3만큼 푹 꽂혀 있었습니다.
동생의 말을 들어보니 30분 전쯤 엄마와 낮잠을 자다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는데 장식장위에 어떤 여자가 앉아 있었다고 합니다. 여자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점점 바닥을 적시었고 그 피는 점점 동생이 있는 쪽으로 밀려들어왔습니다.
그 피가 동생의 몸에 닿기 바로 직전 너무 놀란 동생은 엄마의 품으로 꽉 안겼는데 그 순간 창문이 깨지면서 커다란 유리조각 하나가 동생이 누워있던 베개 위로 떨어졌던 것이었습니다.
아마 동생이 엄마품에 안기지 않았다면 동생은 죽을 수도 있었던 일이었죠
"저.. 장식장 이상한 거 같아요 버리면 안 돼요?"
퇴근을 하신 아버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아버지의 반응은 기묘했습니다. 마치 장식장에 홀린 사람처럼 이게 얼마나 귀한 건데 버리냐며 오히려 흠짓이라도 난 게 없는지 이리저리 살펴볼 뿐이었죠.
악귀가 붙은 장식장
그날밤 치료를 받고 온 동생은 안방에서 부모님과 같이 자고 혼자 제방에서 잘 용기가 나지 않았던 저는 거실에 누워 잠을 청했습니다. 흘낏 제 방문을 보니 왠지 소름이 돋는듯했습니다.
억지로 누워 잠을 청하는데 닫힌 내 방 안에서 문을 열려는듯한 덜컹덜컹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시끄러운 소리가 갑자기 잠잠해지더니 형광등의 불빛이 순간 꺼져버리며 '끼이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슬며시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방문사이로 천천히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제 몸은 가위에 눌린 마냥 움직일 수가 없었고 어느새 그 피는 제 발끝 다리.. 제 등까지 밀려들어와 어느새 제 몸을 흠뻑 적시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장식장위에서 보았던 여자가 방문에서 슬며시 나오더니 절 향해 빠른 속도로 기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
"민규야 우리 아들 왜 이래"
엄마의 외침에 악몽에서 깬 저는 거울을 보고 기절할 것만 같았습니다. 제 온몸에 시뻘건 두드러기가 뒤덮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온몸을 정신없이 긁고 또 긁었습니다. 미칠 것 같은 가려움.. 그리고 고통
"이게 다 장식장 때문이야!"
하지만 오히려 장식장 탓을 왜 하냐며 호통을 치는 아빠에게 저는 너무 서럽고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죽을힘을 다해 야구방망이로 장식장을 치고 또 쳐서 산산조각을 내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쓰러진 장식장 밑바닥에 무려 8장이 부적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습니다.
"여보.. 이거 부적 아냐? 왜 이렇게 많이..."
불길한 마음이 들었던 엄마는 다음날 저를 한 사찰로 데려갔습니다.
저주로 변한 시기심
"부적이 8장이네.. 근데 한 장은 어디 갔어?"
스님은 부적하나가 없다며 행방을 물었고, 순간 장식장이 집에 왔던 첫날이 떠올랐습니다.
동생의 구슬을 꺼내주려 장식장밑을 효자손으로 휘저었을 때 찢겨 나왔던 그 종이조각들.. 그건 부적한 장이 찢겨 나왔던 것이었습니다.
"그게.. 구슬 꺼내다가 실수로 찢어졌어요 "
제가 부적하나를 찢어버려서 우리 집에 이 사달이 난 건가라는 생각에 겁이 나 눈물이 나려는 순간 스님이 허허 웃기 시작했습니다.
"네가 온 가족 생명을 살렸구나 한 장이 떨어진 덕분에 다행히 양밥이 비껴나간 거야!"
스님말로는 그 장식장에 양밥 즉 저주가 걸려있었는데 9장의 부적으로 인해 효력이 완성이 되는것였지만 제가 실수로 한 장을 찢어서 그 효력이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누군지 모르지만.. 그 물건을 두고 간사람 단단히 앙심을 품었나 보다. 그 귀신입 꿰매져 있었지?
구천을 떠돌던 귀신을 강력한 원귀로 만드는 방법은.. 바로 입을 꿰매버리는 저주라고 합니다.
아홉 개의 부적 _그 후의 이야기
장식장을 버린 후 아빠는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셨지만 그동안 믿고 따랐던 직장 상사 김 부장의 실체에 대해 큰 충격을 받고 말았습니다.
겉으로는 아빠를 가족처럼 아끼는 척했지만 사실은 저주로 목숨을 빼앗고 싶을 만큼 우리 아빠를 시기 질투했던 것이었죠
그때일로 전 깨달았습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것을
아버지는 회사 내에서도 초고속 승진 대상자로 분류가 될 만큼 워낙 능력이 출중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상사인 김 부장은 자신과 직급이 같아지는 것을 막으려 그런 일을 벌인 것이 아닐까라고 짐작하고 있습니다.
남을 시기질투하는 화살은 결국 자신에게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될 것입니다.